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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1일 (목)

내과 진료 톺아보기 31

내과 진료 톺아보기 31

“턱관절과 어깨가 굳고, 4개월째 생리가 없어요”
“의사의 본질은 ‘진단 권한’에 있다. 현대 진단기기와 전체론적 통찰을 결합하여 진료하는 한의사는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보편적 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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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한의학이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고 생명 활동의 조화를 돕는 데 탁월하다면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 의존을 줄이고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을 이끄는 일차의료 주치의로서의 생생한 임상 기록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2026년 4월, 보건복지부는 “2025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가 201만 명을 기록, 2009년 외국인 환자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연 200만 명을 돌파했다”라고 밝혔다. 


사업차 우리나라에 거주 중인 한 외국인이 본원에서 당뇨와 지방간을 치료받고 있다. 한의사의 내과 진료 효과를 몸소 체험한 그는 아빠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딸의 증상을 살펴달라고 부탁했다. 


“약 2년 전부터 무의식적으로 이를 꽉 깨무는 습관이 생겼어요. 턱에서 발생한 긴장감이 목과 어깨까지 퍼져나가며, 증상이 심한 날은 통증도 심해요. 그리고 4개월 전부터 생리가 없어요. 초경은 13세에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불규칙합니다.” 


16세 외국인 여성 환자가 아빠와 함께 내원했다. 환자가 국내에 머무는 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증상에 대한 치료를 간단히 시행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염두에 두고 진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보호자는 딸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대해 깊이 있는 진단을 원했다. 혈액 검사를 포함한 전반적인 검사 후 “한의사”의 소견을 듣고자 했던 것이다. 


자세한 병력 청취 및 신체검사를 시행했다. 환자는 약 3~4년 전부터 레보티록신을 복용하고 있었다. 당시 혈액 검사에서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너무 낮게 나와 복용을 시작했고, 자각 증상은 없었다고 했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결과, 본국 담당 의사는 갑상선의 크기가 “정상인의 절반 정도”이며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진단했다. 


레보티록신은 초기 하루 50μg으로 시작해 100μg까지 증량 후 유지하다가, 이후 갑상선 기능 저하 소견으로 125μg까지 증량했다. 그러나 4개월 전 추적 검사에서 갑상선 호르몬 과잉 상태가 확인되어 현재는 하루 75μg을 복용 중이었다. 


하루 3회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있었지만, 아침 식사 시간은 조금 불규칙했다. 식습관은 오트밀, 빵을 포함한 식단으로 별도의 식이요법은 하지 않았고, 점심과 저녁 식사 후 다크 초콜릿, 과일, 케이크 등 간식을 먹는 날도 있었다. 신체 활동은 승마를 하루 평균 3시간, 일주일에 5~6회 정도 하고 있었다. 


BMI는 21.8kg/m²(61백분위수)로 건강한 체중 범위에 속했다. 체성분 분석(BIA) 결과, 골격근량과 체지방량, 체수분 모두 표준 범위 내에 있었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갑상선 조직 실질의 전반적인 에코도 저하, 불균질하고 거친 질감 등 하시모토 갑상선염에서 관찰될 수 있는 소견이 일부 관찰됐다(그림 1). 

 

이제원 원장님 그림1.png


그림 1. 16세 여성 환자의 갑상선 초음파 검사 
(A) 우엽 횡단면(Transverse view) (B) 우엽 종단면(Longitudinal view) (C) 좌엽 횡단면 (D) 좌엽 종단면. 갑상선 실질의 전반적인 에코도 저하 및 불균질하고 거친 질감(coarse echotexture) 등 하시모토 갑상선염에서 흔히 관찰되는 초음파 소견을 확인함. 

 

하지만 갑상선 초음파 계측 결과(Brunn 공식 적용 부피 10.14mL), 환자의 갑상선 크기는 동년배 상위 14%(약 86백분위수)에 해당하여 본국 담당 의사의 소견과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그림 2).  

 

이제원 원장님 그림2.png

그림 2. 연령별 소아청소년 코호트 대비 환자의 갑상선 총 부피 분포

초음파 3축 계측 후 Brunn 공식(보정 계수 0.479)을 적용하여 환자의 총 갑상선 부피를 10.14mL로 산출함. 이를 동년배(16세 여성) 대조군의 갑상선 부피 분포와 비교한 결과, 환자의 갑상선 부피는 약 86백분위수(상위 14%)에 해당함. 이는 갑상선이 ‘정상인의 절반 정도로 위축되었다’는 본국 의료진의 평가와는 상이한 결과를 보임. 

 

정맥 채혈을 통한 진단의학적 검사에서는 Anti-TPO Ab, Thyroglobulin Ab가 정상 범위보다 높아,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한편, TSH가 정상 범위를 크게 웃도는 반면 Free T4와 Free T3는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어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를 보이고 있었다. 


또한 hs-CRP 수치가 11.16mg/L로 상승해 체내 염증 활성도 증가가 관찰됐고, HOMA2-IR이 1.58로 인슐린 감수성 저하가 의심됐다. 에스트로겐(Estradiol) 수치도 정상 범위보다 낮아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축의 기능 이상 가능성을 시사했다(표 1). 이러한 소견들은 한의학적 辨證 상 濕熱證을 의미했다.

 

이제원 원장님 표1.png

표 1. 16세 여성 환자의 초진 진단의학적 검사 결과

갑상선 자가면역 항체(Anti-TPO Ab, Thyroglobulin Ab) 상승 및 TSH 증가로 하시모토 갑상선염에 의한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 상태임을 확인함. hs-CRP 상승은 체내 염증 활성도의 증가를, HOMA2-IR 상승은 인슐린 감수성 저하 가능성을 시사함. 저하된 에스트로겐(Estradiol) 수치는 무월경 증상과 연관된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축(HPO axis)의 기능 이상 가능성을 시사함. 


결론적으로 환자의 상태는 단순히 ‘턱관절과 목, 어깨에 대한 치료 및 레보티록신을 투여해 TSH 수치만 내리면 끝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염증과 인슐린 감수성 저하, 면역계가 얽힌 복합적인 대사 기능 이상 상태로 진단해야 한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파편화되어 보이던 국소 증상을 하나의 실로 꿰듯 포괄적으로 설명하자, 보호자가 딸에게 “본국에서 진료받으며 이렇게 상세한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니? 정말 멋지지 않니? (Gorgeous!)"라며 감탄을 터뜨렸다.


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질병명에 매몰되지 말고, 증상의 내면을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식습관 교정과 함께 갑상선 기능, 염증, 성선자극호르몬축 및 인슐린 감수성 등을 고려한 포괄적 개입에 착수했다. 


우선, 환자의 턱관절 및 목, 어깨 증상에 대해 침구 시술 및 추나요법을 결합하여 시행했다. 다행히 환자는 턱관절에 대한 수기 치료에 큰 만족을 표했다. 환자가 귀국해서도 식습관 교정과 함께 본원 의료진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逍遙散을 기반으로 한 약을 처방했다. 그리고 이 약이 출입국 시 문제가 되지 않도록 처방전과 면허 증명서 등 의학적 책임이 담긴 공식 서류를 발급했다. 


의사는 침을 놓고 약을 주는 단순한 '치료사'에 머무르는 존재가 아니다. 인체의 복잡한 생명 현상을 분석하여 객관적인 진단을 내리고, 법적 책임이 따르는 서류를 발급한다는 점에서 확고한 법적•학술적 권위를 갖는다. 

 

연 200만 명의 외국인 환자가 대한민국 의료를 찾는 시대다. 한의사는 이미 현대 진단기기를 적극 활용하여 임상 현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체를 통합적으로 해석하는 전문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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