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한국의 열악한 공공의료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보다 근본적으로 공공의료체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기초법공동행동, 나라살림연구소,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무상의료운동본부, 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는 7일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공공의료정책’을 주제로 대선정책 시리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나백주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정책위원장은 발제를 통해 “한국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시기마다 공공의료역량 부족으로 위기를 겪고 있으며, 건강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재난의료에 대한 대비도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이미 이전부터 공공의료는 위기였다고 진단할 수 있다”며 “질병 예방과 건강돌봄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의료영리화에도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공공의료의 위기는 공공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밝힌 나 위원장은 공공병상을 확충하거나 공공병원의 기능을 강화하고 싶어도 수익성·경제성 중심의 검토절차인 예비타당성 제도를 통과하기 어렵다거나, 공공병원 경영손실에 대한 압력이 크다보니 병원 시설과 장비 투자를 비용으로 간주해 직접 충당토록 하는 등의 사례를 제시했다.
특히 그는 “공공의료 위기를 해소하고 의료공공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 개편, 의료인력의 충분하고 안정적인 공급 및 공공보건의료체계 운영 거버넌스에 대한 리더십을 확실히 세운 기초 위에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의료책임성을 강화하는 등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같은 과제 해결을 위해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공공보건의료투자 재원의 안정적인 확보 △중앙정부 차원의 공공보건의료체계 리더십을 확실히 하기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가칭)공공의료관리청 신설 적극 검토 등을 제안할 것”이라며 “이같은 제안을 통해 공공보건의료기관들의 기능을 새롭게 정립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좋은 공공병원이 확충되고 지역보건의료 수요에 맞춘 제대로 된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발제에 이어서는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정형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공동집행위원장, 김민재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 김윤정 한국노총 정책차장이 참석해 공공의료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윤 교수는 “공공의료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재원·거버넌스 등이 모두 확충돼야 한다”며 “재원의 경우에는 건강보험 적자재정 해소를 위해 국고지원을 한시적으로 지원토록 되어 있는 것을 중단하고, 관련 예산을 공공의료 확충하는데 사용해야 할 것이며, 거버넌스 차원에서 제시된 공공의료관리청 신설의 경우 공공의료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국립 병원들을 총괄하고 지역책임의료기관과 각 부처 산하 병원 등을 지원할 (가칭)국가중앙의료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형준 공동집행위원장은 “공공의료 강화는 건강권과 사회안전망 측면에서 미뤄질 수 없는 과제이자 기후위기대응과 지방분권을 위해서도 당장 시작해야 되는 보건의료체계 구축 개편의 핵심 과제”라며 “공공의료의 전반적인 개혁이 미온한 것은 공공의료를 책임지고 조직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것이 큰 이유인 만큼 공공의료관리청 신설은 한국의 열악한 공공의료인프라를 해결할 획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민재 정책국장은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 누구나 어디서든 필수의료를 보장받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2025년까지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완성할 것을 목표로 공공의료 분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2025년까지 70개 중진료권마다 1개 이상씩 공공병원 확충 △필수의료 국가책임제 완성을 위한 제도적 적폐 해소 및 제도 보완 △공공병원 인력 확충 △공공병원이 필수의료를 책임질 수 있는 안정적인 재정 지원 등의 기본과제를 통해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완성하고 국가적 의료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보호토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공성식 정책기획실장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서는 결국 재정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기획재정부로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예산 편성의 권한을 분산하는 한편 공공의료와 같은 필수 서비스에 대한 국고 책임을 높이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윤정 정책차장은 “공공의료체계를 지탱하기 위해 예산과 세부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며, 특히 건강증진기금의 활용, 건강보험 국고지원 분명화, 공공병원 수가 인상과 총액인건비 규제 해제 등을 통해 공공의료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더불어 국민 의견 개진 창구 개설 등을 설치해 의료정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나온 다양한 의료정책 대안을 공공의료정책심의위원회 혹은 지역 거너번스 내에 논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