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윤영혜 기자] 국회입법조사처가 25일 발행한 '이슈와 논점' 제1543호에서는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폭력 관리 현황 및 개선과제'(김주경 입법조사관·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를 주제로 게재, 현재 사회적 문제로 야기되고 있는 의료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폭력에 대한 실태에 대한 현황을 소개하는 한편 향후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개선돼야 할 과제들을 제시했다.
이 글에 따르면 보건의료 종사자는 다른 직종 종사자보다 근무 중에 폭력(폭언·폭행·성폭력)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실제 미국 노동통계국에 의하면 2013년 직장내 폭행건수는 2만5630건이었으며, 그 중 70∼74%가 의료 및 사회서비스 제공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사례가 아니라 한국도 비슷한 상황으로, 지난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건의료 종사자의 89.4%가 환자나 보호자에게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직종별 폭력 노출 경험을 살펴보면 의사의 경우 최근 3년간 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80.6%에 달하며, 이 중 폭언이 62.6%, 폭언을 동반한 폭행이 36.8%인 것으로 나타나는(의협신문 보도)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의 '보건의료 분야 여성종사자 모성보호 등 인권실태조사'(2015년)에서 간호사는 최근 1년간 폭언 경험 비율 44.8%, 폭행 11.7%, 성희롱 16.7%였다.
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장소로는 진료실과 응급실 등이 지목됐으며, 진료과목별로는 응급의학과, 신경과, 성형외과, 피부과, 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순이었다(대한전공의협의회 보도자료·2019년 1월).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는 응급실 근무자에 대한 안전 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던 해로, 응급실에서 응급의료 종사자를 폭행해 상해나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을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개정됐지만, 이 법률 개정은 의료인이 폭행 등에 노출되었을 때 위험을 최소화하거나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즉 故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의 경우 외래진료실에서 발생한 만큼 의료진과 내원환자 안전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의료기관 종사자들에게 가해지는 폭력 등 위해행위 예방·관리 현황 및 관련 법규를 △의료기관의 시설에 대한 규율 △종사자의 작업환경 안전에 관한 규율 △의료인 폭행에 대한 규율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는 한편 미국·영국 등의 외국사례 제시를 통해 향후 개선방안에 대해 제안했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의료법', '의료법 시행규칙'에서는 환자, 의료관계인, 그 외 의료기관 종사자의 안전을 위해 진료과목별로 안전관리를 위한 필수적인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진료과목별 안전관리 필수시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은 상황이며, 작업환경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의료기관 등 서비스업 종사자의 근무 중 위험이 법률 개정을 통해 추가되고는 있지만 보건의료 종사자가 업무 중 직면하는 다양한 위험 모두를 법규에 포괄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의 경우에는 응급실에서 응급의료 종사자를 폭행해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가중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해 12월27일 국회에서 가결, 지난달 15일 공포된 바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에는 2016년을 기준으로 몬타나, 와이오밍, 사우스 캐롤라이나 등 3개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의료인 또는 응급실 종사자 폭행에 대해 가중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실제 앨라배마주에서는 의료 종사자에게 고의로 물리적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2급 폭행죄로 분류해 최고 징역 7년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애리조나주는 의사 등 의료 전문 종사자에게 폭행을 가한 자를 가중처벌하고 있으며, 의료적 처치 또는 응급의료서비스, 메디컬 트레이닝 중인 의료인 등에게 육체적 상해를 입힐 경우 2급 공갈폭행죄로 처벌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현황 및 외국들의 사례를 소개한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향후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개선과제로 진료과목별 안전관리 필수 시설 및 장치 등에 대한 구체화와 함께 의료기관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34조에서 의료기관의 종류별 시설기준 및 시설규격을 일일이 열거한 것처럼 제35조제6호에도 진료과목별 환자 특성을 고려한 폭력 대응 안전 필수 시설을 적시할 것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인을 비롯해 종사자 개인에게 폭력에 대처하는 요령을 숙지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만큼 흉기 등 살상의 위험이 있는 물건이 의료기관 내로 반입되지 않도록 걸러주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며, 이에 대한 의료기관 개설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의료기관은 의료진, 원무직원, 입원환자 및 외래환자 등이 밀집된 공간으로 재난이나 테러 발생시 대응에 매우 취약한 것은 물론 거동 불편 등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대피 등의 과정에서 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며 "또한 검사결과로 인해 극도로 불안·분노 상태에 있는 환자가 병원 내에 있을 수 있으며, 판단과 감정·정서에 병증이 있어서 통원치료 중인 외래환자가 상시적으로 출입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입법조사관은 "이처럼 폭력 발생의 잠재적 위험이 큰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비단 응급실뿐만 아니라 진료실, 대기실, 검사실 등 의료기관 환경 전체를 개선할 것이 요구된다"며 "원내 안전요원 배치와 함께 정신과 진료실 출구 추가 설치, 비상벨, 금속 탐지기, 보안검색대 설치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