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시행 2주년을 맞아 3일 개최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의 유명무실함을 지적하며 지역별, 직종별 적정 배치 기준에 관한 중장기적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원일 이화여대 임상바이오헬스대학원 강사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시행 2년에 대한 평가 및 발전 방안' 발제에서 "대다수 직능 단체들이 인력의 양적 증대없이 근무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들을 하고 있는데 이는 모순"이라며 "정부는 의료 자원간의 병상이나 인력 환자 등을 고려해 수급계획을 짜야 하는데 병상은 증설하면서 인력은 통제하는 식이다. 완전히 따로국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 직종 간에도 원칙이 없다고 비판했다. 의사와 간호사가 같이 부족한데 간호사만 늘리고, 의사는 17년째 인력 증원이 한 번도 없다는 것. 그는 "정부는 의사에 대한 태도와 다른 직능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며 "이런 태도가 수급 문제의 심각성을 키웠다"고 강조했다.
이어 "왜 정부 지원이 의사들한테만 집중되나?"라며 "수가는 의사가 할 거라 생각해서 측정됐지만 대리수술만 봐도 의사가 다 하지 않는데 그러다보니 의사 임금은 계속 올라간다. 수가체계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와 다른 보건의료직종 간의 급여 등 처우 불균형 완화를 위해 의사업무량 중심의 상대가치기반의 행위별수가를 보건의료인력들의 노동가치를 반영한 수가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간은 한계가 많으므로 정부나 지방 정부 소속 공공의료기관부터 처우를 개선하며 추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보건의료인력문제 해결을 위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 방향' 발제를 통해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중에서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기능을 보완하고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보건의료인력정책 재정 확보가 필요한데 인력문제와 의료취약지 개선에 건강증진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이 실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의사인력 부족 문제는 매우 심각해져 지역의 상급종합병원마저 야간에 무의촌이 되는 기막힌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의사 일을 대신하는 불법의료가 만연고, 통제조차 어려워진 실정"이라며 "OECD 국가들의 2/3 밖에 되지 않은 조건에서 지난해 정부가 추진했던 지역의사제도 등 의사 증원 정책은 결국 의사단체 반발로 여태 재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근거한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은,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정책목표 및 방향에 관한 사항부터, 인력 수요추계, 양성 및 공급에 관한 사항 뿐만 아니라 특히 지역별, 보건의료기관 유형별 보건의료인력의 적정배치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야 한다"며 "인력정책 개선을 위해서는 보건의료인력정책이 ‘건강보험정책심위’에서 논의할 것이 아니라 ‘인력정책심의위’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건의료인력법에 따라 5년 주기로 진행해야 하는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신 연구위원은 “보건의료인력법에 따라 20개 직종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이제 통계청의 승인 절차를 마친상태”라며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방향과 관련하여 추진 과제에서 ▲신뢰성 ▲전문성 ▲책임성 ▲미래대비 혁신을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차전경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은 “제기한 정책들은 패키지로 추진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여러번 지적됐듯 통계가 매우 중요한데 실태조사가 국가 승인 통계로 격상되었기 때문에 이후 강력한 힘을 갖게 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협의하면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