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는 2일 성명서 발표를 통해 최근 국토교통부가 입법예고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이하 시행령)’ 및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규칙(이하 시행규칙)’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시민회의는 “입법예고된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보면 상해급별 구분 중 ‘12급 내지 14급에 해당하는 교통사고환자(이하 경상환자)’가 교통사고상해일부터 8주 이상 치료받기 원하는 경우, 보험회사는 경상환자에게 7주 이내에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으며, 보험회사는 ‘지급의사의 유효 기간’을 포함한 검토 결과를 경상환자와 의료기관에게 8주 이내에 통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며 “이같은 시행규칙 개정령안이 시행될 경우, 경상환자는 8주 이상 치료를 계속하기 위해 보험회사에 자료를 제출해 검토를 받아야 하고, 보험회사의 결정에 따라 8주 이후에는 자동차보험에 따른 진료비는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시행규칙 개정령안은 의무를 부담할 책임이 있는 보험회사에게 권리를 가진 피해자인 경상환자에 대한 ‘의무 이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셈이어서, 이해충돌로 인한 문제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 특히 환자 치료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의료기관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보험회사에게 이러한 판단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피해자인 환자의 정당한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명확한 법률적 근거 없이 경상환자 ‘차별’…헌법 위배
또한 시행규칙 개정령안은 ‘경상환자’인 피해자가 보험회사가 통지한 ‘지급 의사의 유효 기간에 대한 계획’을 포함한 검토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그 보험회사를 상대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위원회(이하 보장위원회)의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에 심의·조정을 신청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시행령 개정령안은 보장위원회의 심의사항에 보험회사가 의료기관에 통지하는 진료수가에 대한 ‘지급 의사의 유효 기간’과 관련해 교통사고환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사항을 포함하도록 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법은 국토교통부장관 소속 보장위원회와 조정위원회를 포함한 3개 분과위원회의 구성·운영, 조정의 절차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일부 업무를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하 진흥원)에 위탁하거나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시행령은 보장위원회, 각 분과위원회 상정 안건에 관한 사전 검토 및 자료조사에 관한 업무도 진흥원에 위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민회의는 “문제는 법이 보장위원회나 진흥원의 구성에 대해 이해충돌 방지와 관련한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보장위원회 위원의 자격 요건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시행령은 보장위원회 위원의 구성과 관련 △국토교통부 자동차손해배상 관련 업무 담당 과장 또는 팀장 △법에 따른 자동차사고 피해지원기금의 관리·운용에 관한 사무를 위탁받은 단체의 소속 임직원 중 해당 단체의 장이 지명하는 사람 △교통·의료 등 일정 분야에서 전문 경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국토교통부장관이 위촉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국 보장위원회 내지 조정위원회의 위원 가운데 보험회사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위원의 참여를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하거나, 보험가입자나 교통사고 피해자의 권익 내지 사회 일반의 공익을 실질적으로 대변할 수 있다고 평가할 만한 위원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하도록 규정하지 않는 한, 조정위원회의 심의·조정 결과에 대한 공정성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시민회의는 “나아가 법은 ‘자동차손해배상책임’과 관련 단지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경상’ 여부를 기준으로 그 책임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면서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령안이 법률의 명확한 근거 없이 ‘경상환자’를 나머지 다른 환자들과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것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유보원칙에도 위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의 입법취지 ‘훼손’
시민회의는 “국토교통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령안은 교통사고 피해자 보호라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고,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만큼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더욱이 국토교통부는 대통령 탄핵 후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를 이용하듯, 새로운 장관이 지명되기도 전에 서두르듯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며 행정입법 절차를 속행하고 있는데, 이같은 국토교통부의 행태는 단순한 졸속행정을 넘어, 자칫 보험업계의 민원을 우선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일으킬 만하다”고 밝혔다.
시민회의는 이어 “이와 관련해 대한한의사협회는 졸속 입법예고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 발표에 이어 윤성찬 회장이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까지 펼친 바 있다”며 “또한 대한정형외과의사회도 언론을 통해 ‘의료 전문가의 자율성을 짓밟고 국민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폭거’라고 밝히는 한편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의사협회는 ‘국민 치료권보다 보험사 이익을 우선하는 행정 폭력’이라는 취지의 공동성명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의 정당한 권익 보호 위한 대응나설 것
즉 이처럼 서로 다른 생각을 보여왔던 의료계 단체들이 한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나선 것은, 이번 국토교통부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령안이 의료 현장의 전문적 판단과 국민의 치료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것.
시민회의는 “국토교통부의 이번 개정령안이 교통사고 피해자의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졸속으로 추진된 이번 개정령안의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향후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자동차국 자동차운영보험과를 상대로 ‘행정절차법’ 제44조에 따른 의견을 제출하며, 제도 개선 과정에서 피해자의 정당한 권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