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학회 중심 약리시험, 인체실험 등 논문화 필요
정밀한 연구 데이터 구축, 국제 신뢰도 확보 나서야
현재 국내 한약발효에 대한 연구는 이제 첫 걸음마를 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의계의 미래가치 분야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기대만큼 진척은 더딘 편이다.
다산모자한의원 김호선 원장은 “발효한약은 한약의 독성 문제나 중금속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의계 미래 대안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실제 임상에서도 높은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미래 한의학의 블루오션임이 분명하다”며 “발효한약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개별 약재에 대한 연구를 넘어 복합제제로까지 연구가 진행될 경우 한의학이 국민건강권에 차지하는 기여도는 상상 이상으로 끌어올릴 만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발효한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이에 대한 엄밀하고 정밀한 연구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안덕균 전 경희대 본초학과 교수는 “그동안 관심을 갖고 바라본 대부분 국내 발효연구 수준은 정확한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빈약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발효한약에 대한 관심만큼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등 보다 정밀한 성분 변화 시험 등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무엇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발효한약은 유산균·효소를 비롯해 발효 균주 이름도 정확히 밝혀져야 하며, 미생물 연구를 통해 시간대별 검증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황련, 감초, 인삼 등 한약재가 발효과정에서 어떻게 변화되는가에 대한 데이터가 구축돼 대학이나 학회가 중심이 되어 약리시험, 인체실험 등이 논문화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일찌감치 한약발효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십수년을 발효한약을 연구해온 제인한방병원 김길우 원장은 ‘한약 발효는 생각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그의 연구실에는 지금도 균주, 조건, 성분 등에 맞춰진 약들이 전통적인 방법, 인큐베이트 방법 등 다양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김 원장은 발효한약에 대한 ‘동의’는 과학적 방법에 대한 비교 데이터 등이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공식 발표되어야 ‘인정’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의학과 마찬가지로 현재 발효한약은 전통적 방법으로 가느냐, 새로운 방법을 찾느냐, 세계화로 나가느냐 등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의계 입장은 어떤지 모르지만 저는 세계로 나가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신뢰성 회복을 위해 얼마나 과학적이냐(우리가 아닌 미국이 인정하는 데이터)를 위한 비즈니스 마케팅포인트를 매우 중요시 합니다.”
실제 발효한약이 세계적인 인정을 받기 위한 첫 걸음으로 각각 약재에 대한 표준물질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표준물질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유효한 성분이 있어도 찾아낼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인삼, 황기 등 한약재에 대한 표준물질이 확보되었으며, 특히 중국의 경우 각 성에서 생산되는 약재별 표준물질도 구축해 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발효한약 발전도 ‘약재 표준물질’ 확보란 정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발효한약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국내 농업진흥청, 한국화학연구소 등 그동안 한약을 본격적으로 연구를 진행해온 연구소를 비롯해 외국 문헌에 대한 한약연구도 스크린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란 지적은 설득력을 얻는다.
‘한약발효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하나’에 대한 화두의 답은 ‘표준물질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그리고 균주의 확보, 조건들의 운용 등으로 좁혀진다. 이미 표준물질을 외국에 선점 당한 한국이 선택할 길은 김길우 원장의 지적처럼 세계화 전략을 통한 마케팅 포인트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진행돼온 총성 없는 전쟁이 점차 눈앞의 현실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발효한약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효능에 대한 확신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의계는 이제부터라도 차분이 무엇을, 어떤 것을, 어떤 방식으로 가야할지를 따져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