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대구지방법원은 지난달 26일 보험사가 한의사와 환자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사건번호 2024가단125486)에서 한의사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 한의사의 자보 진료행위가 의료인으로서 정당하단 기준을 제시했다.
보험사가 교통사고 피해 환자에게 지급한 진료비와 관련해 “사고와 상해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며 지급된 진료비를 돌려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부는 환자의 상해 주장에는 의문을 표했으나 한의사들이 행한 진료에 대해서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2024년 6월, K보험사는 교통사고 피해를 주장한 피고(환자) 이 씨, 오 씨와 이들을 진료한 7명의 한의사(A·B·C·D·E·F·G 원장)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 측의 주장에 따르면 피고 이 씨와 오 씨는 지난 2020년과 2023년에 각각 경미한 접촉사고를 당한 후 실제 상해가 거의 없었음에도 이들 한의원과 병원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고, 허위 진료비를 청구했다는 것.
이에 보험사는 이들의 진료에 대해 “지불한 금액은 교통사고와 인과관계가 없고,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이라며 환자 및 한의사 모두에게 진료비 상당 금액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보험사)는 피고 이 씨에게 1753만2910원과 이에 대해 2024년 8월 1일부터, 피고 오 씨에겐 1773만2110원과 이에 대해 2025년 1월 12일부터 2025년 6월 25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각각 지급받으라”고 명령한 데 이어, “한의사 7명에 대한 청구는 각각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법원 “한의사 책임 없다…진료 필요성 부정할 증거 부족”
사고 경위를 살펴보면 피고 이 씨는 지난 2020년 2월, 골목길에서 후진 중 주차된 차량을 경미하게 접촉한 사고(제1사고)를 낸 이후 한의원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았고, 이후 2023년 또 다른 경미한 추돌사고(제2사고) 이후에도 여러 병·의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지속했다.
피고 오 씨 역시 사고 후 경산·대구 지역의 복수의 한의원 및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며 보험사로부터 진료비를 지급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씨가 받은 보험금은 약 1753만원, 오 씨는 약 1773만원에 달한다.
해당 진료비는 한의사들의 진료에 의해 책정된 것으로, 보험사 측은 한의사들 또한 부당이득 반환 책임(과잉진료 문제 제기)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보험사가 제시한 증거(영상자료, 진료기록)만으로는 피고 이 씨와 오 씨가 사고와 관련한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에 대해 각 한의사들이 실시한 진료가 부상 치료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그 밖에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위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보험사가 제시한 증거로는 사고와 상해의 인과관계를 완전히 부정하거나 한의사들의 진료가 불필요한 과잉진료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진료의 자율성과 의학적 판단 존중한 판결”
이번 사건은 교통사고 이후 지속적인 치료를 둘러싸고 보험사의 과잉진료 의심과 의료기관의 자율성, 환자의 자기결정권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이었다.
본 판결은 진료에 대한 전문가적 판단의 정당성을 확인한 결정으로, 환자의 증상 호소에 따라 진단하고 치료한 의료행위에 대해 사후적으로 보험사가 부당이득이라 주장하며 의료인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려 한 시도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환자의 통증 호소와 임상 소견이 일치할 경우 치료를 시행하는 것은 일반적인 의료행위로 간주되며, 이번 판결은 보험사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의료인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