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 치료에 대한 주민분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한의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 높고, 특히 통증 관리에 큰 효과가 있어 환자분들은 거의 한의 치료를 받고 싶어 하시죠. 욕구 조사 후 통증관리가 필요한 노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라 만족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15일 충북 진천군 주민복지과 소속 채은경 간호사는 ‘퇴원 외래환자 발굴사업’에 한의 진료가 포함된 데 대해 이렇게 말하면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에 한의약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 사업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돼 해당 전문 인력의 적극적인 참여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도서지역, 저소득층 등 의료소외계층의 의료 접근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 사업 내 한의 진료의 효과가 부각되고 있다. 거동이 힘들어 병원에 가지 못하던 의료소외계층의 병원 방문이 코로나19 장기화로 더욱 어려워지자, 가정에 방문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한의 치료의 장점이 더욱 선명해지면서다.
지난달 23일부터 재개한 진천군의 ‘엄마손길 통증관리 서비스’는 65세 이상 병원 퇴원자 중 질환이나 수술로 통증을 느끼고 있거나, 장기요양등급자로 만성질환 등이 있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이들 환자의 통증을 관리하기 위해 한의사가 가정을 방문해 침· 뜸 등 한의 진료와, 건강한 근·골격을 위한 한의학적 양생법 교육 등을 제공한다. 진천군은 진천군한의사회와 진천군과 협력해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환자는 1회당 이동시간을 포함해 최대 60분간, 주2회씩 4주에 걸쳐 총 8회의 한의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사업은 대상자에게 사전 기초 설문을 한 후 통증 부위를 파악해 진료하고, 이후에는 관리와 만족도 조사를 통해 개선할 점을 파악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이 서비스는 통증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과 우울감을 개선해 삶의 만족감을 제고하고, 전문 한의 서비스를 통해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을 회복해 어르신의 행복한 노후 생활을 영위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진천군은 엄마손길 통증관리 서비스 외에도 ‘퇴원환자 발굴사업’을 통해 지역병원과 연계한 돌봄사업을 진행 중이다. 퇴원을 앞둔 어르신은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 추가로 한의 진료 제공 여부에 대해 선택할 수 있다. 채은경 간호사는 “한의 진료에 대한 어르신들의 만족도와 신뢰가 높아서, 한의 진료 제공 여부를 물으면 대체로 받겠다고 답하는 편”이라며 “실제로 만족도와 효과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어르신이 쉽게 이용하는 경로당을 거점 돌봄센터로 지정해 한의 진료를 제공하는 ‘약손 한방 관리 서비스’도 호응이 좋은 편이다.
◇높은 접근성과 만족도, 한의 치료 강점…합리적 수가체계 마련은 과제
엄마손길 통증관리, 퇴원환자 발굴사업은 정부가 주도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 사업은 주민이 현재 거주하는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보건·의료·요양·돌봄 등을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정책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법을 제정하고, 기본계획에 노인 대상의 방문의료 서비스를 포함했다. 여기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해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의료를 제공하고, 시군구에 ‘주민건강센터’를 설치해 노인을 위한 방문 건강관리 서비스를 확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한의서비스로는 노인대상 만성 관절염, 거점형·가정형 방문진료, 퇴원환자 방문의료사업, 경로당 주치의 사업 등이 있다. 2019년 현재 복지부 통합 돌봄사업 16개 지역 중 10개 지역에서 한의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 중 9개 지역이 방문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성수현 한국한의약진흥원 공공정책팀장은 “지역사회 통합돌봄사업에서 한의약 방문진료 서비스는 진단과 치료 연계로 즉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징이 있다”며 “한의 치료 제공 담당자가 생각하는 한의 서비스의 강점으로는 높은 접근성과 효과성, 높은 호응도와 만족도, 사람과 예방 중심의 접근성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지난해 11월 방문의료의 일환으로 한의 진료를 제공한 기관에게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한의약 서비스는 부작용이 적어 부담이 없으며 한의사에게 직접 질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유익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의 치료를 운영하는 한 장애인 진료소는 “한의 치료는 장애인의 신체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장기적으로 전체적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답했으며, 출산 후 산모에게 한약을 지원했던 한 보건소는 “한약을 복용한 환자가 몸의 활력을 빠르게 되찾아 육아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다른 보건소는 “진료에 필요한 장비를 휴대하기 용이하며, 방문시 충분히 상담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도 큰 강점”이라고 했다.
사업 참여자와 전문가는 한의 치료가 지역통합 돌봄사업에 활용되기 위해 한의계의 자발적인 참여 외에도 수가 등 지원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덕희 진천군 주민복지과 팀장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의사에 대한 구체적인 수가 제공 기준이 없어 임의로 수가를 책정한 점이 아쉬웠다”며 “현행 제도에서 이과의 일차의료 왕진 시범수가에 준하는 수가 책정 등 수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수현 팀장은 “한의약 방문진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역 한의사회의 사업에 대한 참여 의지와 한의치료에 대한 만족도 등 한의 서비스에 대한 지역주민의 수요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