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3 (화)
<편집자주> 필리핀Colegio San Agustin Makati에 재학 중인 박은유 학생은 지난달 필리핀 파라냐케에서 진행된 보건의약단체 사회공헌협의회 의료봉사에서 한의과진료실 통역봉사를 맡아 현지인과 의료진의 원활한 소통을 도왔다. 본란에서는 박은유 학생에게 통역봉사를 한 소감 및 계기 등을 들어봤다. 필리핀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거주 중인 박은유 학생은 학업뿐 아니라 다양한 교내·외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주말마다 필리핀의 한글학교에서 한국말이 서툰 친구들에게 한국말을 알려주는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Q. 통역봉사를 한 소감은?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많지 않기 때문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통역봉사였다. 하지만 봉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의료진과 호흡을 맞추고, 통증이 있지만 여건상 참고 사는 환자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통역하는 방법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 넓어지고,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값비싼 인생 공부를 한 것 같아 의미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또한 봉사를 통해 도움을 주러가서 오히려 사랑과 깨달음을 많이 받아 감사한 마음이다.
Q. 통역봉사에 나서게 된 계기는?
아는 언니를 통해 통역봉사를 같이할 친구들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만 통역봉사를 많이 해보지도 않았고, 나이도 어리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할 수 있어”라고 답하기보다는 “과연 내가 하는 게 맞나”, “나는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먼저 했다. 하지만 이번 통역봉사에 참여하기 전, 다니던 교회를 통해 다양한 의료봉사에서의 통역봉사를 진행하면서 자신감이 생겼으며, 평소에도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즐기는 만큼 내 이웃을 도울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 용기를 내서 참여하게 됐다.
Q. 가장 기억에 남은 경험은?
다양한 일들이 있었고, 다양한 환자들을 봤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한의과진료소에서 맡은 첫 환자다. 첫 환자라 기억에 남는다기보다는 무릎에 통증이 있는데 약은 주지 않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갑자기 침을 놓으려고 하니 당황한 모습과 헛웃음을 짓던 환자의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침 치료 후 바로 효과가 나타나 엄청 놀라워 했고, 감사를 표하고자 점심시간에 찾아와 맥도날드 치킨과 바나나를 주고 가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의과에서 봉사하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남은 환자들을 웃음으로 대하는 계기가 된 경험이었다.
Q. 한의진료를 받은 현지인들의 반응은?
한의과로 온 환자들은 대부분 손바닥, 어깨, 허리, 무릎, 발바닥 등의 통증을 호소했다. 그런데 ‘한의’라는 단어가 필리핀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기도 하고, 또한 한의 치료를 경험해 본 환자들이 많지 않아서 처음에는 침 맞는 것을 많이 두려워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뿌리치고 치료받은 환자들 대다수가 통증이 완화됨을 경험하면서 매우 놀라고 한의학에 대해 감탄했다. 이와 함께 맥을 짚었을 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증상과 진단이 일치하다는 것에 매우 신기함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았다.
Q. 평소 한의약에 대한 생각은?
필리핀에 오래 거주하다 보니 한의약과 같은 우리나라 전통의학을 접해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통역봉사를 하면서 마음 한편에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문점을 가지기도 했지만 박종웅 원장님(대한한의사협회 재무·정보통신이사)께서 둘째 날 진료를 다 본 후 제 맥을 짚어보면서 가지고 있는 증상들을 얘기해 주는 것을 보고 너무 신기했다. 특히 마지막 날에는 침을 맞고 허리에 있는 통증이 완화됨을 경험하면서 한의사들에 대해 더욱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Q. 앞으로의 목표 및 계획은?
공부를 잘하는 것과 좋은 스펙을 만드는 것도 학생으로서 중요하지만,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은 일이라도 남을 돕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 봉사처럼 이웃을 도울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Q. 기타 하고 싶은 말은?
의료봉사에 참여한 모든 분들과 이 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통역봉사를 진행하면서 필리핀에 살지만 내가 가보지 못한 곳, 보지 못한 환경,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많이 보면서 남을 돕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이 일한 봉사자들이 너무 상냥하고, 학생으로서 정말 필요한 말들을 많이 해줘서 많이 깨닫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