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건조 한의학적 원리 따른 한약생산 원가도 못건져
환자들에 자신있게 처방할 수 있는 약 사용 ‘당연한 의무’
농·축·수산물 등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요즘 직접 한의학적인 원리에 의해 무농약, 유기농 재배한 한방약재 판매에 나선 최병학 원장을 만나 보았다.
한의사가 직접 한약재 사업을 하게 된 이유는.
모든 한의사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한약재 문제일 것이다. 한의사들이 한약의 전문가라고 자임하면서도 과연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약이 안전한가? 자신있게 내 자식, 내 가족들에게 먹일 수 있는 한약인가에서 출발했다.
한약을 생산하면서 가장 큰 문제를 무엇이라 보는가.
흔히 한약에 대한 농약사용을 걱정하지만 색깔을 좋게 하고 벌레의 발생을 막는 등 건조과정도 문제라고 본다. 곽향, 소엽과 같이 잎을 쓰는 약재는 자연건조를 하면 변색이 되어 색이 좋지 않게 된다. 천궁, 작약, 당귀처럼 뿌리 약재는 현실적으로 자연건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벌크건조기에 말린다.
이처럼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몇 배의 연료비와 인건비를 들여 양심적으로 저온건조를 해 놓으면 색깔이 나쁘기 때문에 중간상인들이 사가지도 않을 뿐더러 사더라도 헐값에 매입하려 한다.
구조적으로 한약의 성분이 어떻게 되든 고온건조를 택하게 만든다. 많은 비용을 들여 적은 소득을 내는 줄을 뻔히 알면서 누가 손해보는 일을 하겠는가? 농민들도 한의사들이 오로지 색깔 좋고 싼 것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런 고민들은 결국 해결방법도 있을 것으로 보는데.
정부가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는 기관과 더불어 법령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선 한의사가 직접 관리, 감독하여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된다고 본다.
협회가 회관을 건립하는 것처럼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규모의 대소를 떠나 한약재를 직접 생산하는 한약재 공장을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색깔만 좋은 것을 고집하는 회원 개개인의 의식 변화다. 그러지 않고서는 결코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때깔 나쁜 한약 쓰기 운동’이라도 벌이고 싶은 게 지금의 심정이다.
제주도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한약을 재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주도는 맑은 물, 맑은 공기, 미네랄 덩어리인 화산토, 육지보다 3개월이나 긴 생육기간 등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한약재 농사를 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시범사업으로 제주전역에 나누어 재배를 하고 있다.
당귀, 천궁, 방풍, 곽향, 소엽 등 이미 생산해 놓은 약재가 있고 아직 제주에서 대량 생산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재배에 대한 노하우를 쌓기 위해 경북 영양에서 천궁, 국립공원 월출산이 있는 충북 덕산에서 황기, 경북 의성에서 작약을 생산해 놓았다.
무농약,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저온건조 약재에 대한 회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우수한약재를 생산해도 가격경쟁에서 떨어지는 게 어렵다. 천궁의 경우 농민들과 계약하여 무농약 재배를 하고 40°C의 저온건조를 했다.
종자비, 인건비, 건조비 등을 결산해 농민들에게 600g 斤당 5.300원을 지불, 생산원가만 5,300원이 들었다. 여기에 개별포장비용, 인건비, 박스비용, 5~10%의 감량, 세금 등의 비용을 감안하면 이윤을 붙이지 않더라도 얼마가 되겠는가? 그런데 지금 유통되고 있는 천궁 가격이 얼마인가?
무엇보다 벌크 건조기에 최저 70°C 이상에서 건조를 하게 되면 가득 채운 상태에서 8시간이면 가능하지만 40°C에서 건조하면 25시간에서 30시간이 소요되고 작업양도 절반 이하가 된다.
농협에서는 고추도 70°C 이하에서 건조하도록 계도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고온건조를 하게 되면 대부분의 비타민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한약은 식품이 아니라 그야말로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란 인식이 필요하다.
앞으로 한약시장을 어떻게 바라 보는가.
기우일지 모르지만 한약도 무기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생산비도 건지지 못해 농민들이 약용작물을 포기할 때, 패모 처럼 종자가 없어질지 모른다. 그럴 경우 우리 한의사들은 중국의 손아귀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지금의 달콤한 단 맛이 독이 되어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종자를 구하러 제 2의 문 익점이 탄생해야 할지 모른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우리 인생을 컨트롤하지 못할 때, 다른 사람이 우리 인생을 컨트롤 할 것이다’라고. 적극적인 대안마련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최 병학 우리 약’이라 브랜드화 했는데 굳이 실명을 붙인 이유는.
누구나 명예를 소중히 여기며 산다. 내 이름을 브랜드화 한 것은 내이름을 걸고 내 아이, 내 가족에게 먹일 좋은 약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이다.
‘최 병학 우리 약’의 특징은 첫째, 색깔이 나쁘다. 둘째, 벌레가 생길 것이다. 셋째, 가격이 비싸다. 일반인들이 볼 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불합리한 구조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한의사만 아니라면 벌써 이 일을 접었을 것이다. 한의사라는 원죄 때문에 끌어안고 고민하는 것이다. 회원들이 외면한다면 방법이 없지 않은가?
아무리 좋은 약재를 만들어도 판매가 문제라고 보는데…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
한의벤처 산업인 K-Medi(557-8288)와 광제당약업사(963-7939)를 통해서 판매를 하게 된다.
K-Medi는 손영태 원장이 한의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우수한 제품을 한의사들이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회사라고 알고 있다.
손 원장은 한의학의 미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한의사들이 개발한 좋은 제품들을 사업화 해 제대로 된 기업으로 만들고자 하는 신념을 가진 분이다.
그러다보니 한의사들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제대로 된 한약을 회원들에게 공급하고자 하는 뜻에 공감하여 함께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광제당 약업사는 현행 약사법을 준수해야 하는 현실적인 면에서 서로 맞아떨어졌다고 본다.
현재 일반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한약재와 경쟁력은.
한 마디로 가격경쟁력은 없다. 농민들은 외상결재가 없고 곧바로 현금지급이다. 올해는 첫 사업 치고 너무 많은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다. 이미 엄청난 손해를 보는 등 지금도 시행착오 중이다. 생산 원가만 5.300원인 천궁을 포장, 감량, 인건비, 세금 등을 포함하여 6.000원에 판매를 한다면 얼마가 손해이겠는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싸게 판매해야 하는 현실도 속상하지만 농협창고에 잠자고 있는 약재는 우리 농민들의 피와 땀이기에 하루빨리 판매하고자 하는 것이다.
회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의사는 다양한 치료기술이 있지만 한약을 가지고 질병을 다스리지 않는가? 한약의 최종 소비자(?)인 한의사가 정작 한약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방치한다면 직무유기가 아닌가? 나를 믿고 한의원 문을 열고 들어온 환자들에게 자신있게 처방할 수 있는 약을 사용해 주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책임이라고 본다.
또 회원들이 스스로 좋은 약만을 찾을 때, 우리 농민들과 유통업자들도 양심적인 방법으로 방향전환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다른 사람들을 탓하기 앞서 우리 스스로 우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큰 것에서 부터가 아니라 색깔 나쁜 약을 쓰는 것에서 찾아야 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