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혜 교수
대전대학교 서울한방병원 동서암센터
진료하다 보면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 “한약을 먹으면 안 되지 않나요?”,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지지 않나요?” 등... 대부분의 암 환자 분들이 항암치료 중인데, 항암제는 간 독성이 강해 간 기능이 나빠질 수 있다. 이에 추가로 복용하는 건강보조식품들이 간 손상을 일으킬 염려가 있어 주의시키는 경우가 있다.
암 환자분들이 한약에 대한 주된 궁금 점을 살펴보자.
Q. 한약의 안정성, 검증됐나?
한약의 간 손상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대규모 연구가 있었다. 지난 2017년 한국한의학연구원과 대전대학교 손창규 교수 연구팀이 전국 10개 한방병원 입원환자 1001명을 대상으로 간 손상에 대한 전향적 관찰 연구를 시행했는데 연구결과 단 6명(0.06%)에서만 간 손상이 확인됐고, 이 환자분들도 특발성 형태의 간세포형 간 손상이었다.
다만, 시중에 건강기능식품으로 안정성이나 유효성이 평가되지 않은 약들은 한의사와 상의 후 조심스럽게 복용해야 한다. 한의사가 처방하는 한약재는 식약처의 검증을 받은 것으로 암 환자를 전문적으로 보는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은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 다만, 항암치료 중 간 수치가 상승된 환자분들의 경우에는 혈액검사로 간 기능을 체크하면서 한약을 복용해야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전문의약품 중에도 한약재가 들어가 있는 약이 있다. ‘스티렌정(인진쑥 추출물)’, ‘모티리톤정(현호색, 견우자 추출물)’, ‘조인스정(위령선, 과루근, 하고초 추출물)’, ‘시네츄라 시럽(황련)’등의 의약품은 모두 천연물신약으로 한약재 전체를 그대로 추출한 제제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다.
Q. 한약이 항암 치료 중 증상관리에 도움될까?
수술, 항암 및 방사선치료 중 나타나는 부작용 중 호중구 감소증, 항구토제, 암성통증에 대해서는 양의학적으로 근거가 충분하고 효과가 좋은 약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양의학적으로 효과가 미미한 피로감, 식욕부진, 말초신경병증, 수술 후 복부 팽만감 등에 대해서는 한약을 적용해 볼 수 있다.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에서 인삼양영탕을 투약한 군이 투약하지 않은 군에 비해 말초신경병증이 개선되었고 항암제 누적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항암치료 중도탈락도 유의하게 줄었다(Prophylactic efficacy of ninjin’yoeito for oxaliplatin-induced cumulative peripheral neuropathy in patients with colorectal cancer receiving postoperative adjuvant chemotherapy: a randomized, open-label, phase 2 trial (HOPE-2). Int J Clin Oncol. 2020 Jun;25(6):1123-1129.).
한 논문에서는 항암치료를 받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약 투약 군과 대조군 각각 160명으로 나누어 6개월간 경과관찰 했는데 한약을 복용한 군에서 무진행생존율(PFS)을 더 연장했고, 삶의 질을 개선했으며, 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Traditional Chinese Medicine Combined With Chemotherapy and Cetuximab or Bevacizumab for Metastatic Colorectal Cancer: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Clinical Trial. Front Pharmacol. 2020 Apr 21;11:478.).
또 다른 논문에서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156명을 대상으로 항암치료 중 보조요법으로서 식욕부진에 대해 한약(가미육군자탕)을 평가했다.
항암치료만 단독으로 받은 군과 한약 복용 군을 4회주기의 항암치료 동안 매주 식욕부진 변화와 체중 변화 및 부작용을 평가했는데, 한약을 복용한 군은 48.6%의 식욕부진 개선을 보였고 대조군에서는 28.3%에서만 식욕부진 개선을 보였다.
또한 한약을 복용한 군에서는 체중의 변화가 –0.62±3.89kg이었던 반면 대조군에서는 –2.36±2.53kg으로 항암치료 단독 군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체중이 줄어드는 비율이 높았다.
한약 투여군에서 항암치료 후 종양 크기의 감소 등 항암치료의 효능을 감소시키지 않았으며 혈액학적 독성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Modified Liujunzi Decoction () Alleviates Chemotherapy-Induced Anorexia in Advanced Non-Small Cell Lung Cancer: A Propensity Score Matched Case-Control Study. Chin J Integr Med. 2020 Apr;26(4):256-262.).
암 환자분들이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 같은 표준치료를 잘 완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약 치료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학의 한계점을 인식하고 한약치료로 보완할 수 있는 ‘통합의학’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