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2019 한의혜민대상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한의약 발전에 힘쓴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본다.
심상민 부천시 허준봉사단 단장
장수 비결은? 분회 예산 지원 덕에 물질적 인프라 확충
복지관 관계자와 정기적 교류…끈끈한 유대관계 유지
“치료가 필요한 연세 많은 어르신들에게 의료 지식을 강의하는 방식으로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힘든 부분을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게 먼저 아닐까요? 사실 오랫동안 지병이 있는 분들은 몸보다 마음 치료가 우선이거든요.”
부천시한의사회 산하 허준봉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심상민 한의사(석전한의원 원장)는 방문 의료봉사를 하며 현장에서 느낀 소감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단장을 맡은 지는 벌써 3년째. 올해까지 맡을 계획이라고 하니 이제 4년째 단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4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결같은 봉사를 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묻자 “10살 먹은 봉사단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 2010년 10월 5일 원종복지관에서 오안향 원장의 첫 진료로 시작된 허준봉사단은 약 5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부천시 내 개업한의사가 대략 230여명이니 상당히 많은 인원이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봉사단은 이후 부천 상록학교, 혜림원, 지역아동센터 등으로 그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 단순히 의료봉사뿐 아니라 의료소모품 지원까지 확대하고 있다.
매해 진료 인원도 늘고 있다. 봉사 초기에는 300여명 정도였는데 이제는 수천명이 됐다고 한다. 2012년 300명에서 이듬해에는 2013년 4445명으로 10배 이상 훌쩍 뛰었다. 2014년에는 4372명, 2015년 4018명, 2016년 3171명, 2017년부터는 재건축에 들어간 상동 복지관 휴관으로 2000명대에 들어섰다고 한다. 지난해에도 총 2779명이 진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허준 선생의 인술애민(仁術愛民)정신을 받들어 의료사각지대인 소외계층의 건강을 돌보고 아픔을 함께 하며 아픈 부분을 치료하겠다는 허준봉사단. 심상민 단장으로부터 허준봉사단의 활동 내용과 신년 계획을 들어봤다.
◇올해로 4년째 단장을 맡게 된다. 소회가 궁금하다.
부천시한의사회 일을 조금이나마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는데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봉사단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기술로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주는 일 자체에 보람을 느끼게 됐다. 단장으로서 봉사단원들이 잘 화합하고 일이 적재적소에 빠짐없이 진행되도록 관리하면서 좋은 분들과 교류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허준봉사단을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소개를 부탁드린다.
허준봉사단은 산발적,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의료봉사를 인적자원을 확보해 체계적으로 실시하고자 시작됐다. 무엇보다 당시 의료봉사라는 미명 하에 노인정이나 복지관에서 자행됐던 무자격 의료행위를 척결해 보다 안전한 한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전국적으로 많은 의료봉사 단체가 활동하고 있지만 분회 산하기관으로 이렇게 장기간 꾸준히 봉사하는 단체로는 유일하지 않을까.
◇진료방식은?
약 5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는데 각자의 스케줄에 맞게 진행되고 있다. 복지관 봉사의 경우 개인적인 휴진일에 하는 분들이 있고, 점심시간에 식사를 마다하고 한시간 동안 약 15~20명 정도를 진료하는 분들도 있다. 특히 보성한의원 배승호 원장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들을 위해 본인 휴진일에 가가호호 직접 방문하면서 진료를 하고 있다.
◇오래 유지될 수 있는 비결이 뭘까.
우선 부천시 분회에서 매해 진료환경 개선을 위해 300만원 정도 꾸준히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의료 소모품과 적외선 치료기, 라꾸라꾸 베드, 베개, 손받침 등의 구매에 사용되고 있다.
작년에는 개별적으로 쓰던 진료차트를 통일해 같은 양식의 차트를 쓰는 등 진료 표준화에도 신경 쓰고 있다.
무엇보다 친목도모도 결속을 다지는데 유효하다고 본다. 복지관 관장 등 관계자들과 한의사 회원 간 만남은 물론 자체 학술모임 등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봉사단에서 중점을 둔 부분.
노인 봉사에서 소아 봉사까지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6월 14일 부천시 지역아동센터연합회와 협약을 맺고, 소아들이 주 1회 인근 한의원에서 무료 한의 진료를 받도록 했다. 다양한 소아 만성질환(비염, 아토피, 소화기질환, 만성 감기, 성장부진, 집중력저하, 정신불안 등)의 경우 꾸준히 한의치료를 하면 효과가 높다. 지역아동센터와의 협약은 그 동안 노인 대상 진료를 소외된 아동들에게 확대함으로써 한의 진료의 영역을 넓히고 소아들에게 한의 진료의 우수성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방문 진료에서 조언하고 싶은 점.
1:1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되, 인근에 친한 또래 분들이 있으면 같이 어울려서 진료를 받게 하는 게 좋더라. 독거노인들은 거동이 불편하다보니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대화 상대가 평소에 없는 경우가 많다. 치료 받을 때 함께 받으면 얘기를 나누며 정서적인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어 정신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
◇지난해 기억에 남는 진료 활동이 있다면?
한 달에 한번 점심시간 한 시간 동안 복지관에 가서 진료를 하는데 한번은 진료를 다 마치고 나가려고 하던 참이었다. 사실 한의원 오후 진료 때문에 시간이 촉박했다. 복도 끝에서 힘겹게 바닥을 기어서 몸을 끌고 나오는 할머니가 계셨다. 오늘 진료가 있다는 걸 방금 알았다며 꼭 침을 놔달라고 부탁하셨다. 그 긴 복도를 몸으로 기어서 나오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평소 한쪽 무릎이 안 좋아 항상 물이 차고 부어있는데 그나마 한 달에 한번 침을 맞으면 부드러워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것. 진료에 사명감을 갖고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 허준봉사단의 계획 및 각오.
올해로 10년째다. 봉사단에는 신구세대가 섞여 있는데 오래 봉사하신 분들께는 안식년을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 새 봉사단 영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진료에 필요한 부분들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며 봉사단앞으로 책정된 회비가 회원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의미 있는 곳에 쓰겠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