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군의관으로 지난 2년동안 강원도 철원에서 근무했다. 올해 4월부터 남은 1년의 군생활을 육군사관학교 병원에서 한다. 육체적으로 힘들긴 해도 한국을 지키는 군인들을 진료하면서 얻는 보람이 크다. 앞으로 군을 이끌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데 의의가 있으며 군대라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 뜻깊다.”
육군사관학교의 사관생도 및 장병의 건강 관리와 진료를 담당하는 육사병원 한의과 최우진 대위. 최 대위는 주로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육사 내 병사를 포함, 생도·간부까지 한의진료를 원하는 이들에게 침과 엑기스제, 물리치료 등을 성의껏 제공하고 있는 한의군의관이다.
서울·경기 제외 지방에 한의군의관 全無
“대한민국 남자라면 반드시 거치는 곳이 군대인데 한의군의관 인력이 절실히 부족한 실정이다. 내원 환자 중 80%는 한의진료가 처음일 뿐 아니라 일단 진료를 한번 받으면 한방의 우수성을 몸소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군대 내 한의진료는 대한민국 한의원의 문턱을 닳게 할 첨병이며 세계인의 발걸음을 좌우할 지름길인 것이다. 그러나 서울·경기를 제외한 남부지방 군사단에는 아예 한의군의관이 없는 실정이다.”
최 대위에 따르면 군인은 현재 60만명으로 추산되며 해마다 20만명씩 새로 입대하고 있다. 수십만 군인의 건강을 지키는 군의관 임관식에서 매년 의사는 800여명, 치과의사는 80여명, 이에 반해 한의사는 30여명씩 선출된다.
전국 49개 각 군사단마다 약 만명 이상의 군인이 있고 이들을 돌보는 의무관의 구성은 의사 20여명, 치과의사 3여명씩 배치되는 것에 비해 한의사는 고작 1명이다. 다른 군의관에 비해 선출되는 한의군의관 수가 눈에 띄게 적은 것은 둘째치더라도 지방 쪽에 한의군의관이 전혀 없다는 사실은 결국 한국 땅에서 절반이 넘는 군인들이 한방진료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에 대해 최 대위는 “한의계에 대한 정부측의 관심도 절실하지만 보건복지부 및 각 의료단체에서 필수적으로 참여하는 군의관 임관식을 한의계가 외면하고 있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될 시사점”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위만의 특별한 휴가, 해외한방의료봉사활동
최 대위의 한의사랑은 군의관 활동을 넘어 황금같은 휴가기간을 반납하고 활약하는 한방의료봉사활동에도 이어진다.
2004년 7월 철원 근무 당시 자유총연맹 글로벌봉사단으로 방글라데시를 찾은게 처음이었다. 한국을 알리는 문화활동의 일환이었던 이 행사는 제55차 KOMSTA 한방의료봉사단과 협세해 현지 주민을 대상으로 의미있는 의료사업을 펼쳤다. 이를 계기로 최 대위는 해외한방의료에 대한 관심이 커져 올해 10월 13일부터 22일까지, 한·터 수교 50주년을 기념한 제84차 KOMSTA 봉사활동에 지원했다. 사실 열흘간의 터키 방문은 최 대위가 군무 복역하면서 얻은 소중한 휴가였다.
“터키는 말만 안 통했을 뿐 완연한 한국이었다. 젊은 시절 피흘리며 보냈던 혈맹국, 한국땅을 제 고향처럼 그리워하는 터키용사들의 따뜻한 눈빛만으로 이미 모든 것이 통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처음 접하는 침진료에 대해 거부감도 없었으며 오히려 내게 쉴새없이 거침없는 포옹과 뽀뽀세례를 퍼부을 정도였다.”
현지 대사관 관계자들 또한 한방의료봉사활동을 매우 뜻깊게 여겼으며, 매년 10월17일 한·터 수교일을 정례화해 터키의료방문을 지속해주길 간곡히 바랐다고 한다.
군인에게는 황금같은 휴가기간을 모아 말라리아 감염 위험까지 무릅쓰고 과감히 봉사활동에 몸을 던진 최 대위.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대학원 박사과정 중간고사 준비까지 제쳐두고 쉽지 않은 행군을 택한 것이다.
“불편한 길은 분명 얻는 것이 있다. 열악한 환경과 결코 원만하지 않은 해외활동이었지만 한의학 공부에 대한 뿌듯함을 체감하는 일이었기에 한 치의 고민도 없었다. 환자의 손을 잡는 것보다 뜻깊은 일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한의학 시작과 끝맺는 개론서 저술 희망
최 대위는 내년 4월이면 군의관 옷을 벗고 진료활동과 함께 한의학 개론서 저술에 전념할 생각이다. 음양오행은 물론이고 경락·장부 생리 등을 포함, 한의학의 시작과 끝을 맺는 개론서를 저술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의 한방에 대한 견해를 앞장서는 축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욕심이다.
“한의학이 세계적인 원동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한의학 연구를 교류하는 것이 급선무다. 사람이 접하는 모든 일은 어느 것 하나 유익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어떤 경험이라도 기쁘고 달게 받겠다.”
과감한 용기와 열정으로 뭉친 젊은이답게 해외한방의료봉사활동 등 한의학의 세계화에 대한 원대한 꿈을 외치는 그의 목소리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