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 눈으로 증명해줄 수 있어 반드시 필요해”
의료기기는 과학자가 개발…우리는 왜 못쓰나
경희일생한의원 김가람 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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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일생한의원 김가람 원장.[/caption]
[한의신문=최성훈 기자] 일선 한의원에서의 혈액검사 사용 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가 지난 11일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위한 범한의계 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선언한지 열흘만이다.
첩약 급여화를 앞두고 한약 투약 전과 후의 안전성, 유효성 확보를 위해 가장 먼저 사용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금도 한의사의 혈액검사와 혈액검사기 활용은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 상으로는 가능하지만, 건강보험 청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필요 시 한의사가 자비 부담으로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불합리한 상황.
이 가운데 혈액검사기를 자비로 들여와 한약 복용 전·후 데이터 축적해온 한의사가 있다. 바로 김가람 원장(경희일생한의원)이다.
그는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한약 먹으면 간에 나쁘다’는 속설을 없애기 위해 혈액검사기를 도입했다.
김 원장은 그렇게 혈액검사 예찬론자가 됐다. 김 원장이 밝히는 제일 좋았던 점은 한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믿음이 더욱 굳건해졌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혈액검사의 장점을 주변에 설파하고 다녔다. 그 결과 그의 동료원장 6명도 원내에 혈액검사기를 도입했다.
그런 만큼 김 원장은 이번 한의원 혈액검사 사용 운동에 대해서도 “협회에서 그런 행동을 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그런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이 급여화를 이루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가람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혈액검사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환자들이 ‘한약 먹으면 간수치가 나빠지지 않나요?’라는 얘기를 너무 많이 했다.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 ‘절대로 나빠지는 일 없다’를 보여주고자 진단 과정에서 혈액검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Q.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아니다. 무료로 해줘도 된다. 일선 한의원들이 혈액검사를 다 무료로 해서 한약에 대한 환자 신뢰가 쌓인다면 환자도 한의원을 더 많이 찾지 않겠는가. 그쯤 되면 양방에서도 그럴 것이다. ‘쟤네 혈액검사 무료로 하게 놔두면 안 되겠다. 차라리 국가가 한의사한테 수가를 줘 보험하게 하는 것이 낫겠다고’. 이렇게 되는 게 내 꿈이다”
Q. 혈액검사를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한 양방의료기관이 내가 처방한 한약을 비난하려고, 내 한약을 복용한 환자의 간수치를 들먹였다. 혈액검사 결과 그 환자의 AST, ALT는 45IU/L 정도 나왔다. 그러자 한약 먹고 높아졌다고 떠들고 다니더라.
Q. 어떻게 대처했는가.
“내가 전화해서 설명했다. 우리 한의원에는 혈액검사실도 있고, 혹시 몰라 외주도 주고 있다. 두 곳에서 다시 혈액검사를 해보니까 정상이더라. 그래서 당신들 혈액 검사표에 혈액이 깨졌다고 쓰여 있던데 깨진 혈액은 원래 간수치가 높게 나오지 않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그쪽에서는 ‘간수치가 높아진 이유가 한약 때문에 높아졌는지 깨진 혈액 때문에 높아졌는지 알 수 없지 않냐’고 답했다. 우리 측에서 다시 혈액 채취해 샘플 돌려봤더니 정상이 나왔다고 반박하니까 이제야 입을 다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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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람 원장이 도입한 자동화 혈액검사기 DK-200[/caption]
Q. 한약에 대한 마타도어에 논리적인 반박이 가능하겠다.
“혈액검사는 굉장히 유용하다. 보여준다는 힘은 실로 대단하기 때문이다. 나는 환자에게 약침을 쓸 때 초음파 영상기기를 활용한다.
연부조직 내 염증이 활성화된 모습을 보여준 뒤 약침을 주입해 염증 찌꺼기 등을 묽게 만들고, 세포를 팽창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환자 입장에서는 눈으로 보이니까 훨씬 치료효과가 높다. 이러한 시각적 효과도 치료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 이렇게 쓰는 원장들이 많아 졌으면 좋겠는데 기기비용과 시약비용이 엄청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Q. 의료기기 활용에 원래 관심이 많았나.
“의료기기의 활용을 통한 진단의 객관화는 학부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 임상에 나와서는 더욱 굳건해졌다. 늘 가족도 물어본다. ‘이 한약 먹으면 간수치 올라가는 거 아니냐’는 말을. 그래서 더욱 굳건해졌다. 과학고 출신이라 옛날부터 눈에 보이는 걸 굉장히 중요시 여겼다.
치료는 우리가 더 정직한 치료다. 진통제는 말 그대로 아픈 걸 그대로 놔두고 아픈 신호를 끊어버리는 거다. 하지만 우리의 치료는 시간이 더 걸릴지라도 아픈 걸 낫게 해주는 치료다. 우리의 치료는 사실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안타까웠던 지점은 그걸 증명해낼 수 없었다는 거다. 그걸 눈으로 보여줄 수 없었다는 거. 그 점이 매우 안타까웠다“
Q. 혈액검사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나는 혈액검사 때 ARP(Acute recurrent pancreatitis) 검사도 한다. ARP 수치가 높으면 지방간이 있거나 담석증이 있다는 거다. 그래서 ARP 수치가 높아서 담석이 있을 수도 있다고 환자에게 설명을 하면 환자가 화들짝 놀란다. 내가 담석이 있는 걸 어떻게 알았냐고. 당연하지 않나. ARP 수치가 높으면 담석이 있을 수 있는 건데. 환자가 나에 대해 더 신뢰를 한다”
Q. 협회가 최근 혈액검사 사용운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협회의 혈액검사 사용운동에 대해 완전 찬성한다. 협회에서 그런 행동을 해줘 너무 고맙다. 10만 건의 혈액검사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이 급여화를 이루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초음파 사용운동도 펼쳤으면 좋겠다. 초음파는 말 그대로 소리의 음파를 통해 진단하지 않나. 인체에 전혀 무해하다. 동의보감의 망진과도 크게 차이가 없다.
그리고 양방에서는 왜 자꾸 너희는 의학을 이용하느냐고 한다. 이건 의학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과학을 이용하는 거다. 초음파를 개발한 게 의학자라면 내가 안 쓰겠지만 과학자가 개발한 건데 왜 못쓰나. 그런 논리라면 우리는 차트 입력할 때 컴퓨터도 쓰지 말아야 한다.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Q. RMSK(미국 의사들만 볼수있는 근골격계 처음파 자격증) ARDMS(방사선사 간호사 의사에게 열려있는 복부 초음파 자격증)도 취득했다고 들었다.
“의사들이 한의사를 공격하는 논리 중 하나가 너희가 초음파나 혈액검사에 대해서 학부 때 배우지 않고 지식이 없는데 그걸 어떻게 볼 수가 있겠냐고 한다. 그 논리를 깨부수고 싶었다. 준비기간 1년 정도 걸려 자격을 취득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의학이 요즘 어렵고, 경제가 불황이라 다들 힘들어 하신다. 힘내셨으면 좋겠다. 양방에서 아무리 공격을 하더라도 이에 개의치 말고 열심히 사용운동을 펼치다 보면 결국엔 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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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액검사기를 통해 나온 혈액 데이터를 김가람 원장이 분석하고 있다.[/ca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