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성난소증후군 침·한약 치료 연수강좌 황급히 취소
대체 강좌로 ‘이니시아정 관련’…식약처, 심각한 간 손상 경고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산하 학회가 개최하는 연수강좌 교육프로그램에 한의대 교수의 강의가 포함되자 의협이 황급히 해당 강좌 취소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는 해당 학회가 수용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의협이 그동안 한의학과 관련한 순수한 학문적 교류조차 원천 봉쇄해 왔음에도 산하 학회가 버젓이 한의 치료 요법을 강의에 포함시켰다는 사실은 오히려 한의 치료에 대한 높은 수요를 방증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의협 산하 대한산부인과내분비학회는 다음달 24일 경희대 한방부인과 황덕상 교수, 박경선 교수 2명을 초청해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에 대한 침과 한약 치료의 효능 및 근거에 대한 최신 연구 동향을 듣는 학술대회 및 연수강좌를 마련했으나 이를 알게 된 의협이 즉각 철회를 압박했다.
이에 해당 학회는 논란이 된 시간대 강좌를 ‘자궁근종 치료제 이니시아정의 최근 안전성 이슈와 처방 시 주의사항’으로 변경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자궁근종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이니시아정’(성분명 울리프리스탈)이 심각한 간 손상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제품 복용 시 매달 최소 1회 간 기능 검사를 실시하고 복용 중단 후 2∼4주 이내 추가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유럽집행위원회(EC)에서 이미 자궁근종 환자의 수술 전 치료 목적으로 투입한 ‘이니시아정’이 심각한 간손상 및 간부전 사례를 보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PCOS의 한의 치료, 과학적 근거 있어
게다가 “다낭성난소증후군에 대해 의학적 근거와 객관적 검증이 전혀 없는 한방치료법이 의과 연수교육에 포함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의협의 설명과는 달리 다낭성증후군의 한의 치료 효과는 다수의 논문에서 증명된 바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침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당장 올해 3월에도 ‘Acupuncture in Medicine’라는 SCI급 저널에 조준영 한의사와 이승만 경희대 교수가 레터 형식의 자료를 실었다.
이외에도 2013년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침치료에 대한 논문(Zheng YH, Wang XH, Lai MH, Yao H, Liu H, Ma HX. Effectiveness of abdominal acupuncture for patients with obesity-type polycystic ovary syndrome: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 Altern Complement Med. 2013;19), 소요산 처방을 통한 다낭성난소증후군 치료(Xiao-Yao-San, a Chinese Medicine Formula, Ameliorates Chronic Unpredictable Mild Stress Induced Polycystic Ovary in Rat) 등의 논문이 출판된 바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가 한약 치료를 통해 생리가 규칙적으로 변하고 호르몬들이 정상화되는 것을 과학적으로 정리한 증례보고 등이 이미 나와 있는 것이다.
미국생식의학회(ASRM)에서도 조준영 한의사의 다낭성난소증후군 관련 여성난임 연구가 채택된 바 있다. 미국생식의학회(ASRM)는 유럽생식의학회(ESHRE)와 더불어 생식의학분야의 양대산맥으로 손꼽히는 권위 있는 국제 학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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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한의대 출강 금지에도 속수무책
이렇게 환자의 질병 치료에서 한의학이 갖는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학문적 교류마저 차단하려는 의협의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의대교수의 한의대 출강 및 한의사 대상 연수강좌 금지를 결의했고 전국 각 의대 및 의전원, 대한의학회, 각 전문학회 등에도 출강 금지요청 공문을 지속적으로 발송해 왔다. 의대 교수들의 한의대 출강이 한의사에게 엑스레이·초음파 등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대한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의협의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출강이 근절되지 않자 지난 2015년 의협 대의원회 정기총회에서는 의사들의 한의사 대상 강의 금지 결의안과 의대교수의 한의대 강의 교육 중단 권고안이 채택되더니 급기야 이번에는 한의사가 의협 산하 학회에서 강사로 초청이 된 것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협진과 통합진료가 세계적 추세인 상황에서 의협이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순수한 목적의 교육마저 직역 이익만을 위해 악용하려는 무리수를 둘수록 풍선효과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