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환경이 내일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피부나 비만, 건강식품 등 지난날 의료계가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분야에 관심이 높아지고 전문가 그룹들과 공동연구, 공동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직역 확대로 활용하는 것은 이제 다반사가 되었다.
이같은 급변하는 의료계 현실에서 한의협이 그동안 한의사들에 의해 개발된 새로운 제형이나 치료기술을일선 한의원에 보급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오는 28일 한의학 국제박람회 기간동안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형아카데미’ 사업은 어려운 한의계 경제현실 타개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동안 한의약 제형연구는 한의학 미래를 여는 단초이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혀왔다. 하지만 한의사들의 간절한 요구와 중요성에 비해 ‘제형’은 정작 한의협 정책 수면 위로 떠오르는 데는 번번히 실패했었다.
한의협이 동네한의원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제형아카데미’사업을 직접 챙기고 나선 것은 그런 의미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사업이 성공할 경우 신제형이나 신의료기술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동네한의원에 보급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수혜를 받는 한의원들에겐 이익과 함께 치료경쟁력에서 우위 확보의 길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머잖은 장래에 신의료기술, 천연물신약 등 연구에서 소외되는 위기상황이 닥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의협 신광호 부회장은 “제형아카데미 프로그램은 한의사의 치료기술과 한약제제에 관련된 잠재력 개발을 통해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 하고, 한방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한의협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최소한의 정보 제공 차원에서 인터넷상 장터를 비롯해 회원과 산하 학회에서 개발한 제형의 정보수집 게시, 그리고 회원이 검색할 수 있는 공간 확보 등 최대한의 편의 제공을 약속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동네한의원에서 제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가 하면, 문제가 발생하는 제형에 대해서는 개발자에게 개선을 권고하되 공동구매를 통해 회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 끝나지 않고 제제에 대한 보수교육 및 신의료기술 교육을 위한 환경 구축에도 나선다는 입장이다.
또 제형 공급의 원활화를 위해 홍보 시스템, 교육시스템, 관리 및 평가시스템 등 신제형 전시 및 시스템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때 기본적 시스템 구축비는 협회가 부담하고, 인터넷 장터나 홈페이지 활용, 회원 홍보는 협회서 부담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협회 시설 무상활용을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실질적 부담비용이 전혀 없다는 점도 주목된다.
신광호 부회장은 “제형아카데미 사업은 개개 한의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신제형 기술과 신의료기술 보급에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한의협이 제시할 수있는 제형 개선과 한의치료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좋은 방책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업기획에 대한 경험 부족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협회의 회무상 사업단 발족에 따른 잡음과 경험 미숙이나 도덕적 시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협회의 한 관계자는 “예상되는 장애요인 해결을 위해 허준기념사업회나 전국 지부 약무이사 연석회의를 통해 사업의 이해를 넓혀 나가면서 자문위원을 두어 도덕적 시비를 사전에 차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의협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제형아카데미’ 사업은 우려도 있지만 기대 또한 걸어볼 만한 사업임은 틀림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