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의원(국민의힘)과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공동 개최한 ‘의료기기 혁신 성장포럼 발족식 및 토론회’에서 산·학·병·관이 모여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 성장 방향을 논의했다.
‘의료기기 혁신 성장포럼’은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 의료기기의 변화와 전환 시기를 맞이해 K-의료기기 산업의 지속 성장 방향 모색을 목표로 국회와 산업계, 학계, 의료인, 공공기관이 모여 발족된 정보 공유의 장이다.
백종헌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21세기는 의료기기 산업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소비자 시장의 성장과 다각화는 의료기기 업계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가속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며 “이번 발족식을 통해 의료기기 시장이 현재 안고 있는 제도적 문제점들을 면밀히 파악하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맡은 바 역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서영석 의원은 “지난 2월 중동 최대 규모의 헬스케어 전시회인 ‘아랍헬스 2023’에 참가한 K-의료기기를 보며 자긍심과 함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함을 느꼈다”며 “세계시장에서 기술을 선도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이번 포럼이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 모두가 참여하는 소통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선경 식약처 의료기기위원회 민간위원장은 ‘다가올 미래 의료기기의 정책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서며, 의료수요와 국가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식약처의 미래 헬스케어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선경 위원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 성장 동력 중 하나가 바이오헬스 분야이며, 정부는 핵심 산업으로의 육성과 수출 활성화를 위해 국가 5대 핵심과제로도 정했지만 초고령사회 의료비 증가에 따른 국내 산업의 동반성장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에 대해 선 위원장은 “의료비 전체 수요는 매년 급증하는 반면 병·의원 수익은 줄고 있다”며 “이는 의료기기 수요에 있어 외국계 유통사가 그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로, 우리나라 의료 산업에서 재주는 곰이 넘고 자본은 해외가 가져가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기기 개발은 아이디어-시제품-실용화-산업화의 절차를 거치는데, 시제품과 실용화 사이 정부 규제의 장벽, 일명 ‘죽음의 계곡’이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식약처는 경제 중심의 ‘연구중심병원 범부처 연구개발사업단’과 ‘첨단의료복합단지’ 등의 바이오헬스 클러스터 전략에 나섰다.
선 위원장은 식약처가 이를 통해 올해부터 바이오헬스 산업 성장을 위한 주요전략으로 △K-의료기기 지원을 통한 수출성장 토대 마련 △디지털 의료제품 등 규제혁신을 통한 선제적 지원 △사회적 가치 및 새로운 변화를 반영한 의료기기 안정망 고도화 △국민 서비스 강화 위한 의료기기 디지털 행정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며, 특히 올해 AI기반 의료기기 디지털 행정 시스템 강화를 위한 △대국민 정보제공 △교육관리 및 데이터 활용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군호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소장은 ‘사회 주요 서비스의 디지털화 발전 방향’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개인에게 최적화된 케어 △장소 제약 없는 케어 △음성기술 활용 △의료진 업무 효율화 △의료데이터 통합 및 상호 호환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의료서비스를 핵심 키워드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 소장은 특히 초고령사회의 돌봄 대책으로 AI를 통해 대상자와 주고받는 언어로봇인 ‘챗GPT’사업을 제시했으며, 이에 의료기관에서 공유 받은 환자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 업무에 특화된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Voice EMR’ 시범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나 소장은 이날 간호사가 모바일앱으로 음성 메모를 하면 음성인식 기술을 통해 EMR 시스템에 자동으로 기록되는 서비스 구현의 일환으로 회의록 작성 프로그램인 ‘클로바노트’를 순천향병원의 모바일앱에 접목시킨 사례를 공개했다.
나 소장은 “의료 인력난 등의 사회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우리가 꿈꾸는 의료 서비스는 환자와 AI의사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이를 기록·요약해 환자와 의료기관에 각각 자동 보관하고, 이후 청구와 수납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이에 더해 향후 환자에게 정신적 교감을 줄 수 있는 감수성 있는 AI기술 개발 또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성욱 연세대학교 의료기기산업학과 교수는 ‘전통적 의료기기의 미래 대비를 위한 발전방향’이란 주제 발표에서 국산 의료기기의 사용 확대를 위해 병원과 기업의 연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임상근거를 단계적으로 축적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구성욱 교수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무역수지는 최근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음에도 국산 장비의 사용률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전체 의료기관의 국산 장비 사용률은 지난 ’12년 58.1%에서 ’20년 61.3%로 소폭 증가했으며, 특히 범용초음파영상진단장치의 경우 최근 5년간 생산수출 1위에도 불구하고, 상급 종합병원에서의 사용률은 20.7%에 그쳤다.
국산 의료기기 제품이 우수함에도 이에 대한 사용 경험 부족, 정확성·신뢰성 및 성능 저하 등을 이유로 국내 상급종합병원에서 사용률이 저조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구 교수는 “병원과 기업이 연계한 컨소시엄 지원을 통해 사용자 임상평가를 수행해 제품의 성능개선과 임상근거 축적을 추진해야 하며, 선진국 인허가 강화(CE-MDR, IVDR) 대응을 위한 해외 임상 실증지원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김현주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 과장은 “의료기기 관련사업 일몰 연장과 함께 민·관 합동으로 향후 5년간 10조원 R&D투자 계획도 ‘제1차 의료기기 육성 발전 종합계획’에 포함했다”며 “혁신의료기기가 신속히 개발돼 시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갖춰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