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규용 교수
동의대 한의과대학
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정창현)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단장 이준혁)에서 지원·개발한 ‘팔강변증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최근 발간됐다.
팔강변증(八綱辨證)은 ‘내경’과 ‘상한론’으로부터 17세기 청과 조선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됐으며, 현재 국제질병분류체계(ICD-11, U Code) 및 국내 한의질병분류(KCD-8)에도 수록된 진단이론이다.
팔강은 인체 모든 상태 분류의 기초로서, 정확한 팔강 진단은 치료중재 원리와 수단을 결정할뿐 아니라 치료성과에도 직결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팔강증후(證候) 진단은 환자 임상증상에 대한 의사의 감각적인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주관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이에 팔강증후를 객관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지표 근거와 도구를 수립하고 팔강변증의 임상적 유의성 근거를 확립하고자 팔강변증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하게 됐다.
팔강변증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매뉴얼’에 근거해 핵심질문 설정, 문헌검색 및 평가, 한의 전문가 델파이합의를 통한 권고안 도출 순으로 개발됐으며, 한의병리학회의 승인 및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 총괄조정위원회의 추인으로 방법론적·임상적·기술적 타당성 등을 인정받았다.
이 지침은 현장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팔강을 구성하는 음양표리한열허실(陰陽表裏寒熱虛實)의 8가지 변증 개념과 용도를 구별하고 증후(症候) 표기 원칙을 제안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고전에 근거한 전문가 합의를 통해 한증 14개, 열증 15개, 표증과 반표반리증(半表半裏證) 각 7개 등 총 팔강9증(證)의 변증지표가 선정됐다. 진단도구에 있어서는 한열·허실설문지, 복진기기의 사용을 문헌평가에 근거해 권고했으며, 맥진기와 설진기 사용 및 팔강변증 활용은 전문가 합의로 권고했다.
또한 이 지침에서는 그동안 중복되고 용도가 모호했던 음양증의 의미를 한열증 및 허실증과 구별해 독자적인 정의를 제안하고 용도를 세 가지로 나눠 증후지표와 임상경로를 제시했다. 마찬가지로 한열변증과 허실변증의 정의를 생리학적 개념과 함께 제시해 임상시험에서의 증후측정을 위한 이론적 근거 및 증형(證型) 변별논리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팔강변증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한 연구팀의 세밀한 의도는 ‘진단과 평가’ 부분에 반영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권고안과 함께 분석돼야 한다.
팔강변증은 특성상 외감(外感)과 내상병(內傷病)의 미병(未病)부터 말증(末證)까지, 질환(illness)이나 질병(disease)의 전 기간에 걸쳐 실조(失調)와 성쇠 상태를 감별하는 것이다. 질환별 진료지침에서 변증 분류 및 치법 결정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임상의뿐만 아니라 진료지침 관련 연구자의 관심과 임상자료 피드백에 의한 지속적인 개선작업이 필요하다.
아울러 향후 상세한 팔강복합변증 분류표준과 진단을 위한 측정, 검사 및 평가지표를 생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리적 일관성을 갖춘 정량 데이터를 고도화하는 연구가 요구된다. 이를 통해 근거중심의학으로서 한의학의 위상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팔강변증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전자 파일과 홍보용 리플릿, 인포그래픽 등은 국가한의임상정보포털(www.nikom.or.kr/nckm)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으며, 현장 임상의는 물론 일반 국민의 한의 접근성 향상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