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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1일 (목)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319)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319)

梁承熙의 道德判斷論
“2000년 ‘한의신문’ 기고문으로 본 의료계의 도덕적 성숙과 현대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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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충북 보은 출신으로 1978년부터 서울시한의사회 제11대 회장을 역임한 梁承喜(1935∼2011)는 1979년 2월28일에 서울시한의사회보 창간호를 간행한 공로가 있는 한의사이다. 어린 시절 몸이 쇠약하여 의료인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었던 그는 다니던 대전사범학교를 그만두고 인문계로 옮긴 후 경희대 한의대를 1965년 14기로 졸업하였다. 


2000년 5월1일자 『한의신문』 제980호에 양승희 선생은 「우리나라 의료인과 의학계열학생의 윤리태도와 도덕판단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 요인」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한다. 


이 논문은 당시 의료인(한의사, 의사, 치과의사)과 의학계열(한의대, 의대, 치대) 학생들의 윤리적 태도와 도덕성 발달 수준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여 의학계에 커다란 경종을 울렸다. 본 논의는 이를 ‘道德判斷論’의 관점에서 현대적 의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양승희 선생은 도덕적 판단 기준을 측정하는 한국어판 DIT(The Defining Issues Test) 검사를 활용하여, 의료계 구성원들의 도덕판단지수(P% 점수)와 행동선택의 경향성(U 점수)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였다. 도덕성이란 단순히 개인의 내면적 품성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갈등 상황 속에서 올바른 가치를 선택하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동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도덕성이 개인의 사회적 상황과 인구통계학적 배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숙한다”는 사실이다. 분석에 따르면 연령이 낮을수록, 그리고 교육 수준이 대학교 학사 학위 소지자보다 대학원 재학 이상으로 높을수록 도덕판단지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는 도덕적 역량이 태어나면서부터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학문적 연마와 사회적 경험을 통해 고양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심오한 결과이다.


또한, 미혼자가 기혼자에 비해 도덕판단지수가 더 높게 나타난 점이나 성별과 종교에 따라서는 뚜렷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도덕적 판단이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의 처한 환경적·상황적 변수에 더 깊이 반응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양 선생의 도덕판단론이 지닌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지적인 도덕 점수를 측정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선생은 도덕판단지수가 높은 의료인일수록 올바른 윤리관을 확립하고, 나아가 진료 현장에서 윤리적 실천율을 훨씬 더 높게 나타낸다는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혀냈다. 즉, 머리로 생각하는 도덕적 판단력이 높을 때 비로소 환자를 향한 따뜻한 仁術이라는 행동적 연결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이 연구는 2000년 당시 횡단적 연구라는 한계와 표본의 대표성 문제를 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인공지능과 첨단 과학기술이 의료 현장을 주도하는 이 시대에 더욱 매서운 질문을 던진다. 의료인의 윤리 교육은 단순한 구호로 끝나서는 안 되며, 구체적인 갈등 상황 속에서 올바른 가치를 선택할 수 있는 ‘도덕적 판단력’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양승희 선생이 제시한 도덕판단론은, 의학의 본질이 결국 ‘인간을 향한 예지와 도덕적 실천’에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중한 학문적 유산이다.

 

김남일.png
2000년 5월1일자 한의신문에 게재한 양승희 선생의 도덕판단론 관련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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