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우리나라의 고령화지수1)는 167.1로 2017년 100을 넘어선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 또한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하여 심각한 저출생국가가 되었고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2021년 기준 83.6세로 지난 10년간 약 3세가 증가하였다2).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들은 많아지고 이들을 부양해야 할 인구는 감소하여 갈수록 부양부담이 가중되는 등 사회적 비용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정된 자원 내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보건·의료·복지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령인구 부양에 대한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모해 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료적 측면에서 중증환자 외에 병원 입원 또는 시설 입소가 필수적이지 않은 고령자들은 지역사회 내에서 수요가 충족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며, 이를 위한 일차의료의 역할이 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노인 의료비지출 관리 및 지역사회 내 역할 강화 필요성 대두
고령인구의 증가는 만성질환, 노쇠 등 유병률이 높아지며 의료비지출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우리나라 GDP 대비 경상의료비비율3)은 2021년 8.8%로, 2000년 3.9%에서 2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최근 들어 증가속도도 빨라지고 있다4).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 현황을 평가해 볼 수 있는 건강보험 재정은 2022년 GDP 대비 10%로 추계되었고, 2023년에는 건강보험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2028년에 적립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5).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 요인 중 하나로 요양병원을 꼽았고 2019년 감사원은 ‘요양병원 운영 및 급여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급격히 증가한 요양병원 병상에 대한 수급관리를 지적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전체 요양기관 입원실 병상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4.1% 수준이었지만, 요양병원은 13.5%로 큰 차이를 보였고, 2018년 기준 전체 요양기관 수 대비 요양병원 수 비율은 2.0%지만, 병상 수는 전체의 38.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인구 천 명당 요양병상 수 현황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요양병원 병상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감소하여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6).
실제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자 수 추이를 보면, 요양병원 입원환자 수가 65세 이상 인구 증가 속도보다 빠른 것을 알 수 있다7). 이러한 결과에 대하여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병으로 인한 입원뿐 아니라 돌봄이 필요해 입원해야 하는 사회적 입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의 56.5%는 거동이 불편해지더라도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8). 또한 우리나라 노인의 60.2%는 살던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76.2%가 병원에서 사망하였고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병원 내 사망 비율 5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며 비교 대상 22개국 중 일본에 이어 2위였다9).
정부는 급증하는 의료비 지출과 시설 입소를 감소시키기 위하여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에 있지만, 의료적 수요가 여전히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또한 우리나라 노인 돌봄 사업은 통합 관리되어야 하며 사람 중심의 일차의료 시스템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10). 여전히 노인들의 시설 입소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실제 고령자들을 지역사회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일차의료의 역할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에 따라 일차의료 영역에서 힘을 보태온 한의약도 구체적인 역할 강화 방안, 사업 추진계획 등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고령사회 돌봄수요 충족 및 의료비지출 절감을 위한 일차의료 필요성 증대
정부는 2022년 말,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100세 시대 노후생활 지원 및 건강·돌봄체계 지원’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복지와 보건이 결합된 지역사회 노인돌봄 체계를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11). 2019년부터 시행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올해는 7월부터 노인 대상 지역 의료-돌봄 연계체계 강화 시범사업으로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하여 지역사회에서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노인 의료·돌봄 연계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그간 지자체에서 시행한 돌봄사업의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적 확산이 가능한 기본적인 노인 돌봄 모형을 개발하기 위해 시범사업에 참여할 지자체를 공모하였고 사업은 올해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12개 지자체에서 수행될 예정이다12). 특히 이번 사업에서는 방문의료서비스 확충과 의료-돌봄 분야 서비스 간 연계체계 구축에 중점을 둔다고 밝혔다. 요양병원 입원 및 요양시설 입소 경계선에 있는 노인 등을 대상으로 방문의료서비스(재택의료, 방문간호 등)가 확충되고, 다양한 의료-돌봄서비스(노인 맞춤 돌봄, 방문건강관리 등) 간 연계를 강화하게 된다13).
지역사회 통합돌봄 외에도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일차의료 왕진 시범 사업,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시범사업,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아동치과주치의 시범사업 등 다양한 일차의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시범사업 평가를 통해 본사업 진입 여부를 판단하고 안정적인 제도 안착을 위한 구체적인 수행 방법 마련 등 다양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어 향후 관련 사업 추진은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일산병원에 ‘일차의료개발센터’를 개소(한국형 주치의 모델의 실증을 위하여 일산병원에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음)하였다. 이 센터는 환자 중심의 일차의료 모형을 현장에 적용해 모형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고 수용성 있는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현화 단계까지 접근하고 있는 것이며 한의약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단계별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통합돌봄 등 지역사회에서 한의약의 역할이 크지만 사업 참여 소외
2022년 한의약 건강돌봄 사업 결과보고 자료에 따르면 정부 및 지자체 사업에서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중 한의약 서비스를 제공한 지역은 13개 지역으로 전체 16개 지역 중 81.3%에서 추진한 것으로 파악되었다14). 그 중 한 지역의 사업 결과, 방문 한의진료 사업 대상자들의 만족도가 2021년 83.8%에서 2022년 96.5%로 상승하였고, 장기요양 등급 외 A·B 대상자 장기요양 진입률 15.9% 감소, 만 75세 이상 노인 장기요양 진입률 3.6% 감소, 퇴원환자 진료비 31.3% 감소 등의 효과성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15).
한의약 건강돌봄은 2019년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한의약 방문진료를 시행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인 2020년에는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13개 지역,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형 공공사업 3개 지역 등 전국 곳곳에서 한의약 방문건강 돌봄 사업을 수행해 왔다. 특히 한의약 서비스는 방문진료에 특화하여 대상자들의 높은 만족도와 통증 개선, 삶의 질 유지 및 향상 등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16).
이와 같이 한의약은 지역사회 내 높은 접근성과 전인적 의술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치료, 건강관리, 예방, 교육 등 의료인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보건의료 시범사업에서 배제되거나 참여가 늦춰지는 등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9년 12월 27일부터 시작된 일차의료 왕진(방문진료) 시범사업에서 한의 참여가 배제되었고, 1년 8개월 후인 2021년 8월 말부터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도 시행되고 있지만, 의과 중심의 사업으로, 한의 참여는 여전히 배제되고 있는 등 한의사들의 참여의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의약은 지역사회 내에서 국민건강향상을 위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기존 사업 참여 및 향후 신설되는 보건의료 사업에서는 한의약이 소외되지 않도록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한의약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추진 방향
전세계적인 추세, 고령자 및 부양자들의 수요, 정부의 보건의료 추진 방향 등 일차의료와 관련된 사업, 정책, 제도 신설 및 추진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의약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관련 연구와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참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정부 시범사업, 지자체 사업 등의 결과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성과 평가를 통한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일차의료는 사람 중심의 건강관리로, 의료인뿐만 아니라 보건·복지 영역 등을 포함한 다학제팀을 구성하여 운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가고 있으므로 현재까지 활용되어 온 한의약 사업매뉴얼, 프로토콜 등이 포함된 실행 모형을 보다 고도화하여 타직역 연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나라 일차의료의 개념은 4개의 핵심 속성(최초접촉, 포괄성, 관계의 지속성, 조정기능)과 3개의 보완 속성(전인적 돌봄, 가족 및 지역사회 맥락, 지역사회 기반)으로 구성된다17). 한의약이 일차의료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한의약의 장점이 일차의료 속성에 부합하는 특징이 있음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의약의 높은 일차의료기관 비율은 접근성과 지역사회 기반에 부합하고, 많은 방문진료 경험과 이점은 관계의 지속성과 조정기능을, 치료 이전의 예방·관리 중심을 강조하는 측면은 전인적 돌봄, 가족 및 지역사회 맥락 등의 속성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한의약의 장점을 이론적 근거에 맞추어 부각시켜 홍보를 강화하는 것도 일차의료 분야에서 한의약이 자리매김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일차의료 교육을 강화하여 전문성을 제고하고, 일차의료 관련 학회 활성화를 통한 연구기반 마련, 일차의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영향력 확대 등 의료현장과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도 한의약계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의약 일차의료 역할 강화 및 사업 참여 확대는 지역사회 한의사뿐만 아니라 교육, 연구, 행정 영역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의 역량 집중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모두의 역할이 큰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