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시행된 ‘제78회 한의사 국가시험’에서 811명의 새내기 한의사를 배출한 가운데 이번 시험 합격률은 98.5%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직무수행 능력을 갖춘 한의사 배출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행 국가시험은 직무기반 평가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을까? 또 CBT(Computer Based Test) 시험 도입,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CT 의료기기 영상 분석 문제 출제 등 변화하는 환경 속에 한의사 국가시험은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까?
□ 올해 첫 도입된 CBT 시험, 장점은?
올해 한의사 국가고시는 첫 CBT 시험으로 진행, 기존의 문자 중심의 단순한 문항 형태에서 탈피해 음성·동영상 등 다양한 매체가 혼합된 멀티미디어 문항이 새롭게 출제됐다. 컴퓨터 기반 시험으로 전환됨에 따라 사진자료의 경우 지난해 44개에서 올해에는 59개로 증가되는 등 문제 출제양식 또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수험생들은 처음 도입된 CBT 시험과 관련 OMR카드에 체크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시험시간을 관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종이시험을 치룰 때와 달리 가채점표와 필기구 반입이 금지돼 정확한 점수 예측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취임한 배현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4차 산업 혁명과 같은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CBT 시험 직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CBT 환경에 맞는 더욱 다양한 멀티미디어 문항 유형이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의사 국시 실기시험 도입, “어디까지 왔나?”
현행 국가시험은 진료수행능력 중 지식 이외에 임상추론능력, 임상술기, 태도 및 의사소통 능력 평가는 다소 미흡하다는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이혜윤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아 ‘한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도입 타당성 연구’를 진행, 실기시험 도입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최근 이번 연구와 관련돼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한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도입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번 연구는 전국의 한의사 2575명과 한의과대학 교수 206명이 응답한 설문조사 및 한의과대학 추천 12명과 임상분과학회 추천 9명으로 구성된 21명의 전문가 델파이 조사를 바탕으로 모형안이 작성됐다.
연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실기시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한한의사협회 회원 설문조사 응답자 중 81.9%(1819명)가, 한의과대학(원) 교수 설문 응답자 중 92.2%(190명)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실기시험 도입 시기는 전체 한의사 조사결과 ‘25년 시행안을 가장 많이 선택했으며(1328명, 64.5%), 전문가 델파이 조사에서는 ‘27년(10명)과 ‘29년(10명) 시행안을 선택해 2∼3년 내 실기시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한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한대협·이사장 송호섭)도 ‘한의학 기본의학교육 역량강화 중장기 전략 설정’을 통해 국시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구체적인 실행을 위해 △기본교육 평가제도 개선기반 구축 △한의학 기본교육 기초종합평가 도입 △임상표현형 종합평가 및 실기시험 도입 등을 추진해 역량 중심의 한의사 양성을 위한 교육평가제도 구축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또한 한대협은 한의계 정론기관 역할과 더불어 실행조직으로의 전환을 위한 조직체계 정비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한대협 내에 실행조직인 역량중심교육위원회 및 한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위원회 등을 설치해 한의사 국가고시 개선을 적극 뒷받침해 나갈 예정이다.
□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 국시에 미칠 영향은?
지난해 10월 양의계에서는 한의사 국가시험 내 CT(컴퓨터단층촬영장치) 의료기기 영상 분석 문제를 두고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는 등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 또한 지난해 12월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판결 이후에도 양의계의 폄훼는 지속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판결을 통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며 합법적인 의료행위’라고 명백하게 밝혔다. 즉 신체 내부를 촬영하고 진단하는데 도움을 주는 현대 진단기기는 과학과 문명의 산물이기 때문에 어느 특정 직역이 전유해서는 안된다는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와 관련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은 “국민들에게 특별한 위해성이 없고 법으로 사용을 못하게 하도록 금지한 규정이 없다면 국민들을 위해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판단기준을 내린 것”이라며, 이번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실제로 전국 한의과대학(원)에서는 학부생 때부터 내과학·침구과학·부인과학·재활의학과학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초음파 교육이 시행되고 있으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기반해 한의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등 임상현장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와 관련 한의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의과대학 교육 커리큘럼에서 영상의학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인 학문인 해부학, 생리병리학 등은 물론 실제 영상기기를 활용하는 교육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양의계에서는 한의사의 진단기기 활용은 물론 교육한 내용을 검증하는 국가시험에서 출제되는 것조차 방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지난해 말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임상 현장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활용을 보다 확대시킬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한의대 교육 현장에서의 교육 강화로도 이어져나갈 것”이라며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한의사 국가고시에서도 관련 문항이 출제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