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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8일 (목)

한의사의 역할과 사명 中

한의사의 역할과 사명 中

의사 16만 양병설(醫師 十六萬養兵說)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등에서 의료기기 인허가, 품질향상 및 사후관리 등에 관한 강의와 교육 설계에 나서고 있는 임수섭 교수에게 한의사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의견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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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섭 교수

여주대학교 의료재활과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의 재난 앞에 민·관·협이 합심한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방역과 보건에서 놀라운 성취를 이뤘을 뿐만 아니라, 경제 활동이나 사회 안정에 있어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이 과정에 우리나라 의료진의 활약은 눈부시다 못해 눈물겨울 정도로 희생과 헌신의 모범을 보여주었는데, 옥에 티와 같은 전공의 파업과 의사시험 거부 사태만 없었다면 위대한 역사로 기록되기에 부족함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한의계 역시 대구 한의진료센터, 서울 한의진료센터 등을 개소하고 전화를 통한 비대면 진료, 환자 증상과 병증에 따른 한약 처방 및 복약지도서 작성, 한약 배송에 이은 복약, 예후 관리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 환자의 특징적 증상인 미각·후각 상실 환자에 대한 ‘향낭’ 처방,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의 주된 증상인 우울증과 불면 증상에 대한 ‘코로나19 마음 건강법’ 등의 적용을 통해 환자의 질병 회복 후 삶의 질 개선과 정신 건강까지도 돌보았다. 


이러한 한의사의 노력과 활약이 법정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되지 않는 등 공식적인 국가방역체계로 인정받지 못하고, 전염병에 대한 전문성 결여 등을 이유로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가 반대하는 가운데 어렵게 이뤄진 것을 보면서, 필자는 문득 약 400여 년 전의 임진왜란이 떠올랐다. 

정규군으로 나름 합당한 대우와 인정을 받으면서 본래의 소임을 다해낸 관군이 의사라면, 조정의 지원도 없이 자비를 털어 자발적으로 일어나 왜군과 싸워서 관군 못지않은 전공을 세웠지만, 오히려 조정의 견제를 받고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의병과 승병이 한의사가 같다면 과한 비유일까? 국가 대재난 사태 앞에서 의료 인력의 부족을 돕겠다고 나섰으나 감염을 다룰 의료인 자격이 없는 것으로 폄하 당하고 한약 장사한다고 의심받는 한의사에게서 전 재산을 털어 왜군과 싸우는 데 일신을 바쳤으나 공신으로 인정받기는커녕 유배까지 당한 곽재우 같은 의병장이 연상 되었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한의사의 슬기로운 활용’이 긴요한 시대

 전쟁에서 적을 초기 제압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조직화된 정예 전력이 필요하고, 전쟁이 장기화 되어 총력전 개념으로 흘러갈 경우에도 정예 전력과 이에 준하는 대체 전력의 충분하고 지속적인 공급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를 방역에 대입시켜보면 이러한 정예 전력 혹은 이에 준하는 대체 전력은 의사, 간호사 등과 같은 의료진인데, 이번 코로나 사태 동안 이들에게 거의 임계치에 다다르는 부하가 걸린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 보다 더 치명적인 사건(예컨대 초급성의 치사성 전염병이나 대규모 전쟁 등)이 발생할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의료와 방역 체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리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즉,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자원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환자에 대한 3분 남짓한 극도로 짧은 진료 시간과 간호사에게 의료법 위반인 PA(진료지원인력) 업무를 분담케 하는 방법 등으로 겨우 버티고 있을 뿐이다. 즉, 그 자랑스럽다는 OECD 최상위권의 환자 1인당 수진 횟수와 병상 이용일도 의료법뿐만 아니라 노동자 권리까지 어기면서 이룬 결코 떳떳하지 못한 결과이자, 사상누각과 같이 부실한 기반 위에 이뤄진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사 정원을 늘리는 데에는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국가 보건 및 방역 체계 개선과 국민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분명 현재보다 많은 수의 의사가 필요한데, 기존 의사의 권리와 애로사항도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려면 의대 증원과 공공 의대 신설이라는 국가적 대규모 장기 투자가 필요함과 동시에 기존 의사에게도 부담을 주는 방법 대신, 이미 그들 못지않은 자격을 갖추고 있는 다른 기존 의료인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방법의 중심에 우리 한의사가 있다. 현행 의료법 상에도 한의사는 ‘의료인’이고, 한방병원은 ‘의료기관’이다. 의사 위주의 현재 의료 체계 안에서도 의사 다음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것이 한의사이며, 2000년에 달하는 오랜 임상적, 실증적 역사를 통해 양의학의 대안 혹은 보완제로서 현재도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고, 잠재력은 그보다 훨씬 클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 의학의 또 다른 첨병도 한의사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한의사를 지금보다 더 활용해야 하고, 지금보다 더 한의사와 한의학의 잠재력을 키우는데 투자해야 할 것이다. 만약 연초에 대구, 경북에서 코로나가 급증했을 당시, 대구·경북에 있는 9개 한방병원과 560개 한방 병상을 활용했다면 대구·경북 코로나 상황이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정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의사와 병원의 살인적인 업무량과 불필요한 희생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즉, 한의사의 적절한 활용이 의사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바야흐로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위해 ‘한의사의 슬기로운 활용’이 긴요한 시대가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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