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젊은 세대 중에는 미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죠. 그러나 우리나라 건국 당시에도 미국이 참여했고 6·25 전쟁 때는 또 어땠습니까? 당시 참전했던 용사들 중 한국에 와서 전사한 사람들이 많고 살아서 돌아가더라도 홈리스로 전락하거나 트라우마에 오랫동안 시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고마움만큼은 있지 말자는 거죠”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백운당한의원을 운영하는 김영섭 한의사는 지난달 21일 한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왜 하필 미국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사단법인 한미친선연합회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김영섭 원장은 지난해 12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여하는 GOLD공로 표창을 받았다. 지난 15년 동안 미국 내 홈리스와 6·25 한국전쟁 참전용사 및 그 가족을 보살펴 한미 양국 국민의 우호증진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현대 난치병인 ‘신장병’ 연구와 한의 치료에 60여 년을 바친 그의 한의원에는 지역과 불우 이웃을 위해 일해 온 그의 봉사정신에 보답이라도 하듯 국내외 각종 훈장과 상훈들이 빼곡히 전시돼 있었다. 미국 보수 정권 3대에 걸친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는 그로부터 그간의 봉사활동과 신년 포부에 대해 들어봤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소감은?
돌봐야 하는 환자들이 있고, 한의원을 운영하다보니 수상하러 미국까지 갈 수는 없는 형편이라 한미친선연합회 위원장이 대리 수상해 건네 받았다. 상을 바라고 한건 아닌데 하다 보니 자꾸 타의에 의해 추천이 되더라. 대단한 일도 아니고 더 애쓰는 분들께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어쨌든 기분은 좋다.
◇미국 대통령 표창이라고 하면 얼핏 대단하게 들린다.
저 배지만 달고 가도 미국에서는 알아준다고 하더라. 매년 미국을 가는데, 참고로 미국은 행사들이 참 굵직하고 재미있다. 한국 사회는 엄숙한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미국은 자유롭고 축제같다. 그러나 내용은 강하다. 이런 면이 미국의 강점인 것 같다.
◇미국 대통령 표창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들었다.
‘아버지 부시’로 불린 조지 H.W. 부시 전 미국 41대 대통령과 아들 부시 대통령 때도 세계평화장을 받았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까지 총 3대 대통령으로부터 공로를 인정받고 인연을 맺게 된 셈이다.
◇한미친선연합회는 어떤 단체인가?
비영리, 비당파적인 순수 민간조직으로 한·미 우호증진과 친선교류를 통해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그 내용을 양국 정부에 전달하고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한·미간 문화 및 학술관련 현안에 관한 연구결과의 대안제시, 양국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제안, 강연회, 세미나, 6·25 한국전쟁참전 미군추모사업, 출판물 발간 등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주로 물품과 비용으로 기부하고 있다.
◇신장병 분야에서 한의 치료 명의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로서 더 많은 환자들의 증상 개선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신장병을 전문으로 치료하고 있지만 한의학적으로만 접근하면 환자에게 신뢰를 구축하기 어렵다. 실제 담당하고 있는 모든 환자들은 양방 혈액검사 결과지를 확인한 뒤 진료를 하고 있다. 단 한 명의 환자도 직감이나 의견대로 진찰하지 않는다. 검사를 한 뒤 치료약으로써 한약을 처방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의뢰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환자가 여기에 오기 전에 이미 검사를 받은 뒤 결과지를 가지고 오더라. 바로 이런 부분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검사를 해서 전후 대조 검토가 돼야 환자가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그래야 한의 치료에 대한 신뢰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의 신장 치료를 폄훼하는 시각들도 있을 것 같다.
한약을 투여하면 잘못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잘못된 인식 때문에 충분히 고칠 수 있는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치고 점점 악화돼 결국 혈액 투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신장질환에 사용가능한 약재도 있고, 써서 안 되는 약재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신장병에 한약이 독’이라는 흑백논리는 잘못됐단 것이고 한약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라도 객관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도 거론 됐는데…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추천돼 스웨덴 노벨위원회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 신장 치료 분야에서 고치기 어려운 질환을 한의학으로 개선한 사례들이 축적돼 있다 보니 추천이 됐다. 다만 어려운 부분은 심사 기준을 비롯해 모든 절차가 양의학적 기준으로 돼 있는데 여기에 맞추려다 보니 하고 있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논문도 마찬가지다.
◇남기고 싶은 말.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한의학적 가풍에, 말기 신장병으로 혈액 투석밖에 받을 길 없는 신장병 환자들을 한사람이라도 더 건져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 동안 개인적으로 신장 치료를 하러 오는 외국인 환자들도 많이 늘었다. 캐나다, 미국, 영국, 두바이, 카자흐스탄, 중국, 대만, 스페인 등에서도 환자들이 온다. 멀리 타지에서 신장 명의라는 말만 듣고 찾아와 준 환자들을 보며 감사한 마음이 든다. 자만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 한의약을 알리며 보답하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