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의 10명 중 9명 이상은 보건소·보건지소 배치
전공 살릴 수 있는 지방의료원·연구기관 배치 명시조차 없어
전문성·공공보건업무는 ‘뒷전’…1차 진료에만 내몰려
#. 공중보건한의사 2년차인 A씨. 그는 전라남도 섬 중 한 곳인 보건지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A씨는 수련의 시절 한방소아과를 전공했지만 공중보건한의사로 오고 나서부터는 어르신 통증 치료 위주로만 하고 있다. 본인의 전공과 달리 노인질환에만 매달려 있는 실정이다.
1998년 첫 공중보건한의사를 임용‧배치한 이래 제도 공중보건한의사 제도 시행 20년이 지났지만 한의진료에 대한 전문성을 제대로 반영을 못한다는 지적이다.
공중보건한의사 대부분이 도서산간 지역으로만 배치되면서 전공과 무관하게 1차 진료에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회에 따르면 2018년 7월 기준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고 있는 한의사는 총 1039명이다.
근무지를 밝히지 않은 52명을 제외한 총 984명 중 도서산간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의사는 약 91.8%(903명)에 달했다. 10명 중 9명이 시‧군 보건소 및 읍‧면 보건지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중보건한의사의 경우에도 대부분 노인요양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인과나 소아과가 설치된 지방의료원이나 연구를 전문으로 할 수 있는 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한의사는 약 3%(29명)가 채 되지 않는다.
의과와 달리 한의과는 공중보건의로서 지방의료원이나 적십자병원 등에 배치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보건의사제도운영지침에 따르면 군 소재 지방의료원이나 적십자병원의 경우 의과는 6인 이내 배치가 가능하다. 시 소재 지방의료원의 경우에도 인구수에 따라 의과는 최대 5인 이내 배치가 가능하다. 반면 한의과에 대한 T/O는 명시돼 있지 않다.
또 질병관리본부 내 역학조사관이나 국립보건연구원의 경우 의과는 4인 이내 치과는 2인 이내 배치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한의과는 제외됐다.
시‧도 역학조사관도 시‧도 당 의과 1인 이내 배치가 가능한데다 국립검역소는 기관 당 1인 이내 배치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한의과는 명시되지 않았다.
전문의 면허를 획득하거나 연구직에 종사했던 한의사라 할지라도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는 동안에는 사실상 직무 연속성을 띄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공중보건의 업무, 한의진료 편중 ‘심각’
이와 함께 공중보건의 업무가 한의진료에만 편중되고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공중보건의의 업무는 크게 한의진료와 한의보건사업 으로 나뉜다. 한의과 진료실 설치를 통한 한의약의료서비스 제공과 생애주기별 대상자를 중심으로 타 사업과 연계해 운영하는 한의약건강증진사업이다. 한의약건강증진사업을 통해 지역주민의 건강증진 및 HP2020 관련 지표를 개선하고자 각 시군구 보건소는 지난 2015년부터 이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의약공공보건사업을 운영하는 보건소는 지난 2013년 193개소를 기점으로 2016년에는 132개소로 매년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한의과 진료실은 지난 2008년 161개소에서 2016년 230개소로 매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진료에 국한된 공공보건에서 한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역할 창출을 위해 한의약건강증진사업이 만들어졌음에도 공중보건의 대부분은 1차 진료에 내몰려져 있는 셈이다.
보건소의 기능을 건강증진 및 예방보건사업 중심으로 바꾸고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인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고자 만들어진 한의약건강증진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여 있는 것.
이에 대해 공중보건의 B한의사는 “우리나라 공공의료 비중이 6%밖에 되지 않는 만큼 건강증진이 더욱 강조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건소는 한의사들이 진료만 하길 바라는 눈치”라면서 “계속 진료에만 국한된다면 한의약공공보건사업의 중요성은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중보건의 C한의사는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예산 확보나 사업 담당인력 확보가 중요함에도 담당인력이 기간제근로자인 경우가 많아 인력이 자주 바뀌는 어려움이 있다”며 “예산 확보와 보다 구체적인 사업담당자용 프로그램 운영매뉴얼 개발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