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류판동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국내 수의학분야 교육과정과 교육제도의 발전을 견인하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1991년부터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인재 양성에 나섰으며,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장과 아시아수의과대학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를 넘어 아시아 각국의 수의학 교육 교류 및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서울대 재임 중에는 한국 수의과대학협회,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 등을 설립했으며, 서울대 반려동물교육병원 건축, 서울대 수의학교육의 국제인증을 주도하며 성과바탕 수의학교육모델을 정립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의약 분야의 경락경혈의 해부학구조로 알려진 프리모순환계 조직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며 발표한 다수의 논문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에는 국제산소전달학회 회장으로서 제46차 연례학회를 서울에서 개최하였으며, 같은 해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International Scientific Acupunture and Meridian Symposium의 공동조직위원장으로서 국내 한의계의 연구성과를 세계에 알렸다. 아울러 2018년부터 현재까지 한의계 국제학술지 Journal of Acupunture and Meridian Studies(JAMS)의 편집위원장으로 경락경혈 연구 발전과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음은 류판동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2021 한의혜민대상의 특별상을 수상하게 됐다. 소감은?
A. 우연한 인연으로 시작된 한의학 관련 학술 활동에 대하여 이런 큰 상을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영광스런 상을 주신 대한한의사협회와 한의계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 영광을 제가 한의학과 인연을 맺게 하여 주시고 지난 11월 타계하신 소광섭 교수님 영전에 바친다. 또, 그 인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기회를 주신 대한약침학회 안병수 회장님께도 감사드린다. 미력하나마 남은 생 한의학의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Q. 한의계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A. 1968년 초등학교 때 중풍으로 쓰러진 아버님께서 침 치료를 받고 걷게 되었다. 되돌아보니 그것이 첫 인연이었다. 2008년 말 JAMS에 투고된 소광섭 교수님의 논문을 심사하며 프리모순환계(당시는 ‘봉한관’으로 알려져 있었음)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2009년 2월 26일 서울대 졸업식이 있던 날 서울대 자하연 연못가 식당에서 소 교수님을 뵙고 프리모조직에 대한 가르침을 청했다.
이후 관련 연구를 지금까지 수행하고 있다. 2010년에는 한의학에 대하여 배우기 위하여 한국전통수의학회에서 제공하는 ‘전통수의학’ 연수 과정을 수료하였다. 2018년 서울과 뮌헨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며 한의학과 프리모순환계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이어서 대한약침학회에서 발행하는 경락경혈학 전문 국제학술지, JAMS 편집을 맡게 되었다.
Q. 경략경혈 연구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A. 프리모순환계 조직을 처음 발견한 김봉한 선생은 이 조직이 ‘경락경혈의 해부학적 실체’라 주장했다. 따라서 프리모순환계 조직과 경락경혈과의 관련성을 확인하고 싶었다. 전기생리학분야 연구자로서 프리모순환계 조직을 통한 정보전달기전을 전기생리학적으로 규명하는데 관심이 갔다. 궁극적으로 이 연구가 경락경혈을 통한 정보전달에 대한 힌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Q. 프리모순환계가 경락경혈의 생체 조직이라 할 수 있는가?
A.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산발적이지만 프리모조직은 경혈 부위 조직의 특성과 유사함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경혈 조직과 프리모순환계 조직의 세포조성이 서로 유사한 점, 경혈(BL23)에 주입된 염료가 복강 내 프리모조직에서 발견되는 점, 그리고 랫드 복부 피하 프리모순환계 조직의 분포가 경락의 분포와 유사한 점 등이다. 그러나 현재까진 프리모순환계와 경락경혈의 관련성에 대하여 관련 연구가 너무 부족하여 설득력 있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Q. 수의학 분야에서도 한의약의 활용 가능한가?
A. 한방수의진료에서 침, 뜸, 약침 및 한약이 이용된다. 서울대학교동물병원의 경우 전통수의학 전문교육을 받은 전임교원 1명과 6명의 임상수의사가 한방 2차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다수의 동물병원이 한·양방 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방진료만 전문으로 제공하는 동물병원도 있다. 이들 수의사는 한방수의학 교육을 국내 수의과대학, 전통수의학회, 미국의 한방수의전문 대학에서 습득한다.
Q. JAMS 편집위원장으로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A. JAMS는 한의학 중에서도 경락경혈에만 전문화된 국제학술지로서, JAMS는 경락경혈에 대한 국내외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창구이다. 편집위원장으로서 게재되는 논문의 질을 높이고 논문 투고 후 게재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여 국제학술지로서 JAMS의 위상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수명의 부편집인들이 헌신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경락경혈학의 기초와 임상 분야 학술적인 측면만 아니라 경락경혈(학)과 관련된 사회경제, 인문학 등 제반 측면의 현안에 대한 소통과 기록의 창구로서 역할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수의학계의 국제학술지 Journal of Veterinary Science(JVS)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의계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와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가?
A. JVS는 수의계 종합학술지(5년간 impact factor 1.904)로 수의학 모든 분야의 논문을 게재한다는 측면에서 JAMS와 스코프가 다르다. 연 6회 발간하는 점은 JAMS와 같으나 한호 당 발간하는 논문의 수가 14~15편으로 JAMS보다 많다. 재정 측면에서 JVS는 거의 게재료로 운영되고 있으나 JAMS의 경우 주로 대한약침학회의 지원으로 운영된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JAMS는 투고된 논문이 게재되기까지 여러 차례 수정(revision)과정을 거친다는 점이다. 이는 JAMS 발간에는 편집진들의 많은 숨은 노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길게 볼 때 한국 한의학의 선도적 위상과 저널 스코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JAMS의 국제적인 위상이 더 빠르게 높아 질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