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구려에 이어 발해사까지 중국사로 편입하기 위해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 스스로 우리의 뿌리를 소홀히 다룬 것도 한 이유이다. 즉, ‘역사’를 찾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것에 대한 소중스러움과 보존을 일궈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교육 현장서 역사 소외 안타까워
이런 가운데 우리의 것, 우리의 역사, 우리의 한의학사에 대한 정체성 찾기에 깊이있는 연구를 하고 있는 ‘한국전통의학사연구소’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내경한의원 김홍균 원장. 한의학의 새로운 발전 좌표를 설정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제3의학회 김완희 회장이 그의 부친이기도 하다.
오랜 동안 한국 한의학사를 연구해 오던 몇몇 동료들이 ‘한국전통의학사연구소’란 이름을 내건 것은 지난 해 7월이다. 이곳에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서울·경기·충청도 등지에서 모인 회원들이 한의학사 탐구에 빠진다.
한국 교육의 산실마저 점점 우리의 역사를 도외시하고 있다. 이미 초·중학교 교과목에서 ‘국사’ 과목이 사라진지 오래다. 고등학교에 진학해도 ‘國史’는 사회과목 중의 선택에 불과하다.
이와관련 김 원장은 “자연계열, 즉, 한의과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이 고교시절 ‘국사’를 선택하지 않는 이상 초·중·고 교과과정 중 어디에서도 국사 관련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이같은 현실에서 한의학에 입문한 학생들에게 올바른 한의학 역사를 고취시켜줌은 물론 지금까지 알려진 많은 한의학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모여 연구하고 있는 곳이 ‘한국전통의학사연구소’다.
연구소, 고서 빼곡 역사학 도서관 느낌
그곳에 가면 ‘인물한국사’, ‘고대문명교류사’, ‘한국문화사’,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중국의학대계’, ‘한국사기’, ‘한국역사입문’ 등 동서고금의 역사를 조명할 수 있는 서적 수 천권이 빼곡이 차 있다. 마치 역사학 도서관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는 올바른 역사의 원류를 찾기 위해 동양과 서양의 고문헌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김 원장은 한의계에서 ‘의사학(학위논문-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첫 인물이다. 당시 전국 유일의 경희대대학원 ‘의사학교실’에서 최초 배출한 학위수여자가 김 원장이었다. 이는 한의학사에 대해 체계적 연구가 시작됐음이 매우 짧다는 것도 의미한다. “의사학이 성립될 수 있음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의 수, 당, 명대 등 당대의 최고로 뛰어난 것만 남아 있는다고 볼 때 역사탐구는 약초, 질병, 치법 등 그 시대의 모든 생활 문화를 접하는 것이고, 당대 최고 의사와의 대화이기도 하다”며, 제대로된 의학사 연구가 곧 좋은 의사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김 원장.
한의학사 본류 찾기 지속적 노력
김 원장은 최근 의사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의 ‘의미’를 찾고 있다. 바로 ‘삼태극’ 사상이다. 서울시 전역의 전철역, 부챗살, 장구, 88올림픽 휘장, 경주 7호 고분에서 발견된 보검 등 세 갈래로 뻗친 태극 문양의 삼태극.
그는 천(天)·지(地)·인(人) 뜻을 담고 우리 역사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삼태극’의 사상은 분명 정(精)·기(氣)·신(神) 등 한의학 역사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삼태극 사상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것 처럼 의학사는 조그마한 단서하나를 갖고 그것의 본류를 찾기 위해 역사속으로 떠나는 심오한 여정”이라는 김 원장.
따라서 한국전통의학사연구소의 자랑스럽고 소중한 우리의 것에 대한 탐구가 계속되면 계속될수록 한의학의 바른 역사는 오늘을 사는 많은 한의학자들에게 한의학 정체성이라는 참다운 혼(魂)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하재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