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강준혁기자] “한계 의료법인을 합리적으로 퇴출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건실한 대형 의료법인이 한계 의료법인을 인수·합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이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11일 국회에서 ‘한계 의료법인의 합리적 퇴출 구조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신동근·고영인 의원,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의료법인연합회가 주관한 가운데 진행됐다.
◇ 한계 의료법인 퇴출 위한 새로운 제도 마련 필요
김주성 법무법인 반우 대표변호사는 ‘의료법인 회생과 M&A 금지 규정’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의료법인의 모든 수입은 요양급여비용 지급청구권으로, 공단의 부담금 및 수급자의 본인부담금 채권”이라면서 “의료법인은 이러한 채권들을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으며, 의료법인의 채권자들은 이러한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 등으로 유동성 악화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의료법인 회생절차별 주요 쟁점에 대해 소개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무리한 병원 확장 등으로 인한 과도한 차입 △의료진 등에 대한 인건비 과다 지출 △이사진의 횡령 및 배임 등 자금의 유용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의료기관 경영난 △사무장병원 적발로 인한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 및 환수조치 등이 있다.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시행되면 채권의 담보계약에도 영향을 미친다. 김 변호사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 발행하는 채권을 채무자가 아닌 관리인의 지위에 기한 행위로 인해 발생한다”며 “이러한 채권은 채권양도담보의 목적물에 포함되지 않고, 담보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법인은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의 요양급여비 채권에 대해서는 지급받을 수 있고, 금융기관의 회생담보권 범위에서도 제외된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의료법인의 M&A를 가로막는 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법 제51조의2를 보면 ‘누구든지 의료법인의 임원 선임과 관련해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주고받을 것을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이러한 내용이 사실상 의료법인 M&A의 금지 규정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마련된 법만으로는 한계 의료법인 정리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강조한 김 변호사는 “현재 마련돼 있는 채무자회생법에 의한 부실 의료기관 정리는 의료법 제51조의2와 충돌하는 면이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주성 법무법인 반우 대표변호사
◇ “의료법인, 지역의료서 중추적인 역할 수행”
이어 김철준 대한의료법인연합회 정책위원장은 ‘한국 의료법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발표를 통해 의료법인 퇴출구조에 대한 제도적 관점을 중심으로 설명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의료법인은 설립 목적상 의료의 공공성 제고와 지역 간 의료불균형 해소 정책의 일환으로 의료취약지역에 의료기관을 설립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료시설 균점화 시책의 정책 수단으로 시작됐다”면서 “이후 여러 가지 의료법인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변화가 있었지만 의료법인과 관련된 제도는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현재 국내에 설치된 의료법인의 설립 및 운영 현황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설립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 의료법인 의료기관은 중소규모이며, 대도시보다 지방 및 중소도시에 상당수 위치해 지역의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2019년 기준으로 전체 요양기관은 9만4865개로 이 중 의료법인 의료기관은 1.38%에 해당하는 1316개”라고 밝혔다.
특히 1316개 의료법인 의료기관 중 상급종합 및 종합 병원 145곳을 제외한 나머지 1171곳은 병원 및 의원급 등에 해당한다. 의료법인 의료기관의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서울·부산 등 대도시 분포율이 33.7%, 지방 중소도시에 66.3%가 분포돼 있다.
김 위원장은 “의료법인의 역할은 지역 내의 의료 제공, 의료취약지 의료 제공 등”이라면서 의료법인이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대체·보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그러나 현재 이러한 의료법인들의 경영 현황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이러한 열악한 의료기관 경영환경으로 인해 수많은 의료법인 병원들이 부실 의료법인으로 전락해 퇴출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료법인의 인수와 합병’을 제언하는 한편 이를 지원키 위해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한계 의료법인의 합리적 퇴출을 위해서 인수 및 합병을 통한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협력할 때”라면서 “이를 통해 의료법인이 지역별 의료서비스 공급의 편차와 급격한 수요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그 역할과 소임을 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