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빈 은평구한의사회 회장
지난달 개최된 ‘대한한의사협회 중앙·지부 임원 역량 강화대회’에 참석했다. 서울에서는 서울시회 임원과 여러 분회장이 모여 버스전용 차선을 이용할 수 있는 승합차를 타고 출발해서 오후 6시에 대회장소인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에 도착했다.
대회장의 규모는 ‘그랜드 플라자’라는 이름처럼 아주 크고 넓었는데 하얀색 티셔츠를 입은 전국의 임원들이 자리하고 있으니 적당히 여유로워 보여 규모에 맞는 적절한 장소로 보였다. 정리된 책상과 의자에도 참석자의 이름이 있어 자리를 찾고 앉아 나눠준 대회 자료를 읽으며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행사는 오후 7시에 황만기 부회장의 사회로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의료 환경과 국가의 코로나19 치료 대응에서 소외돼 이중으로 더 힘겨운 상황에서 역량 강화대회를 통해 어려운 한의계의 현실을 극복하자는 홍주의 회장의 울분에 찬 개회사가 눈길을 끌었다.
또한 청주시를 비롯한 충청 지역에서 3선, 4선을 한 여야중진 의원들이 행사장에 직접 참여해 대회를 격려했고,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지원하고 노력해주겠다는 축사가 이어지는 동안 큰 박수와 환호로 응원하는 임원들의 모습에서 1시간여의 축사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한의학, 지금보다 훨씬 더 존중받아야”
축사를 하신 외빈 중 가장 인상적인 분은 엄태영 의원이었다. 제천시장 재직 시에 제천한방EXPO를 개최했고, 시장 자동차 번호판을 일부러 ‘1010’번으로 하였는데 그 의미가 ‘한방한방’이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엄 의원은 한의학이 지금보다 훨씬 더 존중받아 그 결과 한국을 대표하는 의학, K-Medicine이 돼야 한다며 자신의 딸이 한의사이고, 사위도 곧 한의사가 될 것 같다며 한의학에 대한 애정을 듬뿍 쏟아냈다.
그는 또 앞으로 한의사 국회의원이 최소 3명은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실제 전국의 한의사가 가장 염원하는 희망사항을 한의사가 아닌 분께서 직접 말씀해주시니 한편 부끄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곧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박재현 대표위원이 ‘한의과 건강보험 급여기준 및 심사사례’를 주제로 특강을 했으며, 이에 대한 질의응답이 있었다.
이후 홍주의 회장이 직접 한의계의 각종 주요 현안을 상세히 설명했고, 이어 이승언 부회장이 약침 급여화 정책 추진사항을 보고한데 이어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동안 어느덧 오후 10시가 다 됐다.
“중앙·지부 임원간 합치된 결론 나온다면 매우 소중한 성과되었을 것”
이후 잠시 쉬는 시간을 이용해 임시 이사회를 열어 중앙회 임원 및 시도지부장들은 회의를 하고 다른 참석자는 영상물을 바라보며 기다려야 했는데, 그 시간만큼 그냥 쉬기만 했을 뿐이라 돌이켜보니 3~40분의 소중한 시간이 낭비된 것은 아닌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후 황병찬 수석부회장의 사회로 주요 정책사안에 대해 부회장 또는 이사가 설명을 하고, 시도지부 임원들의 질의 응답이 진행되다보니 새벽 1시를 훌쩍 넘겼다. 정책별 설명과 토론을 2시간이 넘도록 진행했으나 워낙 주제가 많다보니 논의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고, 자정이 넘다 보니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졌다. 이후 첫날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혹시나 토론을 더 하고 싶으면 따로 남아 진행하겠다는 안내 방송도 있었다.
한의계의 주요 현안인 15개의 사안을 1~2시간 안에 설명하고 토론하고자 한 것은 주마간산에 불과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주제를 좀 더 축소해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집중 토론이 이뤄졌으면 어떨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가령 가장 중요한 주제 1, 2개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토론하면 2개도 많게 여겨질 수 있고, 그중 1개에서라도 중앙과 지부 임원 간 합치되는 결론이 나온다면 그 한 개도 매우 소중한 성과가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행사 2일차 프로그램은 전날 토론됐던 내용을 밤사이에 자료로 만들어 확인했고, 추가로 몇 분의 자유 발언이 있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안을 토론하려 했던 부작용이 중앙회장과 부산지부장 간의 공개적인 언쟁으로도 나타났다. 사전에 자료공유가 미흡했고, 중앙-지부 직능별 연석회의도 안 됐고, 대회를 준비할 때의 취지와 실행 사이에서 오해가 커 보였다. 중앙과 지부 간의 훨씬 더 많은 대화와 소통의 시간이 필요함을 느꼈다.
필자도 궁금했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 질의했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지난 협회장 선거에서 핵심 쟁점사항으로 현 집행부는 회원 투표로 사업 진행 여부를 재결정하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됐고, 그 공약에 맞춰 전회원 투표를 거쳐 현행 방식대로는 협조하지 않는 입장으로 정리됐다.
한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3명 이라면…
그러나 당초 2,000억 원, 1,0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예산이 줄어들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서두른 정황과 무엇보다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치과 임플란트, 의과 초음파 급여화와 함께 한의 급여확대 차원으로 예산을 배정해 출범하여 의과, 치과는 계획대로 혜택을 보고 있으나 한의계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개선이나 다른 항목으로라도 한의 보장성 관련 예산을 적용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을 물었다.
이에 대해 중앙회장은 첩약 급여화에 원론적으로 찬성하고 있으나 현재 시범사업의 월 청구비는 1억 정도에 불과해 원산지 표시 변경 등 개선사항을 정부에 요구했는데 정부 반응이 없어 사실상 실패한 제도로 여기고 있다는 답을 들었는데, 대단히 아쉬운 사안이 아닐 수 없었다.
행사가 모두 끝나고 폐회선언이 이뤄질 때 언뜻 시계를 보니 10시 10분이였다. 순간 자동차 번호를 “1010”번으로 붙이고 다니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제천한방EXPO를 성공시키고 100년 전 제천 약령시장의 전통을 한방바이오산업으로 계승 발전한 성과로 시장에서 국회의원까지 당선 된 엄태영 의원의 격려사가 떠올랐다.
한의사 출신의 국회의원이 3명이라면 한의학 발전의 해법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대회장을 뒤로 하고 서울을 향해 귀가 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