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호 한의사
[편집자 주]
AKOM TV에서는 인플루언서 한의사들을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인을 대상으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네 번째 초대 손님으로는 ‘배한호 TV’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한방내과 전문의 배한호 한의사를 초청, 다양한 한의학 건강정보에 대해 들어봤다.
Q 한의과대학에 입학한 동기는?
중학교 때 유도를 하다 우연히 인문계를 잘못 들어간 이후 수학 0점, 일본어 0점.. ‘아, 내가 진학을 정말 잘못했구나’ 싶어 고1을 방황 속에서 보냈다. 그러다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걸 보고 남자라면 저렇게 쿠데타 한 번은 해야겠구나 싶어 육군사관학교 진학을 목표로 했다. 그럴 때쯤 헌병대 중사 수사관 출신인 아버지께서 ‘왜 사람을 상하게 하는 군인이 되려고 하냐, 너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너는 한의대를 가는게 맞을 것 같다’고 정해주셨다. 40년 전 분위기에서는 아버지가 말씀하시는데 토를 달 수 없었고 아버님이 정해주시면 그대로 따라야 했다.
입학할 당시는 의대보다 한의대가 더 높았는데, 의대 끄트머리로 약간 들어갈 수 있는 정도는 되는데 한의대는 못들어가는 성적이었고, 재수생 시절에 역전의 1등을 하게 돼 한의대에 입학하게 됐다.

Q 한의대생들에게 한의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준다면?
한의사라는 직업은 돈 버는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을 벌려면 한의대나 의대보다는 경영학과를 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람을 고치는 직업이라는 사명의식을 확실히 갖고 입학했으면 좋겠다.
이 분야에서 ‘성공’이란 돈을 버는 것도 있지만 명성과 실력을 얻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근거중심의학(EBM)에 따라 논문 중심으로 공부를 하고 트레이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의학 전통의 캐릭터인 체질과 도제적으로 내려오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트레이닝도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측면을 놓치지 말고 잘 해야 앞으로 더 좋은 한의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Q 사상체질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면?
사실 이 ‘체질의학’이라고 하는 것은 한의학이 결국 갈 수밖에 없는 마지막 종착지라고 생각한다. 많은 환자들이 검사상으로는 정상이지만 이곳저곳이 아프거나, 혈액검사 결과는 형제나 친척들과 비슷한데 증상과 느낌은 다르다라고 느끼는 어느 불일치 지점이 생긴다. 검사나 검진이 많아질수록 결과와 자신의 상태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전문용어로는 ‘개체특이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개체특이성이 바로 한의학적 용어로 ‘체질’ 이야기다.
그래서 체질을 알아가려고 하는 노력은 전문가인 한의사 뿐만 아니라 소비자인 환자들에게도 굉장히 중요한데, 그중 사상체질이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근 MBTI와 같이 내가 누구고, 남이 누군지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 유행인데 사실은 사상체질이 훨씬 더 월등하고 학문적으로 뛰어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사상체질적으로 본인이 누구인지를 한의사와 끊임없이 의논해가며 찾아가고 본인의 체질에 부합하는 결론을 얻었을 때, 그에 맞는 운동과 식이를 곁들인다면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 및 치료에 충분히 도움을 받을 것이다.
Q 현대 진단의료기기에 대한 견해는?
사실 양의계의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반대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점적으로 의사들만 쓸 수 있다고 배워왔기 때문에 그 결론을 얻은 것이다. 그런데 한의대 교육과정 커리큘럼을 보면, 의대보다는 양이 적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쓸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커리큘럼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 경우도 본과 3학년 때 진단방사선과 교수님으로부터 1년 동안 방사선학을 배웠다. 또한 조직학, 해부학, 비교 해부학 등 각 과별로 현대의학의 기본적인 트레이닝을 충분히 받았고, 검사를 시행하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또한 대학병원에서 수련의,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한의사들이라면 한방병원에서 4년 동안 한의사 교수님뿐만 아니라 의사 교수님으로부터도 트레이닝을 똑같이 받기 때문에, CT·MRI 및 기본적인 X-ray에 대한 판독능력을 갖고 있다. 저 역시 대학병원에 있을 때는 충분히 병행해 진단을 했었다.
예를 들어 발목 접질린 환자가 왔는데, 그냥 인대가 늘어난 것과 뼈에 금이가는 피로골절이 있는 상태에서 인대가 늘어난 것은 예후가 다르다. 그것은 X-ray 촬영을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옆동네에 있는 정형외과를 가서 엑스레이를 한 번 더 찍으라고 말씀을 드리기도 임상의로서 민망한 부분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환자들도 불편한 부분이 있다. 의료소비라고 하는 측면에서 불편한 부분들은 해결해야 하며, 그 해결점에서 한의사들은 한약과 침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발전한 과학적 근거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트레이닝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기회가 열렸으면 좋겠다.
물론 이 기회는 우리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권력도 어느 정도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의사가 한 명이라도 국회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차이가 많이 난다. 아무리 한의계 주변에 국회의원이 있어 도움을 준다고 해도 한의사들이 직접 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그래서 우리 한의사들이 정치권력을 직접 획득해야 한다. 국회의원 중 한의사가 10명만 되면 입법을 통해 제도를 바꿀 수가 있다. 양의계의 반발이라고 하는 것도 지역에 기반을 둔 국회의원들이 어느 정도 밀고 나가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건 현대 의학을 하는 의사들의 분야를 뺏는 게 아니고 기본적으로 의료에 불편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다. 정치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공감대를 어느 정도 형성해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Q 직장인들의 건강을 위한 꿀팁이 있다면?
‘복식호흡’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 몸에 중요한 것이 심장이 뛰는 것, 그리고 폐가 호흡을 하는 것 두 가지인데, 심장이 뛰는 것은 조절할 수 없고 호흡은 조절할 수 있다.
아기들은 배꼽 밑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원, 또는 단전이라고 불리는 혈자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명치에 있는 횡경막을 내렸다 올렸다 하며 상당히 깊은 호흡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살다보면 뇌 쪽으로 생각할 것이 많아서 점점 기운이 상기돼 호흡 자체가 굉장히 짧아진다.
그래서 호흡을 깊게 하려는 습관이 상당히 중요한데, 깊은 호흡은 ‘수련’을 통해 평상시 연습해야한다. 2시간 정도 수련을 통해 뇌파가 안정적이게 되면 모든 일에 훨씬 더 집중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효용이 나도록 몸이 바뀔 수 있다. 따라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호흡’이라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