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적 분석으로 철저한 대비 필요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개정안은 무엇이 문제이고 한의계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의료법 개정안 중 한의계가 가장 먼저 주목하고 있는 조항은 ‘유사의료행위’(제113조) 조항이다.
이 조항은 말 그대로 해석하면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및 간호사·조산사의 의료행위라 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다면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및 간호사·조산사가 아닌 자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한의사회가 법률자문한 결과에 따르면 만약 법원으로부터 수지침, 지압, 스포츠 마사지, 활기도운동 등과 같이 종전에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무면허의료행위로 판결 선고받은 행위들이 향후 모호성에 관한 논쟁은 더욱 불거질 것이란 지적이다.
또한 개정안에는 판단 기준의 모호함 외에도 유사의료행위 여부를 누가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사항이 결여돼 있고 공정한 판단을 위한 법적 견제 장치가 없는 등의 문제로 인해 이익집단의 영향으로 정치 논리가 개입될 가능성이 있으며 개별 법규에 의해 별도로 정해지게 돼 통일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 예상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판단했다.
‘의료행위’ (제4조) 정의에 대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대법원은 그 개념을 일관되게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해야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로 판시해 왔으나 개정안에서는 ‘의료인이 관련 전문지식을 근거로 건강 증진·예방·치료 또는 재활 등을 위하여 행하는 통상의 행위’로 개정함으로써 ‘통상의 의료행위’가 과연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과 동일한 의미인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
의료행위 정의 규정에 ‘투약’이 제외된 데 대해 복지부는 현행 의약분업체제에 부합하고 의사의 투약은 현행 ‘의료법 제18조의 2’, ‘약사법’에 근거한 범위 내에서 당연히 인정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양방에서는 1999년부터 약사법 제21조 등의 법적 근거에 기해 의약분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한방은 한약재의 규격화가 어렵고 한방치료의 특수성으로 인해 양방 의료체계에서 유래된 의약분업이 접목되기 어려운 점 등으로 한방 의약분업 실시가 언제 이뤄질지 전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개정안은 한의사가 한약을 처방·조제하는 의료행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의료행위에 관한 개념을 의료법에 명문화해 의료의 예측가능 영역을 확보하겠다’는 개정 취지에도 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만약에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한의사의 조제권에 관한 법적 근거가 상실될 위험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의료법 개정 과정에서 한의사의 한약 처방·조제행위에 관한 정의 규정을 별도로 신설한 다음 이를 개정안 제36조의 한의사 업무규정에 포함되도록 하는 등 한의사의 한약 조제행위에 대한 법적 근거를 굳건히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는 것이 의료법 전문 변호사의 판단이다.
‘비급여비용 할인 등 허용’조항(제61조)은 자본 논리 도입으로 보건의료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62조에서 모든 의료기관이 ‘진료비’를 게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과다게시 및 할인행위, 불필요한 진료 등을 유발함으로써 오히려 사회적 의료비 증가와 의료시장 왜곡으로 국민건강에 심대한 위해 요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함께 한의협은 현행 제14조(기구 등의 우선 공급) 조항은 한방의료에서 사용되는 한약재가 주로 천연물인 관계로 양질의 한약재 공급에 장애가 발생할 소지가 상존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현행대로 유지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또 개정안 제26조(보수교육 의무) 제3항 중 ‘관련전문학회’ 부분을 삭제할 것과 제27조(풀위유지 의무) 중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이란 부분의 삭제, 제35조(간호사 업무) 중 ‘간호진단’의 정의 중 ‘한의사 등의 진단후’는 ‘한의사 등의 진단에 따라’로 수정해 간호적 판단이 한의사 등의 진단의 범위 내에 있어야 함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개정안 제51조(의원급의료기관 개설) 제1항 단서 규정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다른 종별 의료인의 고용 및 진료를 금지하고 있는 제44조의 취지에 따라 삭제하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차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정안 제51조 3항(병원급의료기관 내 의원급의료기관개설)부분과 제70조(비전속 진료) 제2항, 제99조(임상진료지침) 및 제62조(진료비용고지) 등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시한의사회가 의뢰한 법률자문에서는 이외에 개정안 제97조에 따라 의료심사조정위원회 신설될 경우 이 조정위원회는 한의사 직능의 축소를 가져올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는 의료심사조정위원회는 개정안 제97조 제3항 각호의 자격조건에 비춰 그 구성은 양방 의학계가 우위를 점할 것이고 의료기관의 정의를 기본적으로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의료행위를 행하는 것으로 규정한 개정안 제51조 등은 양·한방 협진 허용의 근거가 됨과 동시에 한방의 직능 축소를 통해 진료영역의 다툼을 해결할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의사의 CT사용 문제가 불거진 경우 방사선과 의사를 고용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한의사는 CT를 사용할 수 없다는 식으로 한의사의 직능 축소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개정법안에서는 의사와 한의사의 업무영역 구분에 관한 심사를 의료심사조정위원회에 위임하고 있을 뿐 이에 관한 기본적인 기준을 규정하거나 하위 법령에 위임하지 않고 있어 의료심사조정위원회는 종전의 관련 판례를 근거로 심사하게 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한의사의 한방 진찰법을 망진, 問診, 聞診, 절진으로 제한하는 등 의사와 한의사의 업무영역 구분이 문제되는 대부분의 사안에서 한의사가 행하는 한방의료행위는 한방의료에 속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표준진료지침제도와 신의술평가제도 도입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개정안은 표준지료지침제도와 의료심사조정위원회의 심의를 통한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신설함으로써 한의계의 과제 중 하나인 한방의 과학화·체계화의 노력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은 장점으로 평가될 수 있으나 표준의료지침 제정이 신의술의 적극적인 도입을 저해하고 의료기술의 하향평준화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경험적이고 사례별로 치료법을 달리하는 한방의 특수성상 양방의 잣대에서 획일화된 표준진료지침제도,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융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다.
이번이 34년만의 의료법 전면 개정이라는 것은 한번 개정되면 다시 바꾸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개정안이 향후 한의계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와 분석을 통해 철저한 대응을 해야함은 물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