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강환웅 기자] 메니에르병은 발작성으로 나타나는 어지럼증, 청력 저하와 함께 이로 인한 귀 먹먹함, 이명 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질병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내림프액의 흡수장애로 인한 내림프 수종과 알레르기가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 같은 메니에르병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메니에르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7만6259명에서 2018년 15만4283명으로 지난 8년 사이 2배나 증가했다.
처음에는 귀 먹먹함으로 시작…어지럼증 매우 심해
처음부터 어지럼증과 청력 저하가 같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둘 중 한 가지만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초기에는 저음역에서 심하지 않은 청력 저하가 나타나므로 단순히 먹먹하다고만 느끼고 넘어가기도 하는 경우가 빈번해 청력검사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어지럼증은 심한 경우 오심, 구토와 함께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정도로 발생하게 된다. 처음에는 증상이 나타났다가 없어졌다가 반복하다, 병이 진행되게 되면 증상이 더 심해지고 더 자주 반복된다. 처음엔 한쪽 귀에서만 나타나다가 양쪽 귀 모두에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경우도 20∼50% 정도 된다.
높은 습도와 낮은 기압 '악영향', 여름철에 더욱 악화
최근 한 연구에서 높은 습도와 낮은 기압이 메니에르병의 증상 악화에 영향을 준다고 발표된 바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고온다습한 여름 날씨 자체가 메니에르병에는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민희 교수(강동경희대병원 한방이비인후과)는 "외부 기압이 낮아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내이의 압력이 심해지는 것, 습도가 높을수록 음속이 높아지는 것 등이 원인으로 생각되어진다"며 "따라서 메니에르병을 진단 받은 적이 있다면 습하고 기압이 낮아지는 여름에서 가을까지와 비가 오는 날에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양방에서는 메니에르병 치료시 내림프 수종을 줄이기 위해, 이뇨제를 사용해 소변을 많이 배출함으로써 전신 수분을 감소시킨다. 반면 한의치료에서는 수분의 양보다는 수분의 분포 이상에 초점을 맞춰 수분대사에 관여하는 영계출감탕, 오령산, 시령탕 등 한약을 사용한다. 실제 'J Ethnopharmacol', 'J Physiol & Pathol Kor Med'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여러 한약처방이 아쿠아포린의 차단을 통해 수분대사를 조절한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또한 귀 주변의 침과 뜸 치료는 내이 주변의 혈류를 개선시켜 내이의 기능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J Ethnopharmacol 등 저널서 한약 효과 '입증'
메니에르병의 목표는 완치가 아닌 증상의 조절이다. 완치가 없다는 말이 무섭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치료와 관리를 잘하면 거의 증상 없이 사실상의 완치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다.
특히 양방치료가 잘 듣지 않는 경우 한의치료도 적극 고려해볼 수 있으며, 이미 일본에서는 메니에르병에 대한 한약의 유효성이 인정받아 메니에르병 진료가이드라인에서 한약 사용을 추천하고 있다.
김민희 교수는 "한약은 수분대사를 활성화시켜주며 침, 뜸, 물리치료 등은 귀 주변의 미세혈관 순환을 촉진시켜준다"며 "양약을 쓰면서도 어지럼증이 반복되거나 청력 저하가 돌아오지 않는 경우, 한의치료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짜고 단 음식도 증상 악화…식습관 관리도 중요
이밖에 메니에르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내림프액의 '수종'인 만큼 식생활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염식이다. 짠 음식을 전혀 안 먹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 어려우므로, 최대한 소량을 먹어 하루 총 나트륨 양이 많아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좋다.
또한 술과 고당분 음식 섭취도 수분의 정체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좋지 않으며, 충분한 수분 섭취는 도움이 된다. 커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실한 연구결과는 없지만 카페인은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혈관을 수축시키므로 하루 1잔 이하로 옅게 먹는 것이 추천되며, 흡연 및 스트레스, 과로 또한 말초 혈류장애의 원인이 되는 만큼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