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한약재 12종 96개 제품에서 곰팡이균과 곰팡이독소 오염 정도를 시험한 결과 84개 제품에서 곰팡이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의 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 약전상 최대 허용 한계치(g당 50만개 이상)를 적용한 결과 곰팡이에 오염된 제품은 포장제품 중 국산 황기 1개와 국산 진피 1개가 있었으며 비포장제품에서는 국산 후박 1개, 북한산 복령 1개 등 4개 제품이 기준을 초과했다.
또한 곰팡이독소인 ‘아플라톡신 B1’ 오염 정도에 대한 시험결과에서는 천궁 3개 제품에서 각각 3.97, 2.46, 1.14ppb가 검출됐으나 이는 국내 생약의 곰팡이독소 허용기준으로 입안예고된 10ppb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이번 시험결과를 바탕으로 유럽연합 약전 등과 같이 한약재의 곰팡이 수 관리기준을 마련할 것을 건의하고 실질적인 위생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지도·관리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곰팡이가 인체에 유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소비자원의 조사결과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한약평가팀 강신정 팀장은 “한약재의 모든 진균이 유해한 것이 아니고 일부 곰팡이가 생성하는 곰팡이독소가 인체에 유해한 것이기 때문에 곰팡이 수를 관리하는 것보다 곰팡이독소에 대한 기준을 정해 관리하는 것이 더 직접적이고 효율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강 팀장은 또 “특정 한약재에 감염이 잘 되는 진균은 무엇이며 어떠한 진균이 아플라톡신과 같은 곰팡이독소를 잘 생성하는지에 대한 상관관계를 연구, 곰팡이독소 기준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신광호 부회장도 “소비자원이 한약에서 발생한 곰팡이의 다양한 종을 문제 삼고 있는데 이것은 한약에 대해 잘 모르고 접근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신 부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한약 중 상당수는 곰팡이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데 예를 들어 신곡은 누룩균의 균사체로 이뤄진 한약이며 콩을 발효시켜 만든 두시도 그렇다. 한약에는 치료효과보다 독성이 강한 약이 있는데 이를 해독하는 데도 발효를 이용한다.
가령 반하와 천남성은 독성이 강해 입안에 넣으면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 법제 과정에서 발효시키면 이러한 독성 없이 매우 좋은 약재로 거듭나게 된다. 더욱이 한약재를 발효시켜 추출할 경우 유효성분이 더 추출되는 현상을 이용해 보다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한약가공기법으로 계속 발전시키고 있는 발효공학은 한의학과 더불어 발전할 수 있는 매우 유익한 분야라는 것.
따라서 신 부회장은 “한약재는 발효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영역임에도 이것을 곰팡이라는 이유로 규제하려고 한다면 아마도 학문적 특성을 잘못 이해한 소치가 아닌가 한다”며 “한약재의 안전성을 위해 곰팡이를 규제하는 것은 이러한 한약재의 가공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발상이며 인체에 유해한 곰팡이독소인 아플라톡신을 규제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