국립중앙의료원 한방진료부(진료부장 김진원)는 지난 8일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 대강당에서 ‘Covid19와 한의학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및 후유증에 대한 효율적인 한의치료 방법 및 임상근거를 공유하는 한편 향후 신종 감염병 발생시 한의약을 활용한 대처방법과 기여방향을 모색하는 뜻깊은 장이 마련됐다.
김진원 진료부장은 개회사에서 “기나긴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감염병을 대처하는 공공의료의 역할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수 있었다”며 “오늘 발표되는 강연을 통해 코로나19 시기 한의약이 해왔던 역할과 임상적 근거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신종 감염병 발생시 한의계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를 고민해 보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축사를 통해 “지난 3년간 한의사들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좌절감과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감염병에 있어 한의약이 충분한 대처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 그 대처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박탈당했다”고 운을 뗐다.
홍 회장은 이어 이러한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을 위해 한의협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부 용역과제 및 신속항원검사 관련 행정소송 등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했다.
감염병 대처의 한의약 역량 증명하는 초석 기대
홍 회장은 “중앙회에서는 코로나19 한의진료접수센터를 통해 진료받은 8423명의 환자 치료 전후 데이터를 모아, 이를 중심으로 정부 용역과제로 연구를 수행해 감염병에 대한 한의치료의 근거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며 “또한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대한 법률에서 명백하게 한의사가 감염병에 대한 신고 및 대처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 정부 당국에서 배제시킨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홍 회장은 “이번 세미나는 코로나19와 관련한 감염병에 있어 한의사들이 어떻게 역할을 할 것인지를 진지하고 고민하고, 연구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한의약이 감염병에 있어 얼마나 우수한 효과를 보이고, 역량을 나타낼 수 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초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세미나에서는 △코로나 한의치료 매뉴얼 및 증례(김관일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 △만성코로나 한의치료 임상 근거(김태훈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 △코로나 한의임상 중개연구(권선오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지역보건소 한의사들의 코로나 후유증, 백신 부작용 관리, 역학조사 활동 등에 대한 보건소 기반 임상연구와 후속연구 제언(임정태 원광대 한의과대학 교수) △코로나 관련한 한의 공공의료 사업 소개(김찬영 논산시보건소 공중보건한의사) 등이 발표됐다.
임상적 근거 구축 위한 한의계의 적극적 참여 ‘필수’
김관일 교수는 발표를 통해 코로나19 및 만성코로나19 증후군에 대한 개념과 증상 등을 설명하는 한편 전국한의과대학 폐계내과협의회에서 발간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한의진료지침’을 중심으로 중증도에 따른 한의치료법과 실제 진료현장에서 한의약을 활용한 코로나19 치료사례들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현재 만성코로나19 증후군에 대한 지침을 만드는 것과 함께 향후 신종 감염병 출현시 한의계가 초기부터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 구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신종 감염병 출현시 일선 한의의료기관에서의 치료현황을 모아 근거를 구축해 가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는데, 향후 한의의료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면 감염병에 대한 한의약의 근거를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김태훈 교수는 “만성 코로의 경우 ACE2 수용체가 인체 모든 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호흡기계, 소화기계, 신경계, 순환기계 등에서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되고 있다”며 “아직까지 이에 대한 정의, 진단 등 명확한 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에 급성기 코로나 이후 발병 전에 없었던 증상이 오랜 기간 지속된다면 만성코로나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만성코로나 치료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만성코로나 증상 중 피로, 경도인지기능장애, 후각장애 등에 침 치료와 한약 치료를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후각장애 환자의 경우 후각훈련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권선오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한의학연구원에서 진행됐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다양한 연구들을 소개하는 한편 △예방(일반인 및 감염취약군 대상 백신효능 강화 예방제) △초기-경증(바이러스타깃 치료제, 선천면역증강제) △중기-중증(바이러스타깃 치료제, 면역조절제) △회복기-후유증(후유증 치료제, 선천면역증강제) 등 각 단계에 맞는 치료법을 설명했다.
또 임정태 교수는 “공중보건한의사는 평소에는 자각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전통의학을 활용한 진료를 수행하는, 국가에서 설립한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Public Health Doctor의 지위를 갖추고 있다”며 “해외에서 공중보건한의사를 바라보면 매우 독특한, 그리고 상당히 높은 지위와 권한이 있다”며, 공중보건한의사의 적극적인 연구 참여를 독려했다.
공공의료에서 공중보건한의사의 역할 ‘중요’
이어 공중보건한의사와 함께 진행한 다양한 연구사례를 소개한 임 교수는 “개별한의원, 지역보건소 자료를 활용해 공용 IRB를 통해, 혹은 학교와 함께 전·후향적 임상중개연구를 진행하는 등 생각보다 공중보건한의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연구는 다양하다”면서 “증례연구부터라도 한의치료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차곡차곡 쌓여져 나간다면 한의계의 여러 숙원과제를 해결하는데 큰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김찬영 공중보건한의사는 논산시보건소에서 진행한 ‘논산 재택치료자, 코로나 후유증 비대면 한의진료 사업’에 대한 계획 수립과정부터 진행과정, 환자들의 반응 등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했다.
그는 “사업 참여 전후 각 증상의 NRS 변화를 살펴보면 기침, 가래, 인후통, 피로, 흉민, 식욕부진, 오심, 설사 등 모든 증상에서 호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한의치료의 효과를 직접 경험한 참여자들은 △사업에 대한 만족도 △향후 사업 참여의사 △감염병의 한의진료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의 항목에서 90% 이상이 긍정적인 답변을 나타내는 등 감염병의 한의약적 대처에 있어 실제 현장에서 확인했든 의미있었던 사업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발표자들과 세미나 참여자간 향후 감염병에 대한 한의약의 역할 확대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윤인애 국립중앙의료원 침구과장은 “5명 연자의 발표를 통해 코로나 및 후유증에 대한 효율적인 한의치료 및 다양한 임상적 근거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코로나 팬데믹에서 공공의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또 한번 느낄 수 있었으며, 앞으로 한의 공공의료의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신종 감염병 발생시 한의계의 역할이 보다 확대돼 국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데 일익을 담당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번 세미나 좌장을 맡은 서주희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장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번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한의약의 역할을 돌이켜보고 미진했던 부분을 지금부터 하나하나 개선해 앞으로 새로운 팬데믹이 도래할 경우 한의사의 역할이 지금보다는 한발짝 나아간 다른 스텝으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