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최근 법률상 한약, 한약재, 생약 등 용어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가 명확하지 못해 관련 정책이 추진되는 것에 제약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명확한 정립부터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배창욱 대한한의사협회 약무부회장은 “협회 약무 파트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 왔으며, 한약·한약재·생약 등에 대한 법령에서의 정의를 정리하는 한편 관련 학회의 의견을 취합하는 등 관련 자료를 구축 중에 있다”며 “이 부분은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우선 한의계 내부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한 뒤 공청회 개최 등 의견 수렴 및 유관단체간 조율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약사법’에서는 한약을 ‘동물·식물 또는 광물에서 채취된 것으로 주로 원형대로 건조·절단 또는 정제된 생약(生藥)을 말한다’로, 또한 ‘한약제제’는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한 의약품을 말한다’고 정의 내리고 있다. 또한 ‘한의약육성법’에서는 한약의 정의는 약사법과 동일하게 내리고 있는 반면 한약재는 ‘한약 또는 한약제제를 제조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원료 약재를 말한다’로 정의 짓고 있다.
이와 함께 한약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천연물’은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에서 ‘육상 및 해양에 살고 있는 동물·식물 등의 생물과 생물의 세포 또는 조직배양 산물(産物) 등 생물을 기원(基源)으로 하는 산물을 말한다’라고 정의내리고 있으며,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에서는 ‘생약제제’를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로서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제제를 말한다. 다만, 천연물을 기원으로 하되 특정 성분을 추출·정제하여 제제화한 것은 생약제제로 간주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밖에 ‘대한민국약전외 한약(생약)규격집’에서 ‘생약’은 ‘동물·식물의 약용으로 하는 부분, 세포내용물, 분비물, 추출물 또는 광물 등을 말한다’로 명시했다.
배창욱 부회장은 “가장 흔하게 용어가 혼동되는 것으로 바로 ‘한약’과 ‘한약재’”라면서 “한의약육성법에서도 한약과 한약재의 정의에 ‘원료의약품’의 개념이 혼재돼 있는 등 ‘한약’이라는 용어가 한약재로, 혹은 한약(첩약)으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실제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실시할 때에도 ‘한약’이라는 용어 정의가 명확치 않아 ‘첩약’이라는 명칭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 부회장은 이어 “엄밀하게 따지면 원료한약재(의약품용 한약재)를 사용해 완제의약품인 조제한약, 한약제제, 생약제제 등으로 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는 조제한약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탕약, 첩약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일선 임상가에서는 전문한의약품으로 명시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배 부회장은 한약·한약재 정의의 재정립과 더불어 생약제제에 대한 개선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관하는 ‘한의약산업협의체’에 생약제제 정의조항의 개선을 요구했다.
한의협은 의견서를 통해 “한의사가 사용하는 한약의 정의가 생약의 개념 또한 포괄하고 있음에도 불구, 잘못된 생약제제의 정의로 인해 한의사의 사용권이 제한되고 있다”면서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 제제’,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은 제제’의 정의로 인해 한의사에 대한 부당한 권리 침해 발생 및 한약제제 산업 발전의 저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선 방안으로 정의조항 삭제 또는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은’ 등 한의사의 사용권을 배제하는 문구 개정을 요청한 한의협은 “이를 통해 한의사의 정당한 의약품 사용권이 확보돼야 한다”면서 “이는 의료서비스 사용자인 환자의 선택권 확대를 통한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제제 사용의 확대로 한약제제 산업의 활성화와 향후 급여화 등 보장성 강화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배 부회장은 “현재 한약의 정의는 생약이나 원료한약재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제제가 되면 전혀 다른 해석으로 이어져 한약재가 주원료인 천연물신약을 한의사는 사용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 부분 역시 한약의 정의를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특히 배 부회장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한약 관련 정책의 시행과 더불어 관련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한약·한약재 용어의 재정립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면서 “앞으로 협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지속적인 자료 구축과 유관단체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한 공론화 과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며, 이같은 협회의 회무가 향후 잘못된 용어들이 개선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