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부형제 함량이 약효 신뢰 저하
복합엑스산제 및 다양한 제형 급여화
연구보고서에서는 또 보험급여 한약제제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과 그 대안을 제시했다. 68종 단미엑스산제로 만들어지는 56개 처방과 한의사가 일부가감처방(단미엑스산제 1일 5종 10g 범위내), 또는 1일당 단미엑스산제 15종, 총 투여량 50g, 총 투약가 2,000원 범위 내에서 처방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보험급여 한약제제는 1987년 4월 건강보험이 시행된 초기 68종 단미엑스산제제에 의한 26개 기준처방으로 출발했다. 그 이후 1988년 36개 처방으로 늘어난데 이어 1990년 56개 처방으로 확대,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한약제제에 대한 건강보험급여가 이뤄진 제도 시행 초기부터 94년까지 전체 한방건강보험 총 진료비의 20~30%범위를 차지했던 한약제제 급여비중이 95년 이후 급격히 감소해 급기야 지난해에는 1.94%까지 감소했다.
또한 200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청구내역을 보면 전체 56개 처방 중 ‘오적산’ 처방율이 42.31%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 다음으로 구미강활탕 9.87%, 삼소음 3.90% 순으로 처방건수율이 1% 이상을 차지한 18개 처방이 전체의 81%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보험급여 한약제제를 기피하게 된데 대해 한의사의 86.8%가 과도한 부형제 함량으로 약효에 대한 신뢰 저하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 투약할 대상이 되는 상별질환의 부재 63.7%, 낮은 수가로 수익성이 적다 54.6%, 투약시 정액제금액 범위 초과로 환자부담 증가 49.5%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현 한약제제 보험급여 문제를 의료기관·환자·제약회사 입장에서 각각 분석, 보고하고 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살펴보면 임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처방이 적고 제형이 한 가지만 허용되기 때문에 진료행위에 대한 제한이 심각하고 보험급여 한약제제가 없어 한의사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첩약을 권유하게 돼 환자들은 비용이 많이 들어 치료를 포기함으로써 한방의료기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56개 처방 중 하나에 346개 상병명 중 하나를 맞춰야 하는 문제도 있고 단미제 중심 급여방식은 가감의 용이성은 있으나 조제과정이 번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한의학의 장점인 복합처방이 함께 달여지면서 나타나는 약효의 상승작용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또 치료한약제제의 가짓수가 적고 제형의 선택여지가 없어 복용하기 편리한 제형으로 투약하지 못해 한방의료기관을 찾는 국민들이 한약제제를 쉽게 이용하는데 커다란 제약요인이 되고 결국 한방의료기관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또한 1일 용량기준이 정해져 있어 남, 여, 체중 등 신체조건에 따른 1일 복용량을 조절할 수 없고 대부분 첩약 2첩의 단미엑스산량을 1일 용량으로 해 1일 용량을 맞추고자 과다한 부형제가 사용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환자 입장에서는 1일 용량과 고시가를 맞추기 위해 부형제가 지나치게 사용됨에 따라 복용하기 불편하고 소화 불량을 유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효과가 떨어져 한약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한약제제의 건강보험급여 품목이 부족하다 보니 환자들이 한약을 복용해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 국민건강 보호에 역행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1987년 한약제제 보험급여 이후 한차례도 약가 인상이 없어 1일 용량과 고시가를 맞추다보니 과도하게 부형제를 사용하게 되고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해 품질 개선을 위한 여력을 상실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