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을 하면 앞으로 더 보람되고 내 자신도 발전하고, 한의 회원과 한의학에 도움이 될까를 생각했다. 거기서 얻은 결론은 한의학 치료효과를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나타내 의사와 환자가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健&美한의원 최종호 원장. 그 역시 투잡스(two jobs)다. 오전에는 그가 설립한 의료기기 제조회사 FLB(For Better Life)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한의원 진료실을 지킨다.
치료효능 객관화 수치로 제시
투잡스를 하다보면 어느 것 하나에 소홀치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회사에서 연구개발하고자 하는 의료기기 아이템이 모두 진료현장에서 소용있는 것들이기에 진료를 떠난 의료기기 연구개발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높은 붐은 분명 한의학에 있어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궁한 가치가 잠재돼 있다. 그러나 그 가치를 어떻게 분출하고, 산업화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따른다.
특히 디지털과 지식정보사회로 대변되는 급격한 변화는 환자들에게까지도 치료효능에 대한 객관화된 수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 눈에 보이는 수치에 근거해 의료인을 믿는 환자의 신뢰도가 결정되고 있다. 그러나 한의학은 학문의 특성상 이 부분에 있어 양방의료에 비교, 부족한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와관련 최 원장은 “과학화되고 현대화된 의료기기의 사용 여부가 그같은 차이를 갖게 했다”며 “양방은 치료방법과 결과 등을 각종 첨단화된 의료기기를 이용해 환자들에게 상세히 보여줄 수 있으나 한방의료에 있어서는 의료기기 사용에 따른 제약으로 인해 관련 의료기기 개발이 부진했고, 그렇다보니 전통 치료기술만 고집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환경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에따라 최 원장은 한의학적 마인드를 갖고 한방 의료기기를 직접 제조, 한방의료기관에 보급시키자는 신념으로 지난해 의료기기 회사 FBL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소재하고 있는 이 회사에는 한의사를 비롯 KAIST 출신의 공학박사 등이 포진, 의료기기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그 첫 작품으로 시중에 선 보인 것이 EHP∼intelligent(전자온침/아시혈탐측치료기)다. 이 기기는 IMS(Intra Muscular Stimulation)와 TPI(Trigger Point Injection)를 대치할 수 있는 통증치료기로 많은 한의원에 보급 중에 있다.
이와관련 최 원장은 “자동으로 통증유발점(TP)을 탐색하여 치료자에게 시각적으로 알려주며, 발견 즉시 통증유발점에 치료전류와 초음파를 동시에 부드럽게 조사시키는 특징으로 인해 침시술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어린이와 여성 환자들을 시술할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방의료 필요 부분 집중탐색
이와함께 만성질환 등 기허(氣虛) 측정에 효능이 있는 ‘진단기기’와 중풍을 조기에 발견, 예방과 치료에 나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관련기기의 개발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기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그리 쉽지많은 않은 듯 하다. 한의사 동료 및 선후배들로부터 많은 자문도 받고, 관련 연구인력의 아이템을 모아 의료기기를 연구 개발하는 것은 오히려 수월하단다. 그러나 정작 기기를 생산하고, 판로와 연결시킬 수 있는 자본과 마케팅 능력의 부족이 극복해야만 할 장애물이란다.
그러나 최 원장은 “크고 많은 것을 이루려 하지 않는다. 차분하게 한의 회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신중하게 접근, 의료기기를 만들겠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한의학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했구나라는 내 스스로의 만족과 자부심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나의 일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만든 의료기기가 한의사와 환자간의 원활한 언어의 도구로 자리매김되길 기대한다는 최 원장. 의료기기 불모지에서 ‘희망’을 그려나가는 그의 도전정신이 계속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