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에서 오랜 세월 재직하시며 본초학의 발전을 이끌어 오신 이상인 교수님께서 7월3일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본초학의 큰 별이 떨어진 듯한 슬픔과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상인 교수님께서는 한의학의 본초학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로서, 한약재의 효능과 기원 연구에 평생을 헌신하셨습니다. 특히 전통 본초학 지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한약재의 효능, 분류, 약리 작용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교수님은 <동의보감> 탕액편에 수록된 일부 향약 재료가 한·중·일 간에 기원상 차이가 있음을 밝혀내어, 잘못 전래된 약재 사용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계기를 마련하셨습니다. 또한 수많은 실험 연구를 통해 전통적인 본초학 이론의 과학적 타당성을 입증하고 발전시키는 데 앞장서 오셨습니다.
특히 교수님께서 1975년에 집필하신 국내 최초의 현대적 본초학 교과서인 『본초학』은 전국 한의과대학의 표준 교재로 널리 활용되며, 본초학 교육의 근간을 이루었습니다.
이후 1991년에는 전국 11개 한의과대학 공동교재 개발을 주도하시며 한의학 교육의 통일성과 질적 수준을 크게 높이셨습니다. 이와 같은 업적들로 이상인 교수님은 국내 본초학 분야에서 독보적 권위자로 자리매김하셨으며, 본초학의 표준화와 제형 개변을 위한 선구적인 길을 여셨습니다.
이상인 교수님은 또한 1978년 대한본초학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과 제2대 회장을 연임하시면서 본초학 연구 공동체의 발전과 학술적 교류를 활발히 이끄셨습니다. 대한본초학회지를 창간하여 국내 본초학 연구의 학문적 기틀을 마련하셨으며, 수많은 후학을 양성하여 오늘날 본초학이 더욱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헌신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식약처의 한약규격집 편찬 작업에도 참여하셨고, 한약 전탕 및 보관에 관한 실험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여 한약 표준화 연구의 초석을 닦으셨습니다. 특히 개별 전탕과 복합 전탕을 비교하여 약효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신 것은, 현재 우리나라 보험약재 표준화 정책에 크게 기여한 연구로 남아 있습니다.
제가 이상인 교수님을 처음 뵌 것은 본과 1학년 본초학 시간이었습니다. 교수님의 강의는 언제나 명료했고, 근엄한 모습 속에서도 정확성과 진지함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본과 4학년이 되어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에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본초학의 표준화와 제형 개변 연구에 뜻을 품게 되었으며, 결국 교수님 덕분에 본초학을 전공하고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50대 후반에 의료 검사가 잘못되어 하반신이 마비되는 큰 어려움을 겪으셨고, 이후 퇴임하시어 개원하여 진료하시면서도 끝없이 학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셨습니다. 제가 찾아뵐 때마다 교수님은 한약재 관리 상태를 걱정하시고 표준화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이제 교수님께서 평생을 바쳐 이루신 본초학의 표준화, 제형 개변, 약물 기원 정립에 대한 위대한 업적과 가르침은 우리 한의학계의 영원한 유산이 되어 후학들의 앞길을 환히 비춰줄 것입니다.
부디 교수님께서 모든 고통과 아픔을 내려놓으시고, 하늘에서 평안히 영면하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교수님의 큰 뜻과 유지를 이어갈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