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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일차의료 담당 및 제도적 확장 위한 근거 마련할 것”서부일 이사장(한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협회) <편집자주> 한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제3대 이사장으로 서부일 대구한의대 한의과대학 학장이 취임했다. 본란에서는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된 소감과 더불어 한대협의 주요 사업 등을 들어봤다. Q. 자신을 소개한다면? 대구한의대학교 한의학과를 1992년에 졸업했으며, 재학 시절에 단과대학 학생회장과 졸업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한의계의 의료와 교육정책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바로 본초학교실에서 4년 동안 조교 생활을 거쳐 1996년에 대구한의대학교 본초학교수로 발령받아 지금까지 학생들의 교육과 연구 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안덕균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 1998년에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의학박사를 취득하여 학문의 깊이를 더 완성할 수 있었다. 학회 활동으로는 2013년부터 2년 동안 한약응용학회장, 2019년부터 2년 동안은 대한본초학회장을 맡아 한의약학의 연구·정책·산업 분야의 활성화에 기여했으며, 대학 내에서는 대외교류처장, 전략기획실장 등의 보직을 수행하면서 행정경험을 많이 쌓았다. 현재는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장 보직을 2023년부터 맡아서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교수님들이 연구·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뒷받침을 하고 있다. 또 올해 1월부터는 한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에 선출돼 한의학 교육정책을 개발하고, 한의학 교육을 여러 학장님들과 협의하면서 책임져야 하는 자리를 맡게 됐다. Q.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된 소감은? 먼저 부족한 저를 한대협 이사장으로 선출해주신 한의과대학 학장님들과 한의학전문대학원 원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총회에서 저를 이사장으로 추인해 주신 회원 교수님들께도 감사드린다. 한대협은 전국 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의 학장님들을 이사로 하고, 교수님들을 회원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따라서 한대협은 한의학 교육에 대해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한대협이 한의학교육의 질 제고와 함께 정책 개발 및 실행하는 최고 기관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한의학교육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Q. 한대협의 주요 사업은? 한대협은 현재의 한의사진료 분야에 더욱 더 충실하면서, 앞으로 한의사들이 확고한 지위를 가지고 일차의료를 담당할 수 있고, 그 역할을 제도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구상하고 있다. 또한 우수한 자질을 지닌 한의사를 양성하고, 한의학 교육-한의학 평가-한의사 국가시험-한의사 보수교육을 연결하는 실행 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하기 위해 △한의사 역량 재정립 사업 △기초한의학종합평가 △임상한의학종합평가 △임상수행종합평가(임상실기시험) △한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 등이 진행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바람직한 교육을 실천하는 한대협은 한의학 교육의 성과를 평가하는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과 상시적인 대화창구를 개설해 한의학교육이 더욱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자 한다. Q. 한의대·한의학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은? 현대에 와서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생활수준이 높아짐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욕구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한의학계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국민들의 다양한 건강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고, 확고하게 일차의료를 책임질 수 있는 최고의 자질을 함양한 한의사를 배출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다양한 교육정책을 개발해야 하고, 우수한 한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수한 한의학 치료경험이 국민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정책들을 발굴해 한의학의 접근성을 더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의치료의 우수성을 밝히는 연구 성과를 만들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서양의학이 우선시되는 다양한 제도적 소외에서 벗어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Q. 한의대 운영 및 한의학 교육에 있어 애로사항이 있다면? 현재 한의과대학 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의과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과 투자가 많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한의학과 평가기준이 있어 각 대학별로 겨우 평가기준에 맞춰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의진료가 전체 진료 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고, 각 대학 부속한방병원의 경영상태가 과거보다 좋지 않기는 하지만, 한의계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으므로, 대학별로 연구·교육·시설·설비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학문이 발전하려면 연구자들이 많이 배출돼야 하는데, 각 대학별로 대학원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정책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Q. 이 외에 강조하고 싶은 말은? 벌써 한대협이 제3대 이사장의 취임을 맞게됐다. 한의학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한대협이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한대협은 각 한의과대학 학장과 한의학전문대학원장 및 그 소속 대학의 회원 교수님으로 구성돼 있지만, 현재 구성원들은 단지 대표회원의 의미일뿐이며, 실제로는 전국 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 학생과 교수님 모든 분들이 한대협의 구성원이다. 같이 고민하고, 발전시키는 기관이 되어 우리 한의학 교육의 미래를 밝게 빛나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
“설렘과 두려움 사이, 라오스 루앙프라방에 피어난 인술”[한의신문] 지난 1월 11일부터 18일까지,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제182차 WFK 한의약해외의료봉사에 단원으로 참여했다. 현지 주민 643명을 치료하면서 한의학으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첫 해외 의료봉사, 설렘과 두려움 의료봉사로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사랑을 베풀길 소망하며 한의학과에 들어왔었고, 코로나 이후 여러 국내 의료봉사에 참여했지만, 해외 의료봉사는 처음이라 두려움이 많았다. 특히 캄보디아라는 나라의 이슈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라오스가 캄보디아, 태국과도 맞닿아 있어서 위험한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을 많이 했고 활동 참여를 취소할까도 고민했었다. 그 고민이 무색하게도 안전하고 무탈하게 진행되어 이번 라오스 의료봉사가 더 감사한 활동이 됐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 통역을 위해 지원하는 현지인 학생들이 있었지만, 진료 시간에 항상 곁에 있을 순 없기에 진료에 필요한 간단한 라오어를 공부했다. 통역 학생마다 표현이 다르고, 말에 성조도 있어 어려웠지만 많은 도움 덕분에 진료에 큰 도움이 됐다. 배운 내용으로 간단한 단어들만 이야기했지만, 환자분들과 더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한 환자분이 침 치료를 받는 중에도 다른 곳도 아프다며 치료를 원한다고 계속 말했는데, 부족한 라오어 실력으로는 내일 진료에 오면 또 치료해 주겠다고 말하지 못하고 ‘내일’이라고만 말할 수 있어 더 설명해 드리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제일 많이 듣고 사용했던 단어는 ‘감사합니다’를 의미하는 ‘컵짜이’였다. 발침 후 끝났다고 말씀드리면 합장하며 ‘컵짜이’라고 말하시는 환자분들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그런 환경에서 제한된 치료밖에 제공해 드릴 수 없는데 이런 진심 어린 감사를 받아서 정말 감사하기도, 안타깝기도 했었다. 또한 내가 하는 이 행위들이 의미 없는 게 아님을 알게 해주고,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의 도움을 주자는 마음을 잃지 않게 해줬다. 어려운 환경에서의 감사 일정이 반 정도 지나갔을 때, 현지 음식이 몸에 맞지 않았는지 새벽에 배탈이 났었다. 남은 봉사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하며 밤을 새웠었다. 마지막 날에는 내가 묵는 방에만 문제가 생겨 조금은 피곤한 상태로 마지막 진료에 참여해야 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봉사의 자리로 나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는데,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팠던 날 일어나자마자 한의사 선생님께서 따로 치료해 주시고 계속 신경을 써주셔서 감사하게도 조금 회복된 상태로 지낼 수 있었고, 마지막 날 숙소에서도 다른 단원의 도움으로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진료 중에는 현지 간호사 선생님들, 담당자분들이 우리를 배려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함께 봉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여러 상황이 개인적으로 어려움으로 다가왔었는데, 많은 도움을 받으며 베풂을 위해 온 자리에서 받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아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이 글이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도움을 주신 많은 분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함께 이룬 사랑의 실천 피곤함 가운데서 항상 웃으며 서로를 대해준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후배인 일반단원들에게 한의학 지식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신 선배 한의사 원장님들께 감사드린다. 대부분 통역이 처음이라고 했는데 큰 도움을 준 현지 통역 학생들에게도, 우리와 말이 통하지 않지만, 환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함께 봉사해 주신 현지 간호사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변수가 많았던 봉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김주영 부단장님과 사무국 권수연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봉사 활동이 항상 그렇듯이, 이번 라오스 파견 봉사에서도 나눔을 실천하러 갔지만 더 많은 것을 얻어온 시간이었다. 얻은 것들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환자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으로 진료하는 한의사가 되길, 한의학으로 계속해서 나눔을 실천할 수 있길 소망한다. -
대한형상의학회에서 전하는 임상치험례성민규 경희동산한의원장 여자 42세. 【形】 162cm/55kg, 氣科, 印堂鬱. 【色】 혈색이 좋지 않다. 【腹診】 중완, 전중, 기해, 대맥 압통. 【旣往歷】 ① 갑상선 물혹 - 사이즈 유지 중. ② 복용 - 오메가3, 우울증 세러마이드, 마그네슘, Vit D, 은행잎 추출물, 편두통 양약. 【生活歷】 ① 회사원 ② 모친 낙상으로 뇌출혈 수술, 이후 또 뇌경색이 오심. 치매 비슷한 양상으로 요양원 모심. ③ 잘 운다. 슬픔에 잘 동화되는 것 같다. ④ 아드님 사춘기 / 양명형인 남편 때로 화를 낸다. 【症】 ① 손발이 찬 것이 심하다. 배도 차다. 손발이 건조하여 모래를 손에 얹은 느낌이다. ② 매핵기, 흉민. - 목에 늘 뭐가 붙어 있다. ③ 소화가 잘 안 되고 더부룩하고 벙벙하게 가스 찬다. ④ 편두통 - 오른쪽 머리∼오른쪽 눈∼오른쪽 뒷목. ⑤ 왼쪽 귀가 아프다. 갈증을 잘 느낀다. ⑥ 뒷목, 어깨 늘 무겁다. 가끔 다리 아프고 잘 뭉친다. ⑦ 몸이 안 좋으면 손이 붓는다. ⑧ 소변 잦은 편. ⑨ 대변 1회/2∼3일. ⑩ 출산 후에 생리통이 줄었다. 입술이 건조하고, 냉이 약간 있다. 性交痛. ⑪ 피부 건조하다. 모발이 가늘어지고 갈라진다. 【治療 및 經過】 ① 5월6일. 기쁜 일이 별로 없다. 모친 병환 중이시고, 아이도 학교 힘들어 해서 전학을 고민할 정도이다. 힘들고 맥아리가 없다. 가미사칠탕 + 천궁 당귀 + 녹각교 1제 투여. ② 5월30일. (전화)한약을 먹으면서 계속 졸린다. 손발 건조한 것이 덜하고, 매핵기가 덜하다. 소화는 좀 좋아졌고 가스가 좀 차지만 방귀 나오면 시원하다. 손발이 차고 배가 찬 것도 약간 덜 하다. 냉이 맑아졌다. 뒷목, 어깨가 덜 뭉친다. 피부 건조감, 모발 약해진 것 등이 덜하다. 상기처방 1제 투여. ③ 6월27일. (전화)잘 모르겠다. 최근 회사 프로젝트를 맡아서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 매핵기는 덜 하고 손 발 찬 것, 배가 찬 것도 덜하다. 식욕도 있고 소화도 잘 된다. 냉대하 덜 하고 눈물도 덜 난다. 모발 약한 것도 한결 낫다. 스트레스가 많아서인지 뒷목, 어깨는 여전히 뭉치는 기분이다. 상기처방 1제 투여. ④ 다음해 4월6일(맥 61/73 肝-大腸 / 脾-小腸 > 膀胱 <心腎). 수족냉증이 심하다. 손발이 항상 차다. 가슴으로도 한기가 차는 느낌이다. 잘 때도 가슴과 손발이 차서 춥다. 편두통, 잠을 잘 못 잔다. 전신이 왔다갔다 하면서 벌레물린 듯 따끔거린다. 회사 일이 복잡해서 신경 쓸 일이 많다. 남편 스트레스 - 남편이 통제 안에 잘 안 들어온다. 일과 가정 분리가 잘 안 된다. 예민하고, 분위기에도 민감하다. 긴장하면 소변이 잦고, 가슴이 답답하다. 대변은 1회/2∼3일, 토끼똥처럼 본다. 목에 매핵기는 못 느끼고 지낸다(印堂鬱은 아직 있음). 조금만 먹어도 금방 배가 차고, 또 금방 배가 꺼진다. 상기처방 1제 투여. ⑤ 4월29일. 잠은 조금 더 잘 잔다. 몸에, 가슴에 한기 덜하다. 편두통도 덜 하다. 단 무리하면 머리가 답답하고 꽉찬 느낌이다. 대변이 좀 시원하게 잘 나간다. 상기처방 1제 투여. ⑥ 5월17일. (전화)몸 괜찮다. 좀 더 좋아진 느낌. 몸에 한기도 한결 없어지고, 머리 답답한 것은 완전 호전. 전신 가려운 듯 따끔따끔 거리는 것도 없다. 상기처방 1제 투여. 【考察】 상기환자는 印堂이 鬱한 氣科 여자 환자로 수족냉증, 손발 건조감, 매핵기 등을 호소하며 내원하였다. 어머님의 낙상으로 요양원 생활을 하셔야 할 정도로 많이 나빠지셔서 신경을 많이 쓰고 상심하였으며, 회사생활에서 프로젝트를 맡아 하는 와중에도 아들의 사춘기와 남편의 반항 등으로 심신이 모두 피곤한 상태이다. 늘 신경을 쓰는 氣科 여자 환자가 印堂이 鬱하였고, 늘 梅核氣가 있는 것을 보아 心氣鬱滯로 보고 加味四七湯을 選方하였다. 氣鬱이 오래되면 血虛를 동반한다. 모발이 가늘어지고 피부가 건조한 등 血虛 증상이 있어 芎歸湯과 鹿角膠를 가미하였다(녹각교는 燥門. 燥宜養血에 혈을 돋우는 瓊脂膏의 주 재료이다). 손발이 차고 배가 찬 것이 주소증이지만, 몸을 따뜻하게 하는 약을 쓰기보다 鬱滯를 푸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였다. 梅核氣는 天地가 交泰되지 않는 것으로, 특히 우선으로 치료해야 할 증상으로 볼 수 있다. 가미사칠탕 가미방을 써서 수족냉증, 복부냉증도 좋아졌으며, 그 외 전반적인 증상이 호전되는 효과를 얻었다. 【參考文獻】 ① [동의보감. 神門. 驚悸. 加味四七湯] “治心氣鬱滯, 豁痰散驚.” 심기(心氣)가 막힌 것을 치료하는데, 담을 소통시켜 놀란 기를 흩는다. 반하(製) 2돈, 적복령·후박 각 1.2돈, 복신·자소엽 각 8푼, 원지(薑製)·감초(灸) 각 5푼.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생강 7쪽, 대추 2개, 석창포 0.5촌과 함께 달여 먹는다.<득효> ② [지산형상의안. 가미사칠탕. 形證. p.87.] 神科, 氣科, 印堂이 鬱한 者(心氣 鬱滯의 형상), 印堂에 점이 있는 사람, 눈물을 잘 흘리는 사람. ③ [지산형상의안. 가미사칠탕. p.89.] 梅核氣가 있는 것은 心氣가 鬱滯되어 그런 것이고, 脈이 陽脈으로 나와야 될 사람이 陰脈이 나오는 것은 뭔가 鬱滯되었다는 뜻이다. 목은 天과 地의 징검다리로 梅核氣가 있으므로 이는 天地가 痞塞된 현상으로 天地가 交流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목이 졸린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 허리 다리를 못 쓰고 늘어진다. 四七湯을 쓸 정도면 배꼽 있는 데가 나빠서 癥瘕病이 올 것을 예시한다. 또 <咽喉門>에서의 加味四七湯의 의미는 天地가 痞塞되었다는 뜻으로(危險한 症이다) 목이 아플 때 쓴다. <神門>의 加味四七湯을 쓴다는 것은 精神的인 스트레스로(코가 크니까) 인하여 病이 왔다는 것을 예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加味四七湯이라도 形色脈症에 따라 다르게 써야 한다. ④ [지산형상의안. 가미사칠탕. p.93.] 梅核氣가 있다는 것은 天地가 交泰가 안 되는 것인데 이것이 가장 危急한 것이다. 왜냐하면 肺라는 것은 全身으로 흩어서 맺힌 것을 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鬱滯된다. ⑤ [형상의학. 가미사칠탕. 형상, 해설. p.317.] ○ 神科, 氣科, 印堂이 鬱해서 心氣가 울체된 형상, 눈물을 잘 흘리는 사람. ○ 心氣 울체로 깜짝깜짝 잘 놀랄 때 쓴다. 불안장애(不安障碍)에 응용한다. ⑥ [동의보감. 燥門. 燥宜養血] ① 경(經)에, “마른 것은 적셔 준다”고 하였다. 이것은 혈을 기르라는 뜻이다. 진액이 쌓이면 기를 생기게 할 수 있고, 기가 쌓여도 진액이 생긴다. 경옥고를 먹어야 한다.<입문> ⑦ [동의보감. 燥門. 燥宜養血. 瓊脂膏] 조병을 치료한다. 생지황 20근을 찧어 즙을 내고 찌꺼기를 제거한 것, 꿀 2근을 끓여서 거품을 제거한 것, 녹각교·좋은 연유 기름 각 1근, 생강 2냥을 찧어서 즙을 낸 것. 먼저 약한 불에 지황즙을 몇 번 끓어오를 동안 졸이고 천으로 걸러 찌꺼기를 제거하여 맑은 즙을 취한다. 다시 20번을 끓이고, 여기에 녹각교를 넣은 후에 연유 기름과 꿀을 넣고 엿처럼 될 때까지 달여 사기그릇에 넣는다. 1~2숟가락씩 따뜻한 술에 먹는다.<정전> ⑧ 박정현 선생님 ○ 가미사칠탕은 火性.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면서 스스로 우울감을 감춘다. 火性이 있어 활발하니 살이 잘 안 찌고 浮澤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화려함 속의 우울함” ○ 자음건비탕: 불안하면서 자기 일을 한다. 쳐진다. 붓기도 한다. ○ 보허음: 녹다운. 자기 일을 못 한다. 붓기도 하고/ 혹 깡마른 경우에 쓰기도 한다. ⑨ 조장수 선생님 ○ 가미사칠탕에 血虛를 끼면 궁귀탕이나 사물탕을 합방할 수 있다. ⑩ [지산형상의안. 가미사칠탕] 神門 12케이스 모두 여자 / 痰飮門 2케이스 모두 여자 / 2케이스 모두 여자. -
대한문신학회 웨비나로 엿본 한의사의 문신 제거의 전문성김효선 학생(동신대 한의과대학 본과 4학년) 지난 1월27일 대한문신학회(회장 이승철)가 주최한 ‘2026 제1차 웨비나’는 예비 한의사로서 문신 제거 분야에서 한의사의 독보적인 전문성과 미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더불어 한의대생으로서 이번 강의를 통해 문신 제거 분야가 단순한 미용 영역을 넘어, 의학적 전문성과 윤리적 책임이 함께 요구되는 분야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웨비나는 대한문신학회가 주관해 문신 제거 시장의 현황과 레이저 치료의 표준화된 접근법, 그리고 임상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문신 제거 시장은 연평균 10∼15%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레이저 시술이 전체 시장의 64%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취업, 사회적 인식, 개인적 사정 변화 등으로 인해 문신 제거를 고려하는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러한 통계와 시장 분석은 문신 제거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장기적인 의료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신 제거의 정석, ‘광기계적 효과’의 과학적 이해 첫 번째 세션을 맡은 이승철 원장(대한문신학회 회장·이루다한의원)은 문신 제거의 과학적 원리와 레이저 기술의 변천사를 정교하게 짚어줬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나노초(Q-switch ed) 레이저에서 피코초(Picosecond) 레이저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승철 원장님은 충격파가 입자 내부에서 경계까지 전달되는 시간인 ‘SRT(Stress Relaxation Time)’ 이론을 강조했다. 펄스 지속 시간이 SRT보다 짧은 피코초 레이저를 사용할 때, 주변조직으로 열이 확산되기 전에 에너지가 소모되어 열손상이 최소화되면서 잉크 입자를 더욱 미세하게 파쇄할 수 있다는 설명은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이는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인체 면역 체계인 대식세포가 원활하게 색소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정교한 의료 기술임을 재확인시켜 주었으며 치료자의 물리학적·생물학적 이해가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임상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환자 상담과 관리 이어진 세션에서 김재돈 원장(대한문신학회 부회장·다래한방병원)은 풍부한 임상사례를 바탕으로 실제 시술 현장에서의 노하우를 공유했다. 특히 ‘Kirby-Desai Scale’ 중 잉크량과 부위를 강조하며 예상 시술 횟수를 산정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김재돈 원장님은 “깨끗하게 지워질 것이라는 확답보다는 현실적인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는 환자 만족도와 의료분쟁 예방의 핵심 원칙으로 느껴졌다. 상담 단계에서 충분한 설명과 반복 확인이 이뤄질 때, 비로소 치료는 의료행위로서 완성된다는 점을 다시금 되새기게 됐다. 또한 레이저 조사 후 발생할 수 있는 ‘역설적 흑화 현상(Paradoxical Darkening)’이나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법은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인의 자세를 실감케 했다. 문신사법과 한의계의 역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 33명은 현행 제10조에서 문신 시술의 예외 주체를 의사로 한정하던 규정을 개정, ‘의료법 제2조 제2항에 따른 의료인 중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인’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이같은 제도적 변화는 문신 시술과 제거를 의료 영역 안에서 관리하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이번 웨비나는 한의사가 그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문신 제거는 레이저 충격파를 통해 파괴된 색소 입자가 림프계를 통해 배출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거나, 고출력 에너지 사용에 따른 화상, 저색소침착 등의 위험이 상존하는 고도의 의료행위다. 이처럼 정교한 사후 관리가 필수적인 만큼, 숙련된 한의사가 주도적으로 시술과 제거를 담당하는 것은 국민건강권 보호를 위해 자명한 일이다. 대한문신학회가 구축해 나가는 학술적 토대 위에서 한의계가 문신 관련 의료 서비스의 표준을 선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62)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76년 9월25일 부산광역시한의사회에서는 부산일보사 후원으로 부산호텔에서 동양의학계발세미나를 개최한다. 이 세미나는 한달 전 중앙회에서 실시한 의료정책세미나에 이어 개최된 행사로서 앞으로 국민의료시혜 확대 시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첫째 한의사가 필수적으로 지역의료책임을 분담해야 함, 둘째 한의학의 활용으로 낭비없는 의료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음, 셋째 의료자원의 극대화를 위해 한의사가 활용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세미나에는 100여 명의 부산광역시 한의사 및 각계 인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오승환, 서울시한의사회 회장 이금준, 왕학수 부산일보 사장 등이 참석했다. 당시 부산광역시한의사회 정홍교 회장은 “한의학은 서민생활 속에 뿌리 박고 발전해온 민중을 위한 치료의학으로 저소득국민의 한방의료 의존도는 날로 상승일로에 있다”고 말하고 제도 지원에서 한의사의 활용대책은 적극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환 중앙회장은 격려사에서 “국민대중의 애호와 지원 속에서 발전되어온 한의학이 국민의 보건 향상에 기여해온 업적에도 불구하고 의료정책에 깊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시정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한의학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이용도가 급격히 향상되고 있는 추세를 따라서도 한의사의 일선의료 참여 확대는 정책적으로 이루어져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본 세미나는 ‘저소득층의 의료시혜 확대와 한의사의 역할’이라는 제1주제와 ‘의료제도와 한의학’이라는 제2주제로 이루어졌다. 제1주제의 발표는 대한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 의장 김명돈이 맡았다. 김명돈은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시혜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의학 육성이 시급하다고 전제하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한의학 연구열에 대비하기 위해, 첫째 원전번역 출판사업, 둘째 한약재 수급계획과 개발사업, 셋째 저소득 국민 무료진료사업 확대, 넷째 한의사 인력수출책, 다섯째 국공립한방병원의 설치, 여섯째 한의사의 1차 진료 참여 필요 등을 꼽았다. 이후 토론은 부산시한의사회 학술위원장 박성춘이 진행했다. 동아대 조병태 교수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의계는 가치기준을 설정해서 국민의 일반적인 이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고, 부산일보 상임논설위원 김상훈은 일반인의 한의학에 대한 그릇된 가치기준과 의식구조를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금준 서울시한의사회장은 정부가 예방의학적인 분야에서 한의사가 손색없음을 인식해야 할것이라고 했다. 부산시한의사회 김종대 부회장은 의료정책 등 제도적 측면에서 잘못된 것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 한의사협회 중앙감사는 한약재 수급 불균형이 의료시혜 저해요인이라고 했다. 제2주제는 ‘의료제도와 한의학’이었다. 김옥룡 의권옹호위원장이 발표하고 학계, 관계, 언론계 인사들이 패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옥룡 위원장은 국립한의대 설립, 동양의학연구소 설립, 한방의약행정 개선책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제2주제 세미나는 문화방송 아나운서 배득성이 진행하였다. 대한구국선교단 부산본부장인 변창남은 당시가 한의학에 대한 眞價를 사회에 반영시키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이기에 정부에도 정확하게 한의학의 위치를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영택 해양대학 교수는 양의학과 한의학이 상호 정보를 교류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승환 중앙회장은 약사의 한약조제문제의 국민보건 위해의 문제를 언급했고, 최홍배 前 부산시한의사회 부회장은 침사법안의 악법적 요소를 언급했다. 박치양 前 부산시한의사회장은 국립대학에 한의과대학을 증설해서 우수한 한의사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의학의 과학화와 국민건강권 下노용균 변호사 대한한의사협회 한의약법제정책연구회 회장 법무법인 명석 구성원 변호사 ▼ '한의학의 과학화와 국민건강권' 上편 보기 (클릭) https://www.akomnews.com/66420 上편에 이어… 6. 법해석 방법론에 관한 반박 가. 사법적극주의 비판에 대한 반론 논문은 대법원 판결이 사법적극주의의 문제점을 보인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법해석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법창조적 해석을 한 것이 아니라, 의료법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합목적적 해석을 한 것이다. 의료법 제1조는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 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입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의료의 발전과 의료 서비스의 수준 향상을 위하여 의료 소비자의 선택 가능성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열어 두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법의 목적에 충실한 해석이지, 법창조가 아니다. 나. 죄형법정주의와의 조화 논문은 명확성의 원칙을 근거로 대법원 판결을 비판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오히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더욱 충실히 구현한 것이다. 대법원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는 결국 형사 처벌 대상이라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그 의미와 적용 범위가 수범자인 한의사의 입장에서 명확하여야 하고,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종전의 판단 기준으로는 한의사가 어떤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 따른 새로운 판단 기준은 ①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②해당 진단용 의료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③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여, 오히려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7. 국민건강권 보장의 관점 가. 의료 접근성 향상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우리나라는 농어촌 지역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한의원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으며, 또한 농어촌 지역의 보건지소에는 공중보건한의사가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지역에서 한의사와 공중보건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주민들은 도시 지역까지 가지 않고도 기본적인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국민이 지역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의료 사각지대 없이 의료 혜택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이원적 의료체계의 원리 및 입법 목적에 부합한다(대법원 판결 참조). 나. 의료 선택권 보장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한의학적 진료를 선호하는 국민들의 선택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지적하듯이, “범용성·대중성·기술적 안전성이 담보되는 초음파 진단기기에 대하여 한의사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 제1조에서 정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이다. 8. 한의사의 주의의무와 초음파 진단기기 가. 설명의무와 전원조치의무 대법원은 한의사에게도 의사와 동일한 수준의 주의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특히 “한의사에 대하여 양약과 상호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한약의 위험성을 환자에게 설명할 의무” 및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그러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신속히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판결 참조).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한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초음파 진단기기는 이를 위한 필수적인 도구다. 만약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여 적절한 설명이나 전원조치를 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나. 의료과실 책임의 형평성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 유무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과 판단 기준은 한의사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렇다면 한의사에게도 의사와 동일한 수준의 진단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되어야 형평에 맞다. 한의사에게는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부과하면서, 정작 그 의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진단 도구의 사용은 금지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는 한의사를 불합리하게 불리한 지위에 놓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한의학적 진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한다. 9. 입법론적 해결의 한계 가. 입법 지연의 문제 논문은 대법원 판결의 반대의견을 근거로 “제도적·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수십 년간 논쟁이 되어 왔지만, 입법부는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법부가 법해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법적극주의가 아니라, 사법부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나. 법원의 역할 삼권분립원칙상 법원은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이는 법원이 사회 변화를 외면하고 소극적인 해석에 그쳐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개설, 진료과목의 설치·운영, 전문의 자격 인정 및 전문과목의 표시 등에 관한 여러 규정에서 의사와 한의사 직역이 구분되는 것을 전제로 각 직역의 의료인이 ‘면허된 것 이의의 의료행위’를 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규정하였으나, 막상 각 의료인에게 ‘면허된 의료행위’의 내용이 무엇인지,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이를 구분하는지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대법원 판결 참조). 이는 입법부가 의도적으로 법원에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며, 법원이 이를 해석하는 것은 입법권 침해가 아니라 입법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다. 10. 결어 대법원 판결은 한의학의 과학화와 국민건강권 보장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가치를 조화롭게 실현한 판결이다. 이 판결은 한의학을 과거의 틀에 가두지 않고, 현대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동시에 국민들이 한의학적 진료를 받으면서도 현대적 진단기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 접근성과 선택권을 보장하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판들은 이원적 의료체계의 본질을 오해하거나, 한의학의 발전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거나, 국민건강권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다. 한의학과 양의학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며 발전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한의학은 현대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의약육성법」 제2조 제1호는 한의약을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바로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결은 한의학이 전통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현대 과학과 조화를 이루며 발전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는 한의학의 과학화와 국민건강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판결이었다. 이제 한의계는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한의학의 과학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더욱 강화하고,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능력을 향상시키며, 한의학과 현대 과학의 융합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의학은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국민건강을 지키는 현대적 의료체계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코가 불편해 내원하는 환자들의 비강 내를 살펴보다 보면 정상 모습과 다른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 비용종 같은 비강 내 신생물이 있거나 하비갑개 축소술로 갑개 용적이 줄어있는 경우, 또는 부비동 내시경 수술 이후 중비도 측벽이 열려있는 경우들이 있다. 이번호에서는 부비동 내시경 수술 이후에 보이는 비강 내의 변화된 모습을 살펴보고, 이로 인해 불편감을 겪는 환자의 치료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내시경적 부비동 수술(Endoscopc sinus surgery·ESS)은 비부비동염이 충분한 치료에도 호전이 없거나, 진균성이거나 비용종 같은 신생물이 부비동까지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 부비동으로 가는 자연공을 넓혀 비강 내 염증산물을 제거하고 이후 넓어진 자연공으로 환기와 배설이 수월하도록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먼저 정상적인 중비도 측벽의 모습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다. 학부시절 배웠던 것처럼 비강 측벽에는 선반 모양의 3개의 갑개가 있으며, 이 중 이번호에 주요하게 볼 부분은 중비갑개다. 중비갑개는 비중격과 비측벽 사이로 선반이 넓게 내려왔다고 생각하면 되고, 내시경으로 관찰시 앞에서 봤을 때 조롱박 같이 보인다. 이 중비갑개와 비측벽 사이에는 여러 구조물이 있다. 중비갑개를 제거했을 때의 모식도를 보면 사골포, 구상돌기 등이 보인다. 이런 구조적인 이유로 중비도를 살펴보다 보면 중비갑개가 2개인가 싶을 때가 있는데 이는 구상돌기가 잘 보이는 환자에게 나타나는 모습으로 중격쪽이 중비갑개, 측벽쪽이 구상돌기다. 부비동 내시경 수술은 중비갑개와 비측벽 사이의 구조물인 구상돌기를 제거하고 개구비도단위(OMU, ostiomeatal unit. 상악동·전사골동 등 부비동의 환기·배액을 담당하는 비강 내의 핵심 구역)의 폐쇄를 해소하는 것으로 환기·배액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시행한다. 다음은 물혹 수술을 한 환자의 좌측 비강측벽의 수술 전후 모습이다. 중비갑개 옆으로 넓어진 새로운 공간이 열리면서 상악동, 사골동, 접형동으로의 소공(Ostium patency)들이 송송 뚫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는 환자가 미리 말을 해주지 않아도 비강을 살펴보다 이런 모습이 보이면 ‘과거에 어떤 이유로든 부비동 내시경 수술을 했구나’라고 먼저 이해할 수 있다. 환기와 배설, 배액이 원활해진다는 이론 하에 부비동염 등이 호전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다른 문제가 생겨 힘들기도 하다. 부비동 내시경 수술의 합병증으로 안와 합병증 또는 두 개 내 합병증이 올 수 있다. 임상에서 만날 수 있는 경우는 수술 후 이차성 위축성 비염이 발생하거나 여기에 더해 비강에 기류를 감지하는 장애물이 줄어들면서 숨을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되어 질식감, 불안, 공황장애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빈 코 증후군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2025년 11월4일 63세 여자환자가 후비루로 내원했다. 오랜 기간 있었던 비염으로 2010년부터 두 차례 부비동염 수술을 한 후 여전히 후비루가 있어 2025년 9월에 세 번째 수술을 받았지만 별다른 호전이 없어 내원하게 됐다고 한다. 기존 병원에서는 수술이 잘 되었으니 더 내원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코막힘, 끈끈한 콧물과 후비루, 안면통, 귀 먹먹함, 비강내 건조함, 냉감 등의 순으로 불편해 일상이 힘든 상태라고 했다. 영상검사로 확인한 상태는 수술로 비강 내부가 넓게 뚫려져 있으면서 사골동과 특히 우측 상악동으로는 여전히 분비물들이 보였다. 코는 넓게 뚫려있지만 건조로 인한 코막힘은 아주 심하고 분비물은 점조하여 구인두에 진득하게 달라붙어 있는 이차성 위축성 비염이였다. 염증은 여전하고 여기에 수술 후 발생한 건조가 더해지면서 분비물은 점조하여 더 이물감이 심했던 것이다. 기능이 저하된 비점막의 재생을 돕고 윤활능력을 높여 비강의 분비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형개연교탕을 처방하고 자하거 약침액을 비강 내 점적했으며, 비강 내 가습을 위해 침 치료시 한약재 증기 흡입을 병행했다. 가정에서는 비전정과 하비갑개로 자운고를 도포하고 콧망울 위쪽을 마찰하는 灌漑中岳을 하도록 설명했다. 주 1회 총 16회 치료시기인 2월28일의 환자 상태는 코막힘과 건조함은 없어졌고 콧물 vas2, 후비루가 vas4, 안면통은 없다가 일주일 전 감기로 인해 발생해 금일 기준 vas1∼2 정도의 상태였다. 비강 내 수술을 하면 환기와 배설은 용이해 질 수 있으나 환자에 따라서는 건조감이 극심해지면서 일전보다 더 힘든 경우가 있다. 부비동염의 치료에 있어서 수술을 한 경우라도 수술이 마지막 치료가 아닌 중간 과정이며 이후 관리가 잘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 한의의료기관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
“라오스에 전한 전통의학의 온기와 치유의 시간”[한의신문] 지난 1월 11일, 공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보다는 어떠한 책임감에 가까웠다. 한의사로서의 삶을 일구어 온 지 어느덧 십여 년,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다. 그래서 어리숙했던 한의사가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 다시 KOMSTA의 단복을 입고서 라오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했다. "나는 왜 봉사를 다시 가게 됐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루앙프라방은 평화로운 산간 지방의 고대 도시다. 하지만 그 풍경 뒤에는 인프라 부족과 병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여전히 의료의 손길이 닿지 못해 만성 통증과 질병을 숙명처럼 안고 사는 이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서구화되기 시작한 식단과 풍족해진 설탕 등으로 인해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인해 심혈관계 질환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진료 당일 우리가 자리를 잡은 루앙프라방 주립병원에서 수많은 현지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통역의 도움 없이는 대화가 불가능했지만 환자의 통처를 만지고 맥을 살피면서는 그의 통증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농사일로 햇볕에 타버린 피부 위에 침을 놓으면서 더 오랜 기간 동안 진료를 못 해주는 것이 아쉬웠고 중풍이 발병한 지도 몰라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환자가 치료 후 나가면서 진료실의 봉사단원들에게 일일이 말해주는 컵차이(고맙습니다)는 고단함을 잊게 해주었고, 선물로 받은 귤은 봉사의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국경을 넘는 한의학의 가치와 함께여서 가능했던 나눔 인종이 다르고 기후와 환경이 달라도 환자에게 한의학으로 진단과 치료를 하면서 환자들이 차도가 있다는 것은 내가 선택한 한의학이 틀리지 않았고 누구에게나 쓸 수 있는 전통의학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끔 했다. 1월 18일, 다시 한국의 일상으로 돌아면서 다시 생각했다. 내가 왜 이 곳을 왔던가.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봉사를 통해 마음이 평온해졌고 봉사를 온 것에 후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환자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다. 라오스에서의 의료봉사는 봉사란 바라지 않고 베푸는 것이고 또한 진실하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받아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했고 내가 무엇을 놓치고 살아왔는지를 고민하게 한 치유의 시간이었다. 제182차 KOMSTA WFK 한의약해외의료봉사에서 18명의 봉사단원과 사무국, 현지통역분들이 모두가 각자 책임을 다하고 도움이 필요한 경우 서로가 나서서 도왔기에 봉사가 순조롭게 끝날 수 있었다. 다들 다른 봉사현장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 -
네팔과 히말라야가 전하는 겸손* 겸손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긴 머리를 자르고, 반백의 모발을 염색하고 다소곳한 세월을 만든다. 늘어지지 않은 모습으로 네팔을 만나러 간다. 일주일 전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괜히 잠을 설친다. 분주하고 허둥대고 얼굴이 근엄해지는 것은 마음이 이미 네팔과 히말라야에 갔기 때문이다. 설렘이 벌써 비행기에 탑승하고 저 높은 곳으로 떠난 상태이다. 서울 속에 네팔이 존재할 것이다. 육체는 정신을 지지하고 지탱한다. 새벽 산책을 하고 아파트 계단을 무심히 오른다. 근력을 키우고 정신을 단단히 한다. 맑은 정신으로 네팔에 가야 한다. 목욕하고 삼배 적삼 입고 조상 제례를 지내는 선비의 엄중함이다. 서서히 기대가 증폭된다. 진한 사랑의 시작이고, 애무는 오르가즘의 전 단계이다. 언제부터인가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꿈꾸었다. 네팔과 히말라야는 겸손의 교훈을 준다. 물질과 자연의 균형을 주문한다. 그 거친 산을 오르며 작은 자신을 발견하고 나대지 말라며 타이른다. 작은 존재 안에 그 가치가 있으니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심장은 가히 우주의 박동이다. 산을 오르는 트레커의 스틱 소리는 히말라야를 울린다. 무릎과 허리가 약해지는 세월을 전하며 건강에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까지 보인다. 지갑의 몇 장 지전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고층 아파트에 산다고 고급 인생이 아니다. 삶에서 물질이 전부가 아니라며 사물을 보는 눈을 길으라 한다. 겸손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엄한 가르침이다. 겸손(humility)은 자비(humanity)와 연민(compassion)을 바탕으로 하는 내면의 세계이다. 척추와 관절은 해부학적 구조인데 자비와 연민은 인간의 정신적 영역이다. 그들은 인성과 품격을 만든다. 안거 기간 묵언 수행하는 선승처럼 고민하고 갈등하고 번민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갈구,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몸부림이니 열정이다. 높고 깊은 히말라야를 찾는 까닭이다. 벅차다. * 네팔은 그리움이다 기다림이 없는데, 그들에게 약속한 것도 아닌데, 부채는 더더욱 없는데 그 곳을 찾는다. 그리움이다. 의료 진료의 현장을 잊을 수 없다. 몇 초 만에 작은 액정에 표시되는 혈압과 혈당. 요술 같은 자동혈압계와 혈당측정기는 그들에게 생경하다. 70 평생 처음이라는 검게 그을린 주름진 네팔 어르신, 천진한 맑은 눈의 어린이들, 순하디 순해 차라리 바보처럼 살아가는 네팔 사람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 진료를 통한 공감, 교류, 교감, 그리고 소통이다. 진료는 미소다. 살찐 서울의 한의사에게 침 치료받고 한방 엑기스 한약 한 봉지 받은 네팔인은 웃는다. 서로 반갑다고, 고맙다고, 또 만나자고 웃는다. 내가 당신의 존재를 존중한다고 두 손 모아 인사한다. 나마스테. 초라한 차림새이지만 쉽게 보면 안 된다. 그들의 내면은 옹색하지 않고 넉넉하다. 말이 없다고 속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자본이 지배하는 수직적 사회구조가 아니라 정신과 인성의 수평적 관계를 이루고 산다. 쉐르파족, 따망족, 네와리족 동족의 형제애를 나누어 얼굴이 맑고 밝다. 경제보다 포옹을 우선한다. 나눔은 그들의 공동체 의식이다. 그들을 통해 삶의 내면을 배우고 싶다. 그래서 침통을 챙기고 떠난다. 네팔과 히말라야는 순수이다. 태초 지구의 탄생이고, 네팔인은 그 안의 존재이다. 척박한 다락논을 일구며 숲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또 하나의 히말라야다. 히말라야는 네팔이 있어 그 존재 가치가 있고, 네팔인은 히말라야를 통해 그 존재를 인정받는다. 자연합일, 방문객은 그 거울을 통해 자신을 비추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감성적 서정의 풍경뿐만 아니라 네팔과 히말라야, 그들의 내면을 사유하는 인문학적 서사를 찾고 싶다. 아직 더디다. 좀 더 진화된 존재로 다가가야 하는데 미숙하여 그곳을 찾는다. * 봉사는 소통의 의식 이번 의료봉사활동은 네팔 에이전시의 권유로 산간 마을이 아닌 카트만두 인근 지역으로 정했다. 의료 환경과 사회로부터 소외받는, 네팔인 중 빈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네팔 정부에서 우리의 노숙자 같은 분들을 모아 관리하는 곳이다. 수용시설, 요양기관. 진료실은 그들의 숙소에 테이블을 놓고, 침대에서 침 시술을 한다. 2월 찬 바람이 부는데 난방 시설이 없다. 그래도 하얀 가운을 입은 외국 의사가 많은 약재를 가져와 명절 대목 같은 분위기이다. 환자들이 줄지어 진료실에 들어온다. 2명 중 1명은 휠체어 신세이다. 깜밥진 손으로 어렵게 자신의 휠체어를 굴린다. 양말을 신지 않은 맨발이 춥게 보인다. 무표정한 표정, 하지만 무언가 회한이 남은 얼굴들이다. 진료실 밖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밝고 맑은 음율이 수용소를 배회한다. 아마 잠들기 전까지 음악은 쉬지 않을 것 이다. 어둡고 차가운 사람들에게 밝고 따뜻한 음악을 전한다. 용기와 미래를 가지라는 주문이고 부탁이다. 혈압과 혈당을 측정한다. 통역은 그동안 필자의 진료와 트레킹 때 동행한 네팔 현지인 N이다. 영어에 능하고 서툰 한국어는 소통의 통로이다. 가져간 300개 구충제를 노인 분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껍질을 까 직접 입에 넣어 준다. 절대 식사 후 복용할 것 같지 않아 N이 직접 경구 투여한다.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달바트를 먹는 네팔인들. 필자는 의료봉사시 항상 구충제를 준비했다. 2~30% 환자는 자신의 나이를 알지 못한다. 가족의 버림받고 배회하는 인생이다. 친구도 없이 거리에서 살다 죽음 직전에 당국으로부터 구출된 삶은 척박하다. 면회 오는 사람 없는 모두 고아인데 서로 애정을 나눌 힘조차 없다. 환자가 오면 먼저 전자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하고, 손끝에서 피 한 방울 채혈하여 혈당을 측정한다. N에게 결과를 알려주고, N은 환자에게 고혈압 당뇨병의 유무를 알려준다. 하지만 압박골절로 하반신 마비된 중년 아저씨에게 혈압 혈당이 그리 중요한 건강지표가 아니다. 압박골절을 치료하지 못하고 평생 불구로 휠체어 신세인데 차라리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로 저 세상으로 떠나는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그들은 체념, 절망에 익숙한 시간을 보낸다. 몇 차례 수술과 회복과정을 거쳐야 그래도 사람 구실을 할 텐데. 첨단 의료시설과 수준 있는 외과 의료진, 그리고 벅찬 진료비. 그들에게 가당치 않은 세상일 뿐이다. 수용소에서 제공하는 하루 두 끼 달바트가 유일한 즐거움이고 생명줄이다. 뇌졸중으로 인한 언어장애와 반신불수 환자들이 줄지어 진료를 기다린다. 왜 이리 중풍 후유증 환자가 많은지. 고혈압인지 모르고 살다가 갑자기 쓰러지고, 과다 염분, 지방식이 건강에 해로운지 모르고 섭취한 까닭이다. 힘든 생활 얼마나 신경썼을까? 한쪽 팔은 덜렁덜렁하고, 한쪽 다리는 질질 끌고, 어눌한 입은 무겁다. 말 못하는 어린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는지 모른다. 파킨슨병, 팔을 흔들고 의식은 차츰 몽롱해진다. 동공이 풀린지 오래다. 많은 불면증 환자. 침 한 번으로 약 며칠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질환이던가? 아! 한탄이다. 의학의 한계, 의료인의 무능. 진료실에 먹구름이 내려앉는다. 도움을 주겠다고 찾은 그 먼 길이 무색하다. 무력하다. 2일째 진료-한국에서 온 한의사가 한약 엑기스도 주고, 침 치료와 간혹 뜸과 부항 사혈해 주니 신기하고 고맙다. 입소문인지 공짜 치료 때문인지 환자 대기 줄이 길다. 해외의료봉사. 비행기로 그 먼 나라를 찾는다. 숙소를 마련하고 진료실을 마련하고 밀려오는 환자를 진료한다. 이익이 없는 진료, 어쩌면 의시대고 폼 나는 일이다. 의학 지식이 풍부한 의료인이 병들고 마음 약한 환자에게 치유의 영역을 마련한다. 하지만 의료 봉사가 힘 있는자의 약자에 대한 혜택으로 정의하면 매우 옹색하다. 일방적인 베품의 상하 관계가 아닌 좌우 ‘소통’의 의식이어야 한다. 누가 누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서로의 인성과 인정을 나누는 행위일 뿐이다. 네팔인과 히말라야처럼, 그들의 동질성처럼. 아침 일찍 시작한 진료는 해지고 저녁 9시 뉴스 시간쯤 끝이 난다. 공진단이나 우황청심환 한 알 챙겨 먹고 싶은 피로감이다. 꽉 찬 하루, 오랜만에 삶의 가치를 느낀다. 2일간 170명 진료. 수용시설 측에서 2일 추가 진료를 요청한다. 진료 받지 못한 200명 가까운 환자가 있단다. 준비해 간 한약이 거의 소진되고, 의료인도 탈진 지경이다. 미안한 마음으로 합장을 한다. 서둘러 수용시설을 빠져나왔다. 비겁한 자비심. * 감동이 크면 묵언이다 이제 트레킹 일정이다. 안개 때문에 4시간 늦게 도착한 포카라 공항에 가이드 겸 포터 꺼멀이 기다리고 있다. 준비한 지프(Jeep)를 타고 트레킹 출발지로 향한다. 벌써 도착하여 한창 오를 시간인데 이제 출발하니 일정이 무너진다. 네팔 국내선 비행기는 보통 2~3 시간 지연 출발이 다반사다. 제시간 출발이 비정상이다. 출발 1시간 후, 작년에 트레킹한 마르디 히말(Mardi Himal) 출발지 카레(Khare)를 지나 나야폴(Naya pul, 1070m)에 도착한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트레킹 출발지이다. 그런데 요즘 지프뿐만 아니라 버스까지 운행할 수 있는 산간 도로가 생겼다. 정부에서 관광객을 위해 히말라야에 지프 로드를 만들고 있다. 깊숙한 곳까지 산길을 만들어 관광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곳에서 30달러 지불한 입산 허가증(permit)을 제시해야 한다. 히말라야는 거의 입산 통행요금을 낸다. 은둔의 땅 무스탕의 경우 1인당 500달러이니 만만하지 않지만 네팔 경제의 큰 몫을 차지하니 인상 쓰지 말아야 한다. 일행은 나야플에서 목적지 왼편 고레파니로 향한다. 산악도로가 있어 지프를 이용하기로 했다. 차는 차츰 굉음을 내고 심하게 흔들린다. 크고 작은 웅덩이를 피하고 큰 돌을 비켜나가야 한다. 특히 왼편 낭떠러지는 절벽으로 아찔하다. 잘못되면 시신 수습도 어렵다. 커브에서 혼을 크게 울려 자신의 위치를 알려야 한다. 반대편 차량과 비좁은 산길에서 만나면 낭패다. 뒤뚱거리고, 촐싹거리고, 오래된 타이어는 조금씩 밀려 승객은 불안하다. 작은 마을과 계곡, 차츰 고도를 올린다. 물질을 이용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비겁한 가짜 트레커는 먼지를 맞으며 산길을 오르는 진짜 트레커에게 미안하다. 대개 유럽 사람 몇 사람이 팀이 되어 히말라야를 오른다. 아마 중간 어느 산간 마을에서 하룻밤 묶을 모양이다. 걸어서 트레킹하는 사람은 여유로운데 지프로 오르는 짝퉁은 저 깊은 계곡으로 추락하는 상상에 공포스럽다. 울레리(Ulleri, 2080m)를 지나 차가 높이 오를수록 절개지의 속살이 드러난다. 포크레인이 산 허리를 잘라 붉은 흙이 그대로 드러난 산길이 거칠고 험하다. 다른 지프로 바꾸어 탄다. 도시형 지프는 사륜구동인데, 전문 산악용은 기어가 두 개 이다. 운전석 왼편(네팔 차는 운전석이 우측)에 일반 기어 1개와 그 아래 발쪽에 또 다른 보조 기어 1개가 설치되어 있다. 사륜구동 기어가 2개로 4*4 DW로 표기되어 있다. 가파른 산길과 질퍽한 빗길도 힘있게 오른다.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하지만 꾸준히 오른다. 원래 반탄티(Banthanti. 2300) 까지 지프를 이용하고 걸어갈 계획이었는데 해가 기울고 있다. 그곳에 제법 큰 롯지가 1개 있는데 한적해 하룻밤 묶어도 좋을 듯하다. 산속의 정적과 함께 지내면 히말라야의 깊이를 알 수 있다. 할 수 없이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목적지 고레파니(Ghorepani. 2750m)까지 올랐다. 지프는 롯지가 운집한 마을까지 들어간다. 산을 오르지 못하는 사람도 히말라야를 가까이 즐길 수 있다. 필자가 20여 년 전 1박 2일 걸으며 오른 코스인데 지프로 3시간 만에 땀 흘리지 않고 올랐다. 애기주머니가 튼튼한 임산부는 이 산길을 피해야 한다. 자연의 현대화 활용인지 퇴행인지 모른다. 히말라야의 포옹인지, 인간의 탐욕이 빚은 재앙인지 모른다. 가이드 10년 이상의 꺼멀은 전망 좋은 롯지로 안내한다. 구름이 걷히고 서서히 설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방문객들은 숨을 죽인다. 저만큼 히말라야가 벅차게 반갑다. 다울라기리(Dhaulagiri, 8267m), 안나푸르나 남봉(Annapurnasouth, 7219m), 히운출리(Hiun Chuli, 6444m), 마차푸차레(Machapuchare,6993m)가 산맥을 이룬다. 맑고 밝은 만년설이 위용을 드러낸다. 고단한 일상은 치유되고, 잡다한 생각은 소멸된다. 만년설이 가슴으로 들어와 눈물이 된다. 울컥하다. 감동. 한동안 이런 풍광은 보지 못했다. 하얀 만년설을 보고 있으면 가슴속의 번뇌와 분노가 사라진다. 특히 ‘하얀 산’의 뜻을 가진 다울라기리는 유난히 하얗다. 태초의 순백색, 방문객은 순수의 세계로 들어간다. 지구에서 제일 착한 백색이니 눈으로 가슴으로 담아야 한다. 그림 그리는 화백은 캔버스에 저 백색을 표현하지 못해 미칠 것 이다. 직접 히말을 찾아 미치고 마십시오. 거대한 바위에 걸친 만년설은 오랜 세월 거친 바람과 태양을 받아 수행한 자연이니 인간이 표현하기 힘들 것 이다. 저 백색, 저 설산은 석가가 되고 예수가 되니 가히 신앙이다. 바람이 불고 시간이 흐르고 일몰의 태양이 히말라야에 걸친다. 히말은 서서히 변신, 붉게 변한다. 황금산(gold mountain). 황금 가사를 걸친 부처가 된다. 환희, 감탄, 환호. 그러나 말로 표현할 수 없다. * 히말라야를 닮은 소녀 푼힐(Poon Hill, 3210m) 전망대는 고레파니에서 1시간 거리. 히말라야 트레킹의 초보 코스로 적은 고생으로 많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일출을 보러 많은 세계 트레커들이 헤드랜턴을 켜고 새벽 산길을 오른다. 서서히 일어나는 히말라야가 생명체로 다가온다. 고레파니 롯지에서 본 히말을 좀 더 높은 곳에서 넓게 볼 수 있다. 고산증도 없이 히말라야를 만날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아침 식사를 한다. 가볍게 갈릭(Garlic) 수프와 삶은 계란이면 족하다. 롯지 마당 테이블에서 히말을 보면서 식사를 즐긴다. 세계에서 제일 럭서리한 조찬이다. 저 맑고 밝은 히말의 기운을 흡(吸)한다. 정신적 육체적 식사이다. 식사를 마치고 꺼멀에게 사진을 부탁한다. 히말을 닮은 아주 평온한 사진이 나온다. 새벽부터 만년설과 같이 지내 트레커는 그 설산을 닮았다. 오랫동안 간직할 추억의 사진이다. 2일째 타다파니로 향한다. 1시간 좀 지나 작은 능선 작은 전망대 타프라단다(Thapla Danda, 3165m)이다. 돌계단에 걸쳐 차를 마신다.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남봉 등이 눈앞이다. 더 밝은 햇살을 받은 히말은 더욱 건강하고 친근하다. 어쩌면 이번 트레킹의 정점이다. 엄숙한 시간이 흐르는 것은 고요하기 때문이다. 가끔 저 만치 힘들게 올라오는 트레커가 보일 뿐 사람이 없다. 운집한 새벽 푼힐 전망대하고 비교가 된다. 꺼멀과 단둘이 저 장엄함을 즐긴다. 고요해야 산의 내면을 볼 수 있고, 그 엄숙함이 방문객의 가슴으로 들어온다. 한적한 겨울, 또 호젓한 타프라단다 언덕은 보기 드문 뷰 포인트이다. 다소곳한 히말라야를 겸손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다. 고레파니에서 2시간 산행하면 데우랄리(Deurali, 2990m). 좁은 계곡 사이에 2개 롯지가 몰려있다. 소녀가 먼지를 일으키며 앞마당을 쓴다. 강한 태양에 그을린 얼굴의 소녀가 정숙하다. 어쩌면 카트만두 한번 나가지 못하고 이 깊은 산속에서 히말라야 햇살과 바람과 성장했을 것이다. 물질보다 자연 속에서 자라고 있을 소녀에게 준비해 간 선물(양말, 볼펜, 노트)을 건네주니 당황한다. 쑥스럽다. 그리고 이내 방으로 쏙 들어간다. 아마 밤새 삼색 볼펜으로 일기를 썼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대도시 한번 나가지 못하고 그 산골에서 살아갈지 모를 그 소녀에게 ‘히말라야 딸’이라고 위로하는 것이 무슨 의미일지. 고레파니에서 목적지 타다파니(Tadapani, 2710m) 구간은 V형 산길이 이어진다. 한참을 내려가고, 또 한참 올라간다. 등산객들이 제일 싫어하는 지형으로 극기를 요구한다. 그 거친 산길을 20kg 넘는 짐을 지고 오르는 짐꾼 포터들을 만난다. 맨몸도 걷기 힘든 산길인데 빵빵한 배낭 3~4개를 노끈에 묶어 등에 메고 이마에 걸치고 거친 땀을 흘린다. 고된 노동의 대가는 1일 25달러, 그 중 5달러는 여행사가 떼어간다. 직업소개소에서 소개비를 받는 것과 같다. 한센인 콧구멍에서 마늘씨를 빼먹는 격이다. 노동 강도는 쎈데 한국 근로자의 1/10 수준이다. 나마스테. 지랄. 도착한 타다파니는 제법 큰 롯지가 모여 작은 마을을 이룬다. 짐을 방에 두고 코카콜라(작은 패트병 4,000원)를 꺼멀과 나누어 마신다, 갈증이 풀려 따뜻한 유기농 레몬티(1,500원)를 들고 롯지 옥상에 오른다. 구름이 배회하는 히말라야가 신비롭다. 겨울 히말라야는 오후 2시가 지나면 구름이 끼기 시작하여 서둘러 감상해야 한다. 푸른 숲 저편의 만년설이 차갑다. 따뜻한 감성보다 차가운 이성의 산군들이 벅차다. 따뜻한 찻잔을 감싼다. 온기를 느낀다. 오늘도 벅찬 하루였다. 내리막과 오르막이 연속인 그 험한 산길을 걸었다. 중간 롯지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산행을 즐기면 좋았을 텐데, 평소 벌떡증이 발생했다. 끝없는 전진, 중단 없는 전진의 DNA. 꺼멀이 6시간 코스인데 4시간 만에 도착했다며 대단한 체력이라고 감동한다. 하지만 그 칭찬은 비아냥일 것이다. 역시 나는 한국인이다. 지랄. *병. * 물질과 자연 3일째 타다파니에서 간드룩(Ghandruk, 1990m)으로 향한다. 아침 트레킹을 떠나면 하룻밤 묶은 롯지 사람들과의 이별이다.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 짧은 인연이라 아쉽고 한편 짠하다. 롯지 자녀인 10대 소년 소녀와의 헤어짐이 아쉬워 아침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수줍게 웃는 모습이 히말라야의 일출을 닮았다. 서서히 빛을 건네는 태양의 조심스런 일출처럼 소박한 미소를 사진에 담아 간직한다. 준비한 초콜릿과 단백질바를 건네며 아쉬움을 달랜다. 간드룩 가는 산길은 환상적이다. 높낮이 없는 능선을 따라 산길이 이어진다. 간혹 왼편 숲 사이로 하얀 히말라야가 존재를 드러낸다. 잠시 멈추고 눈을 마주쳐 예의를 갖춘다. 평탄한 흙길 3시간이면 간드룩에 도착한단다. 어제처럼 급하게 가지 않기, 힘들지 않아도 휴식하기, 다시 못 올 길이니 가슴에 담기 등등. 그래도 12시 전에 도착할 것이다. 그럼 오후 내내 넘치는 시간이 문제이다. 간드룩은 매우 큰 마을로 학교도 있고 설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 풍광이 좋단다. 하룻밤 묶으며 설산을 감상하는 것도 좋으리라. 그런데 정오 전에 도착하면 포카라로 향하는 버스가 있단다. 그 버스를 타면 바로 포카라로 갈 수 있고, 호텔에 따뜻한 샤워와 시원한 맥주가 있다. 그동안 설산 충분히 보았으니 하산해도 좋지 않은가. 하얀 만년설 그 산이 그 산이 아니던가. 오후 내내 무엇을 할지? 선택, 갈등, 고민. 한편 하루 일찍 도시로 내려가도 반기는 사람 없고, 오기 힘든 히말라야인데 굳이 빨리 도시로 갈 필요가 없다. 평소 여유있게 자신의 시간을 가져보지 못했는데, 설산을 보면서 여유를 찾는 것도 좋지 않은가. 멍석을 깔아주면 놀지 못하는 우리들 아닌가. 여유로운 시간 속에 무엇인가 얻기 위한 품격의 여행을 약속하지 않았던가. 간드룩에 도착하여 결정하기로 했다. * 히말라야를 닮은 음악 간드룩 마을 중간쯤 작은 공터가 있다. 오토바이, 지프, 버스, 마을버스 등이 머물러 있는 나름 터미널이다. 포장되지 않아 먼지가 푸석하지만 세계에서 경치 좋은 정류장이다. 저 멀리 히말라야 산군들이 마을을 지키고 승객들을 환영한다. 어쩌면 폐차장에 있을 버스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신차 출고 이후 세차를 한 번도 안했을 것이 확실하다. 고물차가 여행객들은 안달이지만 네팔인들에게는 매우 친근하다. 사람만 고물이 아니면 된다. 승객을 가득 태운 버스는 먼지를 일으키며 출발한다. 트레킹을 마치고 만년설과 이별이다. 이별은 달달한 쓴맛이 있다. 버스는 먼지를 일으키며 굽이굽이 산길을 내려가고, 차창의 히운출리 마차푸차레가 서서히 멀어진다. 운전기사는 무엇이 신나는지 음악을 튼다. 굉음, 경쾌한 타악기와 관악기가 연주를 하고 높은 옥타브로 네팔 아가씨들이 음률에 맞춰 노래한다. 경쾌한 장조인데 왠지 내면에 슬픔이 젖어있다. 아픈 사연을 감추었을 뿐이다. 척박한 민족의 아픔을 즐겁게 표현하며 위로와 연민을 전한다. 좀 경쾌한 아리랑 같다. 아리랑은 아리랑이다. 나쌈 피리리 네팔의 음악이 히말라야를 닮았다. 감성적 안정과 정신적 풍요를 노래한다. 왠지 울컥하고 눈시울이 시린 것은 히말라야와의 이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트레커는 얼른 선글라스를 찾는다. 반대편 지프에서 일으키는 먼지가 확 버스 안으로 들어온다. 음악은 더욱 경쾌해진다. 서서히 마을을 내려가는 버스는 먼지를 남기고, 산길은 아쉬움을 남긴다. 뒤편으로 설산은 아스라이 멀어지고 승객은 더 많아진다. 힘든 진료와 짧은 트레킹이었지만 역시 뽕 한 대 제대로 맞은 기분이다. 중독성 있는 네팔과 히말라야는 정신 건강에 좋은 마약이다. 오면 힘들지만 떠나면 또 오고 싶은 곳이다. 아마 귀가하면 다음 트레킹 코스를 인터넷 검색하느라 분주할 것 이다. * 수척한 세월 산에서 도시로 내려와 제일하고 싶은 것은 따뜻한 사워다. 호텔 욕실은 트레킹 내내 그리웠다. 끈적이는 몸과, 떡진 머리, 덥수룩한 수염. 설산은 순수의 감동을 전하지만 사람 꼴을 유지하기 힘들다. 도시로 돌아온 트레커는 면도기를 들고 욕실 거울에 선다. 잠깐 숨을 멈춘다. 그리고 놀란다. 모발처럼 검정일 거라는 코와 턱수염을 보고 경악한다. 그동안 한 달에 한 번 치루는 가임여성의 생리처럼 한 달에 한 번씩 머리 염색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염색한 머리처럼 콧수염도 검게 나올 거라는 착각이 있었다. 염색으로 세월을 감춘 음흉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무대의 주인공으로 착각한 현실을 깨닫는다. 청춘으로 착각한 광대는 이제 서서히 무대를 떠나야 하는 슬픈 세월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언제인가 검은 커튼이 내려올 순간을 예측한다. 광대의 대사는 힘이 빠지고 관객은 객석을 빠져나갈 것 이다. 하지만 광대는 더 큰 목소리로, 더 우아한 율동으로 품격있는 연극을 즐기기로 했다. 주인공으로 존재하는 당찬 몸짓이 자신의 모습이라고 자위한다. 히말라야는 여윈 세월을 위로해주고 용기를 준다. 하얀 수염을 검게 만든다. 나마스테. -
같은 수익, 다른 세금박진호 변호사 -한의사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 제마는 2024년 해외지수 추종 국내 상장 ETF에 투자해서 40%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제마는 매우 뿌듯했다. 그런데 담당세무사와 2025년 5월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하면서 보니, 위 금융투자 소득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돈을 세금으로 납부하여, 세후 수익률이 20%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제마는 2025년에는 투자금을 달러로 환전한 뒤,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미국상장 ETF에 투자했다. 2025년을 결산해 보니 이번에도 약 40%에 가까운 수익을 얻었다. 제마는 담당세무사로부터, 올해 5월에 낼 세금은 작년보다 대폭 줄게 될 거라는 조언을 들었다. 제마는 전년도와 같은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여 결과적으로 거의 같은 수익을 얻었는데, 왜 부담하는 세금이 다르다는 걸까? 개원가에서 자산관리 이야기가 나오면 “어떤 상품에 투자하면 더 돈을 많이 벌까”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특히 지금처럼 자산시장이 요동하고 있을 때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데 고소득 전문직에게는 세전 수익률보다 세후 수익률이 중요하다. 앞의 제마의 사례에서처럼, 본업을 통해 상당한 종합소득을 얻고 있는 당사자라면 투자수익이 종합소득에 합산돼 과세되면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어, 경우에 따라 수익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부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주식으로 번 돈은 비과세, 펀드로 번 돈은 과세?” 주식 등의 양도로 인한 수익은 원칙적으로 양도소득 과세대상으로 본다. 이는 부동산의 양도로 인한 수익을 양도소득으로 보아 과세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다만, 일반 투자자가 주로 접근하는 상품인 국내 상장주식은 대주주가 아닌 한 그 매매차익에 과세하지 않는다. 주식의 장외거래, 보유중인 주식의 가액이 50억 원 이상이거나 코스피 기준 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세법상 ‘대주주’의 장내거래만이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된다. 이는 국내 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는 일반투자자를 보호함과 동시에 국내 주식시장을 정책적으로 장려하기 위함이다. 한편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해 얻는 수익은 배당소득 과세대상이다. ETF 또한 상장이 되어 장내에서 거래되는 펀드이므로, 펀드에 대한 과세방법을 그대로 따라간다. 그런데, 국내 상장 주식에 직접 투자해 얻은 매매차익에는 세금을 내지 않음에도, 펀드를 통해 국내 상장 주식에 간접투자하면 세금을 내는 것이 과연 옳을까? 예컨대, 삼성전자 주식만을 매수·매도하며 수익을 내는 펀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개인이 장내에서 삼성전자를 100주 샀다가 팔아서 번 돈은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오로지 삼성전자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위와 같은 금액만큼 매수하면, 경제적으로는 삼성전자 100주를 매수하여 보유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펀드를 통해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가 팔아서 번 돈이 모두 배당소득 과세대상이라고 한다면, 일견 공평의 관념에 반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우리 세법은 펀드 내부에서 발생한 국내 상장주식의 매매로 인한 손익 등 비과세인 수익·손실을 세금을 매길 때 고려하지 않도록, 펀드의 과세표준을 조정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과세대상 손익만을 집계하여 세금을 매긴다. 펀드나 국내 상장 ETF로부터 얻은 수익은 원칙적으로 배당소득 과세대상 레버리지 ETF나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이 국내 상장 ETF라면 크게 보아 펀드의 과세방식인 ‘배당소득 과세’를 적용받게 되고, 펀드를 구성하는 개별 자산군들 가운데 과세대상 항목의 손익만을 따로 모아 배당소득 과세표준을 산출하여 그에 대해서만 배당소득을 매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한 예를 들어 보자. (i) 해외주식에만 과세하는 펀드이거나 해외주식만을 투자하는 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모펀드 등에 투자해서 얻은 수익은 그 전부를 배당소득 과세대상으로 보고 세금을 매긴다. (ii) 레버리지 ETF 상품에 투자하여 매매차익으로 1천만 원의 수익을 얻었는데, 그 구성을 살펴보니 국내 상장 주식의 매매차익이 300만 원이고 장외파생상품의 매매차익이 7백만 원이라면, 과세대상인 장외선물옵션 매매차익 7백만 원만이 과세표준이 되어 그 차익에 대해서만 배당소득을 매긴다. (iii) 반대로, 레버리지 ETF의 매매차익이 1천만 원인데, 그 구성을 살펴보니 국내 상장 주식의 매매차손(손실)이 300만 원이고 장외선물옵션의 매매차익이 1,300만 원이었다면, 과세대상인 장외선물옵션의 매매차익인 1,300만 원만을 과세소득으로 본다. 다만 최종적으로 세금을 매길 때는 매매차익인 1,000만 원을 한도로 과표를 계산하여 부과될 세금을 산정한다. 이 경우에는 결국 1천만 원의 수익 전부에 대해 배당소득 과세가 되는 셈이다. 배당소득이 일정금액 이상이 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해당하는지도 점검해 보아야 한다. 배당소득과 이자소득 등 금융소득의 합계액이 한해 2천만 원을 넘지 않으면 15.4%의 원천징수로 세금 부담이 종결된다. 그러나 만약 그 합계액이 한해 2천만 원을 넘는 경우 금융소득 종합과세 적용대상이 돼 최종적으로 자신의 종합소득구간에 해당하는 세율을 적용한 세금을 내야 한다. 이는 원천징수를 통해 납부한 세액이 해당 금융소득에 종합소득세율을 곱한 금액에 미달하면, 다음 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 내에 그 미달하는 금액만큼 추가로 납부할 의무가 있음을 뜻한다. 해외상장주식과 해외상장 ETF는 양도소득 과세대상 한편, 해외상장 주식과 해외상장 ETF는 매매차익을 양도소득으로 분류한다. 레버리지 상품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매매로 인한 손익은 모두 ‘주식 등’의 양도소득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식 등’의 양도소득으로 인식되는 해외상장주식, 해외상장 ETF, 해외상장 레버리지 ETF의 매매로 인한 소득은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고, 연간 손익을 통산한 뒤 250만 원의 기본공제 후 국세 20%, 지방세 2% 합계 22%의 단일세율을 적용한다. 수익이 난 거래만을 집계하여 세금을 매기지 않고 연간으로 손익을 통산하므로, 일응 합리적인 세 부담만을 지우게 된다. 예컨대, 김제니 원장이 2025년 애플 주식에 투자하여 5,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TQQQ에 투자하여 3,000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면, 다른 주식 등의 양도차손익이 없다는 전제 하에 김제니 원장의 양도소득세는 연간 통산된 수익 2,000만 원에서 250만 원의 기본공제를 뺀 1,750만 원에 22%의 세율을 곱하여 산출한 값인 385만 원만큼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게 된다. 반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매매로 인한 차익은 배당소득 과세대상이다. 만약 김제니 원장이 애플 주식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의 매매를 통해 5,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TQQQ와 같은 자산으로 구성된 펀드에 투자하여 3,000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면, 3,000만 원의 손실을 입은 펀드 매매는 세무상 고려하지 않은 채 5,000만 원의 배당소득에 대한 세 부담을 진다. 동일한 자산을 기초로 한 상품에 투자하면서도, 일반 펀드와 해외상장 ETF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제마의 세금이 달라진 이유는? 서두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제마는 2024년에 국내 상장 ETF에 투자했으므로 그 수익이 배당소득으로 인식된다. 제마가 같은 해 빈번하게 사고 판 행위를 반복했다면 수익을 본 경우에는 그 수익을 기초로 세금을 낼 뿐, 손실을 본 경우에는 이를 수익에서 차감해 주지 않는다. 여기에 더하여 금융소득이 2천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여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되어 한층 무거운 세금을 부담하게 되었다. 반면, 2025년에는 해외상장 ETF에 투자했으므로 그 수익이 양도소득으로 인식되고, 같은 해 빈번하게 매매하였다면 그 과정에서 이익을 본 거래와 손실을 본 거래를 통산하여 순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긴다. 기본공제까지 적용된 결과, 같은 수익에 대해 보다 적은 세금이 매겨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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