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김대영 기자]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방역의 일환으로 비만을 다뤄야 하며 과체중은 감염자들을 더 심각한 합병증과 죽음의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한 영국정부는 국민 건강증진을 위한 캠페인 및 대책을 마련할 방침으로 먼저 정크 푸드 광고 규제에 나섰다.
27일 영국 언론은 유해식품으로 분류한 설탕 가공식품 및 패스트푸드 제품군의 TV 광고를 오후 9시 이전에 금지할 예정이며 이 조치를 온라인상에도 확대 적용하는 여부를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 계산대 근처에 초콜릿, 튀긴 과자, 설탕 가공식품의 배치도 금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영국 공중보건기구(PHE)가 기존 연구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비만이나 과체중인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이나 심각한 질병의 위험이 증가했다고 발표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BMI가 30을 넘는 사람은 비만으로 분류되는데 체질량지수(BMI)가 30~35인 사람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이 40% 증가했으며 BMI가 40 이상인 사람은 건강한 체중을 지닌 사람보다 무려 사망 위험이 9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비만한 사람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와 대한비만학회 편집위원회(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남가은 교수,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정창희 교수,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구보경 교수) 공동 연구팀이 코로나19와 비만과의 관련성을 규명한 연구결과를 대한비만학회 공식 학술지 ‘Journal of Obesity & Metabolic Syndrome(비만과 대사증후군)’에 발표한 것.
이 연구에 따르면 중국 원저우 3개 병원에서 코로나19로 진단된 초기 214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 지방간 및 비만 환자는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성이 약 6배 높고 예후 역시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3개 병원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도 체질량지수(BMI) 35㎏/㎡ 이상 중등도 비만 환자가 중환자실에 더 오래 입원한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 13개 병원에서 발표된 보고에서도 코로나19를 진단받은 환자의 40%가 BMI 25㎏/㎡ 이상 비만에 해당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를 통해 고령, 당뇨병, 심혈관질환, 흡연과 함께 과체중 및 비만한 사람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할 뿐만 아니라 더 심각한 경과를 밟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아산병원 정창희 교수는 “비만일 경우에는 코로나19에 대항할 수 있는 면역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지방세포는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인터루킨-6을 분비하는데, 이러한 염증매개물질인 사이토카인의 과도한 분비가 결국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켜 합병증 발생 위험을 높이고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남가은 교수는 “비만 환자는 만성적으로 염증 반응 및 산화스트레스에 취약해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이 높다”며 “이로 인한 사이토카인의 과도한 분비가 결과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으로까지 이어지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만은 염증 기전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예를 들어 비만한 경우에는 올바른 마스크 착용이 어렵고, 기계 호흡 등 중환자실에서의 치료가 힘들어져 사망률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비만인 사람은 코로나19 유행 시기 동안 신체 활동을 덜 하려하는 경향 역시 연구를 통해 확인된바 있으며 나아가 방역 정책으로 인한 운동 공간 제한과 사회적 제약이 더해서 신체활동 감소로 이어 진다는 점도 문제다.
비만 환자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을 앓고 있다면 기존 치료 약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당뇨병 환자 역시 복용하던 약을 통해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 하는 것이 좋다. 혈당이 높을 경우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증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지혈증 약제인 스타틴 역시 항염증 및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와 이로 인한 사망률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임의로 중단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과 그에 따른 방역 조치들로 인해 비만한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인에서도 ‘확찐자’라는 소리가 유행할 정도로 요즘은 체중관리가 힘든 시기”라며 “실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규칙적인 운동, 패스트푸드나 배달 음식보다는 건강한 식단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코로나19의 위험 요인인 비만을 줄이는 가장 슬기로운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