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초고령사회를 위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 이른바 커뮤니티케어에서 한의학의 역할을 정립하기 위한 공청회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향후 한의 통합돌봄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표준화된 매뉴얼 개발과 확산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0일 한국한의약진흥원 주최로 세종호텔에서 열린 ‘한의약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에는 정부, 지자체, 지역 한의사회 및 공공기관 관계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이응세 한국한의약진흥원장은 “과학기술과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커뮤니티케어가 도입되고 있다”며 “표준화된 한의약 서비스를 지역사회에 제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민족의학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도록 오늘 이 자리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지역사회 돌봄사업의 경우 16군데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데 한의 분야는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돼 첫 출발부터 상당히 순항하고 있다”며 “복지부에서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커뮤니티케어에서 생활의학으로써 기능하는 한의학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한의사의 전문 식견으로 지역사회에서 체감도 높은 진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말 뒤 이어진 1부 세션에서는 △한국한의약진흥원 성수현 팀장이 '지역사회 한의약 서비스 현황 및 유형 소개' △대한한의사협회 이은경 한의학정책연구원장이 '한의약 서비스 매뉴얼 개발 및 확산 필요성' △대한한방신경정신 과학회 정선용 교수가 '한의 치매환자 건강 관리 사업매뉴얼'에 대해 발표했다.

◇“한의사 정기 방문 수요 높아”
성수현 팀장은 지역 보건소와 한의사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제공되고 있는 한의약 서비스 현황과 유형을 소개했으며, 한의약 통합돌봄 서비스에 대해 수요자와 제공자로 나누어 인터뷰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룹 인터뷰는 11월 26일부터 12월 5일까지 진행됐으며 ‘수요자’는 총 27명 대상, ‘제공자’는 지역 한의사회, 지역 보건소, 공무원 등 총 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서비스 ‘수요자’들은 한의약 서비스 강점과 관련해 “양방에 가면 특별한 설명 없이 약을 복용하게 하는데 속이 아플 때가 있다”며 “한약은 부작용이 적어 복용에 부담도 없고 한의사가 설명을 잘해줘서 좋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지원체계와 관련해서는 “1회성이 아닌 정기적 방문”, “1명의 한의사가 지속적 관리”, “근처 한의원과 주치의 개념으로 연계 필요” 등의 응답이 나왔다.
서비스 ‘제공자’인 보건소와 지자체 관계자들은 한의 서비스의 강점과 관련해 “산후 건강관리의 경우 산후풍이 많이 개선되며 부작용이 거의 없어 만족도가 95%가 넘는다”고 답변했다.
또 장점으로 “항생제, 진통제 등은 지속적으로 투여할 수 없으나 한의는 지속적 건강관리 가능”, “노인층에 대한 높은 수용성”, “명상이나 기공체조를 통한 정신적 증상 케어”, “진료에 필요한 장비 휴대 용이” 등을 꼽았다.
성 팀장은 “향후 한의사 직군의 특색이 반영된 한의약 특화 표준 서비스 모형 개발이 필요하다”며 “지역사회 통합돌봄 한의약 서비스 활성화에 대한 내용이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2021-2025)에 반영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관·학으로 구성된 사업단 설립 필요”
이은경 원장은 한의약 통합돌봄 서비스 확대를 위해 '한의약 건강관리 표준매뉴얼' 개발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역사회에 제공하고 있는 한의 서비스 관련 데이터의 수집·관리, 성과분석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사업매뉴얼’과 관련해서는 사업 제안 시 지역 현황과 사업 방안은 물론 기대효과를 포함해야 하며 사업계획서에는 제안서보다 구체적으로 필요성과 목적 평가방법 등이 담겨야 한다고 언급했다.
‘진료매뉴얼’과 관련해서는 △환자기초정보조사지: 신상, 문진형태의 생활, 환경 조사 내용 △진료회차별로 동일한 양식의 진료차트 △건강상태 차도 확인: 통증 척도, ROM 등 기재 △작성가이드 및 개인정보 수집, 이용동의서 양식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의 기초정보조사, 문진항목, 진료차트, 통증기록지 등 다양한 항목별로 진료매뉴얼 예시 및 작성가이드가 안내됐다.
교육상담 매뉴얼과 관련해서는 “한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코디네이터 등 교육상담 수행자가 숙지하고 있어야 할 교육 및 상담에 대한 기본 정보를 의미하며 그 외 질환별 동반될 수 있는 추가 질환 예방, 재발방지 방법은 물론 응급시 대처 요령과 관련해서도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향후 과제로는 “이제는 협회나 지부가 아닌 공공기관 차원에서의 사업단이 필요하다”며 “민,관,학으로 구성된 추진사업단을 통해 각종 매뉴얼이 구축, 확산돼야 하며 성과에 대해 통계를 분석할 수 있는 주체 선정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경도인지장애에서 한의학 강점”
정선용 교수는 지역사회와 연계된 한의원에서 치매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한 진료매뉴얼을 발표하며 특히 치매의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서 한의 치료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검사 시 이상이 없는데 본인은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치료법은 양방에서도 아직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며 “한의학이 개입할 수 있는 범위”라고 설명했다. 특히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과 같은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가 경도에서 중증도 치매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권고되고 있으나 임상적으로 유의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데다 오히려 구토나 소화장애 같은 위장관계 부작용 발생을 높인다는 보고까지 있어 한의약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조사결과에 따라 다르지만, 정상이라도 주관적 인지장애를 느끼면 아무증상 없는 대상자들보다 치매로 넘어갈 확률이 두 배 이상 높은 걸로 보고되고 있다”며 “초기부터 침 치료나 억간산 등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매뉴얼 개발을 위해 실시한 국내 한의과 치매 진료 실태 및 인식도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총 898명이 응답한 설문에서는 대부분의 한의사가 “치매 환자를 진료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한의원보다 한방병원에서 정밀 검사 활용 의향 및 중증 치매 환자 진료 의향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진단에서는 선별검사, 치매 평가의 경우 치매의 단계평가 및 일상생활 능력평가에 대한 내용, 한의학적인 치료 방법에서는 침 치료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이를 토대로 스크리닝평가, 정밀검사(신경심리검사, 영상의학검사, 혈액검사), 인지기능장애 정도 평가, 일상생활기능 평가, 행동심리증상 평가, 우울 평가, 한의학적 평가 등에 대한 매뉴얼 소개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