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계 승소 주인공 이승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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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지난 18일 한의사가 한의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뇌파계를 사용하는 것은 합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파킨슨병과 치매 등 신경계 질환 진단에 뇌파계를 사용한 한의사 이승환 원장은 소송 제기 이후 11년 만에 한의사면허 자격을 정지시킨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최종 판결을 이끌어 냈다.
이번 승소의 주인공인 이승환 원장으로부터 그동안의 재판 과정과 판결에 담긴 의미 등을 들어봤다.
Q. 당시 뇌파계 사용은 흔치 않은 시도였다.
그 당시 사용했던 의료기기는 뇌파 진단기기였다. 파킨슨병은 양방에서도 치료가 길고, 매우 어려웠기에 본격적으로 한의로 접근해 보고 싶었다.
파킨슨병은 병 자체가 진단하기 어려운 병으로, 당시만 하더라도 CT나 MRI를 찍어도 확진할 수 없는 상황이고, 증세와 약 투여 후 경과를 보고 판단하는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뇌파와 관련해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었다.
또한 그때 사용했던 뇌파 진단기기의 모델을 만드신 분이 한의사였으며, 이 진단기기를 통해 병의 증상과 뇌파 파동의 변화가 어느 정도 유의성이 있는지 연구해보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다.
Q. 뇌파계로 어떤 환자들을 진단했나?
뇌파계를 사용하기 전부터 파킨슨 관련 환자들 및 파킨슨 유사 증상 환자, 치매 관련된 환자들이 많이 내원했었다. 양방병원에서 오래 치료를 받다가 또 다른 치료법을 찾아보고자 한의원에 내원한 것이다.
기억나는 환자는 60대 초반 남성이었는데 첫 내원 당시 가족들에게 업혀서 왔으며, 몸도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했었다. ‘파킨슨플러스’ 혹은 ‘파킨슨증후군’이란 병으로 기억하는데 파킨슨병이 아닌데 파킨슨병 환자로 취급돼 증상이 더욱 안 좋아진 경우였다. 그 환자를 한약 투여 등 한의진료로 3개월 만에 혼자서도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치료했다.
이미 죽은 뇌세포를 살린다는 개념은 과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며, 파킨슨 등 뇌질환은 결국 계속 나빠지는 질환이다.
한의계에서 뇌질환의 병세를 완화시키고, 늦추면서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의 치료적 접근은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역이다. 치료 경과도 나쁘지 않았고, 증상이 심각했던 환자들 중에서도 좋아진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Q. 고발당했을 당시의 상황은?
당시 뇌파계 진단기기를 통해 파킨슨이나 치매를 정확히 진단한다기보다는 증상과 뇌파의 유의성 여부 측정 과정이었는데 보도기사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갔다.
이를 본 양방의 의료단체에서 무면허 시술로 고발했으며, 2011년 4월 보건복지부로부터 ‘면허된 것 이외 의료행위’로 면허자격정지와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해 재판의 여정에 오르게 됐다.
지역 보건소에서 한 행정적 절차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보건소 직원이 한의원에 무단으로 들어와 아무 설명 없이 사진 찍고, 무조건 행정 조치한다면서 통보하고, 돌아갔다.
이후 변호사에게 법적 조언을 구해 먼저 행정심판을 하기로 했다. 행정심판원에서 보건복지부를 향해 한의사가 해당 의료기기를 쓰면 왜 안 되는지 질의했는데, 참석한 사무관이 이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고, 모호한 답변만 늘어놨다. 해당 공무원들도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 금지에 대한 당위성을 모르는 것이었다.
결국 자격정지 3개월, 영업정지 3개월을 받았던 것을 한 달 반씩으로 각각 줄일 수 있었다.
문제는 자격정지와 영업정지는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격정지 이후 영업정지가 나오는데 예컨대 3개월씩이면 6개월간 한의원을 운영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 경우 해당 기간에는 폐업 또한 되지 않기 때문에 한의원 운영비를 비롯해 변호사 비용 등 금전적 손해와 함께 한의원의 존폐 여부로 인한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는 곤경에 처할 수 있다.
Q. 그동안의 재판 여정은?
당시 본 고발이 환자에게 특별한 위해가 있거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적은 의료기기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의료기기라는 이유로 한의사들이 사용하지 못 하게 한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판단했으며, 변호사 또한 해볼 만한 재판이라고 얘기해줬다.
한의계의 새로운 도전으로 판단돼 재판에 착수키로 하고 2011년부터 시작한 재판이 장장 12년에 걸쳐 진행됐다. 2013년 진행된 1심 판결은 매우 아깝게 보건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아쉬웠지만 2심 때는 한의협에서 함께 해보자는 연락이 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2심에서는 해당 진단기기가 환자에게 위해성이 없으며, 한의계에서 쓸 수 있다는 내용의 뇌파계 국시 자료, 두부 경혈, 한방신경정신과 소견 등을 근거로 제시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3심에서는 직역 간 의견 충돌을 염두에 둔 듯 약 7~8년이라는 세월을 끌었다.
우스갯소리로, 20년 정도 가거나 끝까지 결론을 안 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Q. 소송을 통해 느낀 제도적 보완점은?
아무리 불합리한 고발이라도 일단 고발이 접수되면 결국 한의사 등 의료인들은 곤경에 처한다.
결국 ‘의료법’ 조문의 문제다. 최근 한의협에서도 의지를 갖고 국회 등을 통해 우리의 뜻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의료 직능의 뜻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회 및 복지부가 빠른 합의를 이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의계 출신 정치인들이 많이 배출돼 우리의 뜻을 적극적으로 관철시키고, 특정 의료 직능으로의 정책 쏠림을 막게 되길 바란다. 또한 우리들의 목소리를 더욱 높여 나가야할 필요성도 있다.
Q. 현대 진단기기에 대한 생각은?
아직도 위해가 없는 의료기기임에도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예전에는 혈압계, 혈당 측정기도 사용할 수 없었으며, 일반인이 구매해 집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 중에서도 한의원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것들이 많았다.
도대체 우리에게 한의사 면허는 왜 주는 것인가? 우리가 과거 조선시대에 머물고 있는 것도 아닌데 한의사가 현대화된 진단기기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민을 돌보기 위해 한의사의 진단·진료 영역을 넓히고, 궁극적으로는 법조문 자체를 수정해 그러한 소송까지 당하면서 의료기기를 쓰지 않게끔 해야 한다. 즉 한의사들이 이런 소모적인 소송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법적인 테두리를 만들어야 한다.
한의사 개인뿐만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러한 이유의 소송은 매우 소모적인 일이다.
현재 뇌파계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많이 사용하기 시작하면 결국 한의사의 진료 범위는 확대되고,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될 것이다.
Q. 강조하고 싶은 말은?
그동안 재판 과정에 함께해 준 대한한의사협회와 변호인단을 비롯 가까이에서 도움을 주셨던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의료기기나 치료기술 등 한의사의 새로운 영역 도전에 불이익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 회원 분들은 이럴 때 당황하지 마시고, 한의협과 변호사 등에 적극적으로 알려 자문을 구해서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