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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7일 (토)

"협회 주도의 지역 연계 봉사 단체의 필요성 느껴"

"협회 주도의 지역 연계 봉사 단체의 필요성 느껴"

‘온기를 전하는 한의사들’, 쪽방촌 의료취약계층 찾아 한의 인술 나눠
한의사 3명과 간호사 1명으로 구성, 한의학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전파

 

<편집자주> 한의의료봉사팀 온기를 전하는 한의사들(이하 온전한)’은 매월 창신동 쪽방촌을 찾아 의료소외계층에게 침 치료, 추나, 도침 등의 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한의 인술을 꽃피우고 있다. 본란에서는 온전한을 만나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 및 봉사를 하면서 느낀 점 등을 들어봤다.

 

Q.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팀원중 한명인 김현기 간호사가 쪽방상담소에서 일하게 되면서, 새로운 일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고, 지역주민들에 대한 측은지심을 느꼈다. 그리고 해당 동네에 다른 의료봉사는 와도 한의의료봉사는 없다는 말을 듣고, 소외된 이웃들을 돕기 위해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한의학을 널리 알리고, 한의계에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하는 뜻이 있는 친구들이 팀을 이뤄 지금까지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Q. 구성원들이 서로 알게 된 계기는?

학술세미나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다. 모두 공부에 열정이 있어 열심히 배우러 다니면서, 한의계의 위상을 높이는 것에 대한 관심사가 같아 친해지게 됐고, 이후 팀을 이뤄 함께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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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봉사활동시 힘들었던 점은?

지역주민들의 특성이 그동안 진료해왔던 환경과 달라 새롭게 적응해야 했던 점이다. 초창기에는 직접 방문해 진료하는 형태가 아니고, 센터로 환자들이 진료를 받으러 오는 식이었는데 조금 기다렸다가 그냥 가시는 분들이 많았다. 이러한 점은 우리가 여태껏 진료했던 학부 시절 의료봉사지 또는 지금 보건지소를 찾는 환자분들이 진료를 위해 1시간 이상 기다리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리고 침 치료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조금만 아파도 침 맞기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있어 우리가 제공할 의료서비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집집마다 찾아가는 방문 봉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침을 두려워하시는 분들에게 사용하기 위해 마사지건을 구매해 치료에 활용하기도 했다. 또한 침 치료와 함께 도침 시술 등 의료서비스의 차별화를 위해 노력했으며, 그 결과 지금은 치료의 효과를 본 분들이 점점 늘고, 우리의 봉사를 꾸준히 이용해주시는 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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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봉사를 통해 느낀 소감은?

·송은성 공보의(충북 단양군 매포읍 보건지소):쪽방촌이라는 곳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구부러진 골목길과 좁은 문들 뒤로 감춰진 마을로, 위치를 미리 알지 못하면 그저 걸어서는 발견하기도 힘든 곳이다. 그렇게 숨겨져 있는 만큼 진료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의료소외계층 환자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마른 몸들이 겨우 눕기에도 버거운 갑갑한 방에 종일 누워있는 데다가 규칙적인 식사도 안하시는 분들이 많아 다들 병을 달고 산다. 대사증후군, 욕창, 뇌졸중 후유증 등 힘겨웠던 세월의 얼룩처럼 남은 병들 사이에서 우리 한의사들은 가장 많은 증상인 근골격계 통증 치료를 주로 다뤘다. 양방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후유증을 겪고 있지만 다시 큰 수술비와 후유증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그저 고통을 참고 있던 환자들이 침 치료로 증상이 경감되었음에 감사하며, 우리가 다시 오길 기다리는 모습에 한의학의 실용성과 따뜻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이전에 비면허자에게 침을 맞고 증상이 악화돼 침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환자들에게는 한의치료에 대한 친근함을 더해주며, 한의의료기관에 자주 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쪽방촌 의료봉사가 편하고 신나는 일은 아니지만 다른 봉사에 비해 큰 보람과 강렬한 경험을 느낄 수 있었고, 이 경험은 앞으로 어떤 환자를 진료하더라도, 더 나아가서는 어떤 사람을 대하더라도 더 담대하고 푸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줄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

 

·임석현 공보의(강원도 홍천군 영귀미면 보건지소):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곳은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새로운 세계였고, 때문에 일상에서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를 느낄 수 있었다. 사연을 듣다보니 대단하신 분들도 많았고,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느껴 겸허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의 작은 의료행위에서 감동을 느끼시길 바라는 마음가짐으로 정성껏 봉사에 임하고 있다.

 

·최일훈 공보의(전남 영암군보건소): 봉사 첫날 퀴퀴한 오물의 냄새와 쓰레기더미 곁에서 몸을 누이고 있던 환자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는 방문을 열 때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무뎌졌지만 환자와의 교감은 점점 커짐을 느낀다. 한의학을 바탕으로 이웃들에게 건강과 온기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하고 보람찬 일이다. 쾌적한 진료실을 떠나서 몰랐던 세상에 대해서 알고, 겸손과 보람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김현기 간호사(서울특별시립창신동쪽방상담소):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는 일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하나하나 착실하게 채워가다 보면 결국 더 큰 만족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믿으며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도 계속 봉사를 해나가고 팀을 확장해 나가고 싶지만, 점점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적은 인원에다 봉사 횟수도 제한적이어서 주민들에게 정착하는데 한계가 있기에 함께하는 사람이 더 늘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봉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 있다면 ‘qaqaqa456@naver.com 혹은 인스타그램@gooooood_news’로 연락주길 부탁드린다. 우리 온전한은 직접 개척해 지역보건봉사체계를 만들었지만, 다른 보건직역은 협회 주도로 지역 의료봉사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한의사들도 지역 한의사, 한의대생과 지역 의료복지시설을 연계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 만들어가 볼 생각이며, 이와 관련 협회나 큰 단체의 주도하에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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