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토마토한의원 김문주 원장
“소아질환은 아이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회를 구성하는 성인들이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소아 신경정신질환 환자들에게 질병으로부터 제약받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아이토마토한의원 김문주 원장이 소아 신경정신과질환 전문 한의원 개원을 결심했던 이유다. 김 원장은 연세대학교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의 길을 걷다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에 다시 입학해 한의사로서의 삶을 선택했다.
공학도의 경험, 한의학 연구에 많은 도움
자폐성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발달장애아들의 경우 어릴 때부터 조기에 치료하면 큰 호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아동들이 한의학적 치료 및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근거와 치료지침은 아직까지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김문주 원장은 한의학을 통해 발달장애에 조기 개입할 수 있는 표준치료법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지속적인 연구와 임상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표준치료법을 만드는 데는 생명공학을 수학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김 원장은 “생명공학을 전공하면서 익혔던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이 한의학을 연구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치료를 논리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사고방식도 결국에는 공학을 전공하면서 습득된 과학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약으로 소아 자폐질환 치료 실마리 발견
특히 김 원장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한약을 통한 자폐질환 치료다.
김 원장은 “소아 자폐스펙트럼을 한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연구를 이어 오고 있지만, 그동안 한의학적으로 한약을 이용해 자폐를 치료한다는 연구는커녕 임상보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실정”이라며 “더욱이 일반인들의 불신이 심한 것도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 커다란 장애물이었다”며 그동안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지난달 4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뉴롤로지’에 한약으로 소아 자폐질환을 치료와 관련된 연구결과를 게재, 불가능하다고 평가받던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이번 연구는 소아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직접 임상연구를 진행하며 얻어낸 성과로, 한국한의학연구원 이보람 박사와 공동으로 수행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Childhood Autism Rating Scale(CARS)과 Autism Behavior Checklist(ABC) 설문 값이 각각 치료 전 평균 34.58점 및 69.28점에서 6개월 치료 후 평균 28.56점 및 39.67점으로 감소했다.
이와 관련 김 원장은 “CARS 기준으로 30점 이상이 넘어가면 자폐성장애 진단이 내려지고, ABC 검사에서는 53점이 넘어가는 경우 자폐성 장애를 진단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대부분 아이들이 장애진단기준을 벗어나는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문주 원장은 한약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즉 오늘날 새롭게 등장하거나 유행하는 질병들이 많은데, 아직까지 치료법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만큼 양약에 비해 부작용이 낮은 한약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는 것.
그는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질환들의 치료법이 정립되기까지는 무수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때 한약을 이용한 치료는 큰 위험 없이 효과를 만들 수 있는 우수한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의 최종 목표는 ‘발달장애를 치료하는 하나의 지침’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김 원장은 “한의학은 엄청난 임상정보가 녹아져 있는 의학의 보고(寶庫)”라며 “한의학의 유용성을 과학적으로 잘 규명해 나간다면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대두되는 다양한 질환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성 높은 한약, 현대 질병 치료에 장점
또한 향후 계획과 관련 김 원장은 “지금도 한약만으로 자폐가 호전될 수 있다는 근거를 확보해 나가고 있으며, 앞으로 플로어타임 없이 한약과 식이요법 그리고 몇 가지 영양제요법만으로 치료했을 때의 변화를 관찰하는 전향적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더불어 20개월 미만의 자폐아동을 대상으로 한약과 식이요법만으로도 정상범주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관찰하는 연구까지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이어 “소아 신경정신질환 연구자로서, 또한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으로서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며 “지금 하고 있는 치료와 연구가 이같은 질병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