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일 ‘도쿄 패럴림픽’ 탁구 여자단식(스포츠 등급 1-2) 결승전에서 ‘한국 장애인 탁구 스타’ 서수연(광주시청) 선수가 대회 첫 은메달을 대한민국 품에 안겼다. 의료사고로 얻은 장애를 치료하던 중 우연히 탁구를 접하게 된 그는 피나는 노력 끝에 현재 세계랭킹 3위에 올라있다. 도쿄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그는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목표였는데 도쿄에서 그 꿈을 이루지 못해 아쉽다”며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에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포기하지 않겠다. 다음에 개최될 ‘파리 패럴림픽’에서는 꼭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밝혔다. ‘후회하지 말자’는 좌우명 아래 ‘파리 패럴림픽’ 금메달을 조준하고 있는 그로부터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Q. ‘도쿄 패럴림픽’ 이후 근황은?
‘도쿄 패럴림픽’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게 엊그제같다. 요즘은 비대면 방송출연과 인터뷰, 장애인체육 홍보(하나금융과 함께하는 KPC 및 장애인체육홍보관 행사) 등으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를 가능토록 배려해준 소속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운동을 통해 내 소임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인 선수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가 건강하게 운동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패럴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도 장애인스포츠를 응원하고 지원해주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Q. 평소 일과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다가오는 전국체전을 위해 소속팀에 출근해서 훈련도하고 있고, 치료에도 전념하고 있다. 평소 훈련은 근무스케줄대로 실시되며, 오전 2파트, 오후2파트로 하루 총 4파트가 진행된다. 대개 1파트는 1시간을 가득 채운 운동 시
간에 30분이라는 휴식시간까지 더해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주 5일을 이렇게 훈련을 하며 보내고 있다. 평일에는 이처럼 훈련에 맞춰 생활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치료도 받고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한다.
다만 아쉽게도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야외활동은 자제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대학교 공부를 시작해 많은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Q. 광주시청 팀이 이번 패럴림픽에서 24개의 메달 가운데 7개를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무래도 팀 코치님들의 풍부한 경험들과 광주시청 팀만 사용할 수 있는 훈련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코치님들께서 각각의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맞춤식 훈련을 지향했던 것이 좋은 성적
으로 이어졌다. 또한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훈련의 연속성이 바탕이 돼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또 광주시청 팀 전 선수의 기량이 높다는 점 역시 시너지를 일으켰다. 국내에서 1~2위에 랭크됨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상위 랭커들로 구성돼 있어 연습의 퀄리티가 매우 높다. 이번 패럴림픽에는 광주시청 탁구팀 소속 선수 6명 전원이 국가대표로 선발돼 △남자 개인전 은메달(김영건 선수) △여자 단체전 은메달(서수연 선수) △남자 단체전 은메달(김정길·김영권 선수) △남자 개인전 동메달(남기원 선수) 등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Q. ‘리우 패럴림픽’에 이어 이번에도 결승전에서 리우징 선수와 맞붙었다.
처음부터 결승에 올라간다면 리우징 중국선수를 만날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다. ‘도쿄 패럴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3명의 선수를 집중적으로 공부해 준비했고, 그 가운데 한 명이 리우징 선수였던 것이다. 이 선수와는 ‘리우 패럴림픽’에서 맞대결을 한 경험이 있고, 당시 나는 리 선수에게 패해 은메달에 그쳤었다. 그는 평상시 내가 득점으로 생각하는 코스의 공을 잘 받아냈던 걸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 부분에 더욱 디테일한 연습을 했다. 또한 리 선수의 강점인 서브를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 영상으로 익히고, 코치님들께서 그 선수의 스타일을 재현해 연습을 도와주셨다. 이번 패럴림픽 결승전에도 리 선수와 맞붙게 됐지만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셨다. 경기를 마치고 나서 리 선수와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으면서 농담 삼아 재경기를 하러 가자고도 했다(웃음). 리 선수가 행복 문구가 새겨진 빨간 소 모양의 열쇠고리를 선물로 주더라. 나는 “이 선물을 받았으니 다음 경기에서는 내가 1등을 할 수 있는 것이냐”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은퇴를 고민중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다음 결승전에는 내가 이겨야 하니까 은퇴를 조금 미뤄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웃으며 “알겠다”고 답하더라.
Q. 탁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리우 패럴림픽’을 목표로 한창 준비하고 있을 때, 유럽대륙으로 2개의 대회에 참가하고자 처음으로 아시아권을 벗어나 유럽으로 떠났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한 번도 마주하지 못했던 유럽권 선수들은 어떤 기술을 겸비하고 있는지, 그런 선수들 가운데 내가 경쟁력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긴장도 많이 했고, 걱정도 많았지만 2개 대회에서 개인·단체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고,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대회에서도 통할 수 있구나’라는 확신이 생겼던 순간이었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패럴림픽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코로나19로 인해 훈련을 시작하기까지의 과정들에 있어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늘어났다. 이는 시간을 뺏어감은 물론 훈련 루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또한 크고 작은 부상들로 인해 전반적으로 몸 컨디션이 온전치 못했다. 이 때 한의치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선수촌에서부터 선수들의 몸을 관리해주신 제정진 원장님께서 이번 패럴림픽의 한의사 주치의로 동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안심이 됐다. 평소 한·양방 치료를 병행하고 있지만 양방으로 해
결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한의치료가 도움이 될 때 신기한 마음이 든다. 또 한의치료가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내 몸은 경직이 많고, 잡아당기고 꼬이는 힘들이 많은데 특히 제 원장님께서 침 치료를 해주시면 좋은 효과가 나타났다.
제 원장님께서는 치료를 받은 전·후 내 몸의 상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주신다. 한의치료 덕에 호흡의 향상과 어깨의 가동범위가 넓혀졌으며, 힘을 사용할 때 몸의 중심이 무너지는 문제 등을 해결해주셨다. 이와 함께 몸에 힘이 빠지질 않아 잠을 제대로 못 자곤 했는데 이마저도 많이 좋아졌다. 한의치료를 받으면서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동작들을 행할 수 있음에 항상 신기하고, 그만큼 다른 치료로 대체될 수 없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치료받을 부위가 넓어 많은 시간들을 치료에 할애했고, 치료를 받으면서 아팠던 적도 너무 많았다. 하지만 제 원장님께서 치료해주신 덕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당장 내년에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있어 다시 한 번 구슬땀을 흘릴 때다. 부상 없이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목표다. 나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국위선양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앞으로도 장애인스포츠에 대한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고, 여러 분야에서 수고하고 계시는 한의사 선생님들께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