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희 동신대학교 한의학과 본과 3학년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전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연합 소속 학생들에게 학업 및 대학 생활의 이야기를 듣는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를 게재한다.
작년 한해 동안 동신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생회장과 전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이하 전한련) 교육국장으로 활동하면서 학교 안으로는 동신대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 개편을, 밖으로는 전국 12개 한의과대학에서 KAS2022에 따른 교육과정 개편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혹은 할 것인지를 면담을 통해 알아보고 자료집을 발간했다. 대학별 면담 이전에, 기초과목에 한하여 현행 교육과정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표를 만들어 대학별로 이 과목을 왜 채택했는지, 왜 이 학기에 배정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준비할 수 있었는데, 면담을 통해 커리큘럼에 차이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교수자의 역량 및 대학의 인프라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대부분 대학에서는 KAS2022의 인증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KAS2022 인증을 통해 신교육과정을 만들고 더 우수한 수업을 기획할 수 있게 됐다는 데에는 찬성하는 의견이 절대적이었지만, 인증기준이 갑자기 과도하게 높아지고 대학별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승인된 기준이 버겁다는 의견도 많았다. 비판받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학생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데 있다고 보았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려면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의 의견이 많이 반영돼야 하는데, ‘19년도 입학 이후 아무리 코로나19 이슈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대규모로 학생 의견을 조사한 게 작년에 한평원에서 진행했던 K-DREEM 설문 단 하나에 불과했다.
“교육과정 개편시 학생 의견 충분히 반영 안돼”
작년의 활동을 통해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은 학생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기마다 개정을 거듭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대학별 사정을 직접 면담을 통해 들어보니 대학별 인프라와 교수님의 역량이 달라서 현실적으로는 대학이나 교수님 사정에 맞춘 수업을 할 수밖에 없겠다는 데에는 찬성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학생 의견이 너무 경시되는 것 같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대부분 대학의 교수님께서 교수자 입장에서도 학생에게 더 도움이 되는 수업을 하고 싶은데 소통이 부족해서 아쉽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새롭게 무언가를 추진하려 해도 수요자인 학생의 의견이 없으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도 대학 입장을 고려하면 마냥 쉽지는 않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그래서 학생 차원에서도 대학별 교류를 통해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피드백을 담은 데이터를 6년 동안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통해 KAS2022를 피드백하고 ‘28년 이후의 인증에서는 학생 의견을 더 반영할 수 있도록 전한련 차원에서 한평원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올해부터 모든 대학이 함께하는 교육협의체를 신설하는 것을 논의하게 됐다. 아직 정식 출범하지도 않았고, 대학별 사정에 따라 무산될 수도 있겠지만, 학생 수준에서도 대학 안에서만 쓰이는 피드백이 아니라 전체 대학이 함께 참여하는 신교육과정에 대한 피드백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전한련 차원에서 학생의 의견을 모으는 업무를 기획하면 할수록 재학생의 입장에서는 한의학교육 발전에 많은 한계와 모순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일을 추진하며 느낀 생각을 하나씩 풀어서 서술하고자 한다.
2주기 교육과정 마지막 세대가 바라보는 향후 방향은?
가장 큰 문제는 학교 내에서만 진행하던 교육과정 모니터링에 대한 업무를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전체 한의과대학 차원으로 확장한 전례가 없다는 데 있다. 현재까지는 작년 대학 면담을 근거로, 학생 차원의 피드백 체계가 필요하다는 교수님의 의견을 드러내면서 이 조직체계가 필요하다는 걸 어필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현재 대부분 대학에서 참여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무조건적인 참여가 아니기에 확실한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학생 자치 업무라 해도 전문가의 도움이 있다면, 전체 학생의 의견을 ‘꾸준히’ 조사하는 데 훨씬 수월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만약 확실한 매뉴얼이 생기고 모든 대학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협의체가 신설된다고 해도 이 업무를 담당할 사람을 쉽게 모집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한의과대학의 재학생은 대학 구분 없이 어떤 직책을 맡더라도 대부분 1년의 임기만을 가진다. 그런데 이 업무는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즉 개정 교육과정의 예1이 졸업할 때까지의 피드백 데이터가 있어야만 유의미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매년 일할 사람이 필요하고 그 중 누군가는 전체 학교를 대표하는 장이 돼야 하는데 일반 학생이 한의학교육을 잘 알지 못한다는 현황으로 미뤄봤을 때 제대로 된 인수인계가 된다고 보기 힘들고 매년 새로 장을 맡는 사람이 막중한 부담감을 안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책임 인원에 대한 문제는 모든 대학에서 참여한다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근본적인 문제는 한의학교육이 발전된다고 해도 그 수혜를 현재 일하는 사람이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더 우수한 교육은 본인 세대 때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며 후배 학번에서 수혜를 받게 된다.
예전에야 후배 한의사가 우수해지면 한의계도 발전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2주기 끝자락과 KAS2022의 경계의 교육을 받는 재학생의 입장은 다르다. 당장 20학번 재학생이 공중보건한의사로 복무하고 오면 23학번 신졸 한의사와 같이 필드에 나갈 수 있는데 23학번부터는 KAS2022로 인한 신교육과정을 받는 학생도 있는 학번이며 실기시험이 도입된다면 같은 졸업생이라 해도 후자가 더 우수한 교육을 받고 양성된 한의사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냥 한의학 교육의 발전을 위해 일해달라고 할 수가 있을까? 전한련이 한의과대학의 학생을 대표하는 기관이고 대의적으로는 이렇게 학생도 의견을 내서 추후 교육이 지금처럼 반강제적으로 체급을 키운 교육이 아니라, 더 현실적으로 학생 입장을 고려해 속을 꽉 채울 수 있는 교육이 될 수 있게끔 하는 게 옳겠다는 이유만으로 일을 추진했다. 그 속에 너무나 많은 이해관계가 엮여있음에도 불구하고 2주기 교육과정의 마지막 세대는 코로나19 이후 급부상한 한의계 교육 이슈를 예전처럼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기에 반강제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현재 본과 3학년인 입장으로 이 이슈에서 손을 떼고 학교가 인증에 실패하든, 추후 한의대 교육에 지금보다 더 학생 입장이 반영이 안 되든 나는 내 실력을 기르거나 다른 방법으로 살길을 찾는다면 내가 속한 학번 근처 세대까지는 어떻게든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래 한의학을 바라보았을 때 아무리 세계의학협회의 기준에 부합하고자 해도 지금보다는 더 현실적인 기준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새 인증 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전한련에서도 구조 개혁을 통해 신체제로 업무를 주관하게 된 2023년 올해가 미래 한의학 교육의 방향성을 수정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 생각한다.
교육이슈에 학생들이 목소리 담겼으면 하는 ‘바람’
결론적으로, 한의과대학 재학생 사이에서도 한의학 교육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있으며, 대부분 전체 한의대 재학생이 협업하는 교육 관련 기구의 취지는 공감하나 불투명한 미래와 대학별 인프라와 관련된 문제로 선뜻 참여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이 업무는 오로지 대의를 위해 진행하는 것이며, 현재 재학생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확률은 극히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을 사랑하는 한의학도로서 한의학 교육, 나아가 한의계 전반의 발전을 위해 교육 수요자의 입장으로 목소리를 내려고 준비하고 있다.
한의계에 종사하는 많은 분께서 한의학 교육의 중요성과 학생 활동의 필요성에 공감해 이런저런 목소리를 많이 내어주신다면, 지금의 재학생도 졸업 후 한의사가 되더라도 꾸준히 한의학 교육에 관심을 가져 한의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업무를 하더라도 지속성이 중요하기에 재학생과 졸업생의 꾸준한 관심을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