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대한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 학술이사
봄이 되면서 거리 곳곳마다 새로 시작되는 공연들이나 콘서트 안내 포스터가 많이 보인다. 문득 지난해 유명 가수 한분이 이관개방증이 있는 상태에서 콘서트 준비가 너무 힘들었다는 고백의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이번호에서는 흔하지는 않지만 외래에도 종종 내원하는 이관개방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관은 중이를 외계로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관으로 환기, 자가정화, 방어, 배설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비강에서 넘어올 수 있는 분비물을 막기 위해 거의 대부분 닫혀있고 삼키거나 하품할 때만 잠깐씩 열린다. 이관이 열리고 닫히는 것이 문제없이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관의 연골탄력과 주위 근육인 구개범장근, 구개범거근의 힘, 그리고 이관을 싸고있는 지방층이 충분이 있어야 한다.

이관개방증은 닫혀있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여야 할 상태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열려있는 상태를 말한다. 발생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은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경우의 수가 많은 것은 갑작스런 체중 감량이다.

제가 본 환자들 중에도 바디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 또는 대회에 나가려고 단기간에 체중을 빼고 쓰러질 정도로 식사량을 제한하면서 이관개방증이 오는 경우가 있었다. 또는 체중이 갑작스럽게 빠질 정도의 심각한 스트레스나 육체적 질환, 대수술 등이 있기도 하다.
우선 증상은 비행기를 탄 것처럼 귀가 답답하거나 멍멍하다고 호소하는 것이 첫 번째다.
이관개방증은 질환 자체가 잘 알려져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환자들이 느끼는 불편감이 크고 같이 지내는 가족들도 증상에 대해 이해를 못해 더 힘든 질환이다. 증상 중 자성강청이란 자신이 한말이 귀 속에서 크게 울려 내가 얼마나 크게 말하는지 가늠하기가 어렵고, 노래를 하거나 고음을 내면 더 심해지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작게 말하고 심리적으로 위축감이 들거나 우울감이 생기기도 한다. 만일 환자가 가수나 말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고통의 강도는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진단은 병력청취를 통한 증상 확인과 고막소견을 참고하고, 가능하다면 고막운동성 계측도를 보기도 한다. 알려져 있는 고막소견이 아닌 거의 정상의 모습도 많이 있어 증상을 주의깊게 듣고 이관폐쇄부전과 감별하기 위해 고개를 깊게 숙이거나 누우면 소실되는지의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살을 찌우면 회복이 된다는 소견을 듣고 내원한다. 하지만 살을 찌워도 이관자체에 기능이 떨어진 것이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 환자의 경우를 보면, ‘21년 12월 양측 이관개방증을 진단받은 68세 남자 환자가 내원했다. 이 환자는 ‘20년 위암 진단으로 위의 1/3을 절제한 상태로, 식사량이 적었고 ‘21년부터 숲 해설가라는 직업을 새로 시작하면서 하루종일 산을 걸어다니면서 말을 하고 땀을 흘려 원래 마른 상태에서 3kg이 더 빠졌다고 한다. 증상이 반복돼 8월에 이관개방증 진단 하에 비인강 스프레이를 처방받았지만 별다른 차도는 없었고, 체중을 찌우라는데 식사를 많이 늘리기는 어려워 한방병원으로 내원했다고 한다. 고개를 숙이거나 코를 훌쩍이면 잠시 증상이 사라져 증상이 많이 힘들 때는 그렇게 한다고 했다.

이 환자는 이관개방증의 변증 중 脾虛淸陷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했고, 이런 경우 보중익기탕에 황기를 증량하고 연자육·백편두·산약을 가하여 투여한다. 하지만 치료비용에 부담을 느껴 보험약인 불환금정기산을 2월 말까지 꾸준히 복용했고, 대신 침 치료를 정기적으로 실시했다.
일주일에 2회씩 병원에 와서 거료 관료 하관 예풍 완골을 중심으로 약침, 전침을 건 침치료를 진행했고, 천유혈에는 건부항을 유지한 채로 유침했다. 또한 복부뜸도 병행했다. 가능하다면 거료혈에 매선을 하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밖에 이관근육강화운동과 생활시 관리사항을 설명했고, 꼭 실천해야 한다고 알려드렸다.

치료 초기에는 증상이 자주 발생해 많이 힘들어 했지만, 다행히 겨울이라 일을 쉬는 상태였고 치료도 5개월간 꾸준히 받을 수 있었다. 2월경부터 호전도가 높아져 3월에 산에 다니는 일을 다시 시작했지만, 4월 말까지 아주 힘든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증상이 없다고 했고, 고개를 숙여 증상이 소실되는 것도 조금만 숙여도 되는 등 이젠 자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관개방증은 이관폐쇄부전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훨씬 강도가 심해 환자의 고통이 크고 마지막 선택으로 이관을 좁히는 여러 형태의 수술을 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더 불편하기도 하다.
이 환자의 사례의 경우 병력이 이관개방이라는 증상이 올 정도로 체력이 저하되고 스트레스가 심하며 소화기가 약해지는 것 등을 고려해 한약을 투여하고 상인두를 자극하는 침치료를 꾸준히 병행해 호전된 임상사례로서, 이를 참고로 해 이관개방증 치료의 단서를 잡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