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재 수 원장
대구 이재수한의원
제14호 태풍 ‘난마돌’의 영향으로 강한 바람이 불고 흐린 날씨다. 오랜만에 앞산공원 자락길의 달비골 평안동산까지 맨발 걷기로 산행을 감행했다. 이곳은 6. 25동란 때 피난을 내려온 평안남도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산 땅으로 여러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터 이다. 그들의 배려에 감사할 따름이다. 쉼터에서 땀도 식힐 겸 해서 참나무 숲으로 울창한 하늘을 쳐다본다. 순간 맑은 숲 소리에 마음을 빼앗긴다.
지난 7월 중순 무렵 범어도서관 ‘BRAVO 마이 라이프 아카데미’ 프로그램 담당자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다름 아니라 저희 도서관에서 문화, 건강, 경제 등 분야별 전문가를 모시는 특강을 준비 중에 있는데 원장님께 강연을 부탁드리고자 연락드립니다”라는 메시지였다. 또한 강의 주제는 <내 인생의 보약(체질 올바르게 알기 등)>으로 건강과 관련된 내용을 요청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2개월 남짓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어떤 내용을 담을지 좀 여유가 있었다. 주제의 의미를 틈틈이 생각하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쉽게 풀리지는 않아 오랫동안 ‘보약’을 화두로 삼고 지냈다. 그럭저럭 시간이 흐르고 강의 하루 전날 ‘인생에서 보약은 무엇일까’라는 의미를 나름 정리하면서 강의 내용을 PPT로 완성했다.
‘내 인생의 보약’이라는 주제에 맞는 내 삶의 경험과 임상을 통한 한의학적 지혜로서 한약(보약)의 의미를 짚어보는 데 포커스를 맞추어 강의하고자 했다.

“우리의 삶에서 나만의 보약이 있다”
이날 강의는 “우리의 삶에서 나만의 보약이 있다. 흔히 ‘잠이 보약’이라고 하는 것처럼 ‘밥이 보약’ ‘운동이 보약’ ‘도네이션(봉사)이 보약’ ‘웃음이 보약’ ‘독서(책 읽기)가 보약’ 등으로 말한다.” 저마다 보약이 의미하는 뜻은 천차만별이지만 결국 ‘행복과 건강’이라는 지혜의 삶을 내포하고 있지 않을까 하고 풀어나갔다.
우리 한의학의 바이블 <황제내경>에도 보약을 삼보(三補)라 하여 심보(心補), 식보(食補), 약보(藥補) 등으로 분류하여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양생의 지혜 속에서 우리의 선조들은 건강과 장수의 삶을 영위하였다.
이처럼 보약은 단순히 몸의 기력을 도울 뿐만 아니라 면역력을 회복한다는 의미를 지녔다. 신체의 조화와 균형으로 정기인 면역력을 높여 예방의학의 개념인 ‘병이 오기 전에 다스린다’ 는 ‘치미병(治未病)’ 사상으로 귀결된다.
결론적으로 몸의 정기를 유지하려면 긍정적인 사고와 겸손과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청부(淸富)의 삶을 통해 이타(利他)하는 마음, 올바르고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태도, 독서의 생활화 등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올바른 행위가 결국 나에게 마음과 몸을 도우는 보약이 된다. 그래도 우리네 인생에서 가장 좋은 보약은 자신에게 위안이 되고 평안한 마음이 되는 심보(心補)를 최우선에 두고 싶다. 이러한 태도는 삶의 최고의 덕목이고 공동의 가치라 여겨진다.
인생의 생로병사(生老病死) 속에서 한의학의 지혜인 보(補)의 의미를 깨닫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 까닭은 우리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이기에.
“홀로 아름다운 것은 없다”
강의 끝에 문수현 시인의 ‘홀로 아름다운 것은 없다’를 낭송했다.
“산이 아름다운 것은/ 바위와 숲이 있기 때문이다
숲이 아름다운 것은/ 초목들이 바람과 어울려/ 새소리를 풀어놓기 때문이다
산과 숲이 아름다운 것은/ 머리 위엔 하늘/ 발밑엔 바다/
계절이 드나드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은/
해와 달과 별들이 들러리 선/
그사이에 그리운 사람들이/
서로 눈빛을 나누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 강의를 블로그에 게재하고 난 후 따뜻한 공감의 피드백을 받았다. “보약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도 누군가에게 보약이 될 수 있게 살아야겠습니다.” 진정한 보약은 남을 도우는 삶 속에서 나에게 보약이 되지 않을까. ”남을 도우는 삶이 진정 자신에게 보약이 된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