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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04일 (수)

‘더 많이’에서 ‘더 똑똑하게’로 의료 시스템 혁신

‘더 많이’에서 ‘더 똑똑하게’로 의료 시스템 혁신

지·필·공 투입 규모는 확대, 실제 의료 공백 해소에는 한계
기본의료, 밀착의료, 체감의료, 인공지능(AI) 혁신의료 제시
분절적 정책들 ‘기본의료권 보장’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통합
보건사회연구원, ‘2026년 보건의료정책 전망과 과제’ 보고

[한의신문] 정부의 지역의료, 필수의료, 공공의료 정책이 투입 규모는 확대됐으나 실제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 공백 해소에는 한계가 있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으로 ‘모두의 의료’라는 비전이 제시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신영석)이 발간한 <보건복지포럼>의 1월호 ‘2026년 보건의료정책 전망과 과제’(신현웅 보건의료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여나금 보건의료정책연구실 연구위원) 보고에서는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더 많이’에서 ‘더 똑똑하게’로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모든 국민의 4대 의료권을 보장하는 ‘기본의료’, 생활권 내 지역 완결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밀착의료’, 기본의료와 밀착의료에서 해소되지 않는 개인별 필요에 촘촘하게 대응하는 ‘체감의료’, 그리고 전 단계를 관통하며 효율성을 높이는 ‘인공지능(AI) 혁신의료’로 구성되는 ‘3+1’ 체계와 영역별 세부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모두의 의료.png

 

이 보고에 따르면, 대한민국 의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접근성과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은 이러한 평가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 야간에 소아 환자가 발생해도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기 어렵고, 비수도권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적정 의료기관까지 장거리 이송이 불가피하며, 중증질환 진단 시 치료비 못지않게 간병비 부담이 가계 경제를 위협한다.

 

또한 의료기관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나 의료 공백은 해소되지 않았고, 보건의료 예산은 확대됐으나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들을 감안해 문제의 본질을 의료자원의 절대적 부족에서 찾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지역의료, 필수의료, 공공의료 정책은 각각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 ‘어느 분야를 제공할 것인가’, ‘누가 제공할 것인가’라는 공급자 관점에서 개별적으로 추진돼 왔으며, 의료기관 신설, 의료인력 확충, 인프라 투자 등의 정책이 상호 연계 없이 분절적으로 진행된 결과 투입 규모는 확대됐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 공백은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았다.

 

이는 공급 부족의 문제라기보다 수요에 부합하는 대응체계가 미흡했던 데서 비롯된 것으로, 자원의 양적 확대보다 자원 활용의 효율성과 배분의 적정성이 핵심 과제임을 지적했다.

 

특히 2025년 이후에도 필수의료 투자 확대, 지역격차 완화, 공공의료 강화, 디지털 혁신을 통한 효율 향상 등의 노력이 이어졌으나, 공급자 중심 접근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이 같은 정책 경험이 주는 시사점으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첫째, 국민이 의료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불안’과 ‘불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불편이 해소되지 않으면 불안이 증폭되고, 불안은 다시 부적절한 의료이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불편은 더 이상 국민이 감수해야 할 영역이 아니라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할 영역이라는 점이다.

 

둘째, 국민의 다양한 의료 수요에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 응급 대응, 평소 건강관리, 만성질환 관리, 회복기 돌봄, 개인별 특수 상황에 맞는 지원,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어느 한 단계에서 생긴 빈틈이 다른 단계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보편적 기본권 보장을 바탕에 깔고 지역 완결적 서비스와 개인별 맞춤 대응이 연결되는 촘촘한 안전망이 필요하다.

 

셋째, 자원의 양적 확대만으로는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6개로 OECD 최고 수준인 반면 임상의사 수는 1000명당 2.7명으로 OECD 최저권에 머물러 있다. 병상은 넘치는데 의사는 부족한 불균형 구조다. 핵심은 자원 총량이 아니라 배분과 연계에 있다. 대형병원 쏠림, 일차의료와 전문진료 사이의 단절, 지역 간 격차 같은 구조적 문제가 이어지는 한 투입을 아무리 늘려도 체감 공백은 메워지지 않는다.

 

넷째, 전국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정책으로는 지역별 특수성에 대응하기 어렵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어촌은 의료 환경 자체가 다르다. 의료 취약지에는 이동진료와 원격의료가 절실하고, 중소도시에는 지역 거점 전문병원이 필요하며, 대도시에는 1차-2차-3차 연계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역 특성에 맞춰 생활권 중심의 의료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다섯째, 평균적 보장 강화가 실질적 형평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꾸준히 올랐지만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 비중은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부담이 고르게 나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증질환자, 저소득층, 홀로 사는 고령자에게 의료비는 재난과 다름없다. 개인별 필요도와 부담 능력에 기반한 맞춤형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모두의의료2.jpg

 

이 같은 교훈 위에서 정책 기조의 새로운 접근으로의 전환이 필요한데, ‘더 많이’ 공급하는 양적 확대에서 ‘더 똑똑하게’ 시스템을 혁신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병원을 더 짓기보다 AI·디지털 기술로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진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며, 분절적으로 추진되던 정책들을 ‘기본의료권 보장’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기본의료·밀착의료·체감의료·혁신의료는 각각 독립된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 체계로 작동해야 한다”면서 “기본의료·밀착의료·체감의료·혁신의료가 하나의 틀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누구든지, 어디서든지’ 안심할 수 있는 ‘모두의 의료’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어 “과거에는 어느 분야가 필수인지, 어디에 배치할지, 누가 제공할지를 따로 고민했다면 이제는 국민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생활권 내에서 어떻게 해결할지, 한 사람 한 사람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면서 “‘더 많이’에서 ‘더 똑똑하게’로, 양적 확충에서 질적 혁신으로, 투입 중심에서 국민 체감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러한 전환의 핵심에는 국민 중심이라는 가치가 있으며, 국민 중심 의료는 새로운 개념이 아닌 환자 중심, 사람 중심, 수요자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보건의료 분야에서 논의돼 왔고, 법률과 제도의 원칙으로도 천명돼 왔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의 과제는 국민 중심이라는 원칙을 정책으로 실행하고 현장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치료라는 단일 시점에 머무르지 않고, 의료기관 선택부터 접근, 이용, 사후관리에 이르는 의료 전 과정에서 국민이 불안과 불편 없이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 중심 의료의 실질적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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