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더위가 11월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최고 기온 또한 지난해와 비슷한 40도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여름 불볕더위에 어지럽고 기운이 빠지며 땀까지 비오듯 흐른다면 흔히 ‘더위 먹었다’고 말한다. ‘더위 먹었다’는 말은 더위로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병이 생겼다는 의미다. 현대의학에서는 일사병·열사병처럼 장시간 햇볕 노출로 혈액과 체액이 손실되어 발생하는 증상을 말한다. 하지만 냉방시설이 잘 갖춰진 현대사회에서 실제 열사병이나 일사병은 흔하게 발생하지는 않는다. 요즘 말하는 ‘더위를 먹은 듯한 증상’ 즉 피로감, 식욕 저하, 어지러움, 불면, 식은땀은 신체의 자율신경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성되며 내분비계, 심혈관 호흡, 소화, 비뇨기 및 생식기관까지 모두 영향을 끼친다. 체온, 소화, 심장박동, 혈압, 땀 분비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조절한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체온 조절이 어렵고, 식욕저하, 수면장애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되며, 이를 자율신경 실조증이라 부른다. 특히 스트레스와 과로에 민감한 자율신경 특성상, 평소 피로가 누적된 사람이나 고령층에게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 ‘더위 먹음’도 자율신경이 담당하는 체온과 땀 조절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 기와 혈의 균형으로 증상 조절
한의학에서는 자율신경 실조증을 ‘음양기혈(陰陽氣血)’의 불균형으로 본다. 치료는 넘치고 부족함을 찾아내어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이와 관련 강동경희대한방병원 고석재 교수(한방내과·사진)는 “한의학에서는 기가 허한 사람에겐 기를 보충하고, 혈이 부족한 사람에겐 혈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증상과 개인에 따라 달리 치료해 몸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항상성을 회복하게끔 돕는다”면서 “식은땀, 소화불량, 어지러움 등 어느 한 부위만이 아닌 전신 증상이기 때문에 한의학의 체질 중심 치료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의학에서는 이때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 등장하는 한약인 ‘생맥산(生脈散)’을 많이 활용한다. 심장의 열을 내리고 폐를 윤택하게 해주는 여름철 대표 한약인 생맥산은 맥문동, 인삼, 오미자 등이 포함, 기운을 북돋고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여름 더위를 몰아내고 기를 북돋는 ‘청서익기탕(淸暑益氣湯)’, 열을 내리고 갈증을 멎게 하는 ‘제호탕(醍醐湯)’도 자주 처방된다.
‘더위 먹음’ 예방, 평소 생활습관이 핵심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자율신경 실조증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제 흔한 질환이 됐다. 더위를 먹었다고 찬 음료나 음식을 과하게 섭취하지 말고 지나치게 에어컨을 쐬지 않도록 한다. 더위를 먹었을 때는 무리하게 운동하지 않도록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수건에 찬물을 적셔 목과 겨드랑이, 얼굴을 닦아 몸의 열을 내리도록 한다. 더위를 먹으면 수분 부족과 전해질 불균형을 초래하기 쉽기 때문에 물, 이온 음료, 스포츠 포도당 섭취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고석재 교수는 “동의보감에서 찾아볼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열을 내리는 음식이나 과일로는 참외, 배, 수박, 검정콩, 다래, 배추, 고사리 등이 있다”면서 “다만 균형 있는 영양 공급을 위해 음식은 골고루 먹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에 하나의 음식만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자율신경은 외부환경의 변화에 민감한 만큼 실내와 외부의 기온차를 지나치게 하지 말고, 평소 물을 많이 마시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