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회가 지난 24일 ‘성남시 한의약 육성 조례’를 제정하면서 한의약 육성 방안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조례를 대표발의한 조정식 의원은 “한의약육성법 제3조에 따라 국가의 시책과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한의약 육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성남시민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제정된 조례에는 △한의약 육성의 기본방향에 관한 사항 규정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의 수립·시행 등에 관한 사항 규정 △지역계획 수립의 협조에 관한 사항 규정 △한의약 건강증진 및 치료사업의 추진 등에 관한 사항 규정 △사무의 위탁, 재정지원 및 홍보에 관한 사항 규정 등이 담겼다.
광역자치단체 17곳 중 서울시 등 7곳 제정
‘한의약 육성 조례’는 시·도 광역자치단체 17곳 중 7곳이 먼저 제정하면서 기초자치단체로 확산돼 가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 서울특별시의회를 시작으로 지난 2019년 7월에는 경기도의회가 한의약 육성 조례안을 제정했다. 같은해 10월에는 대구광역시의회가, 12월에는 부산광역시의회가 한의약 육성 조례안을 각각 제정했다.
지난해에는 대전광역시의회와 인천광역시의회가 각각 6월 19일, 26일 한의약 육성 조례안을 제정해 한의약 육성 발전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9월에는 울산광역시의회가 한의약 육성 조례를 제정했다.
이들 조례는 지난 2003년 제정된 ‘한의약육성법’을 기초로 각 지자체 실정에 맞는 조항들로 구성됐다.
앞서 한의약육성법에서는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 및 한약사(韓藥事)를 말한다”고 정의해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한의의료행위를 펼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각 조례안에서는 △시장의 책무 △한의약육성의 기본 방향 △한의약육성 계획의 수립·시행, 계획 수립의 협조 △한의약 건강증진 및 치료사업의 추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조례를 제정한 7곳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시장의 책무를 분명히 규정해 한의약 육성을 위한 정책 추진의 근거를 심었다.
서울시의 ‘한의약 육성을 위한 조례’ 제3조(시장의 책무)는 ‘서울특별시장은 국가의 시책과 서울특별시의 특성을 고려하여 한의약기술 진흥시책을 세우고 추진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해 한의약 육성 계획에 주체적으로 나서야 함을 명확히 했다.
경기도도 ‘한의약 육성을 위한 조례’ 제3조를 통해 도지사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대구광역시와 부산광역시의 관련 조례에서도 각각 시장의 책무 또는 시의 책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대전광역시는 한의약 육성을 위하여 추진할 수 있는 사업도 명시했다. 조례안에서는 △건강증진 및 치료사업 △한약시장 육성 △한방 특화 상품의 개발 △한의약 정보제공 및 홍보 △그밖에 한의약 육성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른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한의약 관련 법인 및 단체의 예산 범위에서 필요한 사업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인천광역시는 한의약 관련 전담부서를 설치하거나 전문인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해 한의약 육성을 위한 시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사항들을 조례에 규정했다.
실제 최근 추진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 치매 치료 지원사업 등은 바로 이 ‘한의약 육성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각 광역자치단체의 실질적인 한의약 지원사업으로 연계되고 있어 관련 조례의 유무는 지자체의 한의약 육성 지원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역사회 한의약 사업 확대에 효과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조례 제정이 뒤따르고 있지만, 기초자치단체 역시도 한의약 육성 조례 제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민과 군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예방의학에 강점이 있는 한의약 육성이 각 지자체마다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기초자치단체 226곳 중 성남시까지 총 6곳이 한의약 육성 조례를 제정한 상황.
용인시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장정순 의원은 “지난 2012년부터 용인시한의사회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용인시 청소년 월경곤란증 한의약 치료 지원사업’의 만족도가 높아 한의약 사업 확대를 위해 조례까지 제정하게 됐다”며 “한의약을 활용한 건강증진사업은 예방의학적 측면과 질병 수요에 맞춤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또 안양시의회 최병일 의원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의료비용 증가와 사전적 예방의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시민들의 건강증진과 생애주기별 의료 및 의약에 대한 선택의 폭도 다양해져야 한다”며 “한의약과 의약의 의료 경계를 넘어 안양시민의 건강증진을 도모하고, 공공보건의료의 체계를 갖추고자 제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전담부서 신설 등 실효성 갖춰야”
또 한의약 육성 조례가 사업적으로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자체 내 한의약 전담부서 신설과 실질적인 한의약 육성 사업의 추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구광역시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최고(最古)의 약령시’라는 브랜드 가치와 한의약 관련 전통 한방문화와 산업을 계승·발전시키고자 조례에 실제적인 법적근거를 마련했다.
한의약기술 관련 지역특산물 또는 지역생산제품 등을 생산전시 또는 판매하는 기업에 대해 ‘대구광역시 공유재산관리 조례’에 따라 대부료 또는 사용료를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지역 내 한의약 특화 산업이 없는 지자체가 많은 만큼 관내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의 활성화를 통해 한의약을 육성해나가야 되는 상황. 그런 만큼 이를 실행할 전담 인력과 부서 확보가 중요하다.
이에 대해 한의약 육성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경기도의회 최종현 의원은 “조례가 제정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한의약 정책 전담부서가 존재하지 않고 있음에도 경기도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한의약 공공의료사업 전담부서 설립을 강조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안덕근 홍보이사도 “각 지자체의 한의약 산업을 육성하고 한의약 공공의료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를 진두지휘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며 “생애주기에 따른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을 실행하려 해도 기초단체별로도 보건소별로 분절돼 있어 효율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